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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일의 미래는 유연성이다” 구글 생산성 총괄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2022.07.07 06:00

업데이트 2022.07.07 07:51

'일의 미래' 전문가 2인 인터뷰
① 구글 생산성 총괄 로라 메이 마틴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과 함께한 지난 2년은 일하는 문화와 사무실 형태의 근간을 흔들었다. 특히, 사무직과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원격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섞은 하이브리드(혼합) 워크가 확산됐고, 가상공간으로 출근하는 메타버스 워크를 도입한 곳들도 있다. 이게 정말 일의 미래(Future of Work), 사무실의 미래(Future of Workplace)일까.

팩플팀은 이 문제를 전사적으로 고민한 국내외 기업 두 곳(구글·SK텔레콤)의 전문가를 잇달아 만났다. 이들은 ▶그동안 거거익선인줄 알았던 사무실을 어떻게 바꿀지 ▶근무 시·공간이 분산된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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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메이 마틴 구글 생산성 총괄

로라 메이 마틴 구글 생산성 총괄

코로나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풍토병 전환)을 맞아 전 세계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일하는 장소, 방법 등을 새로이 정하고 있다. 지난 2년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이 재택·원격 근무 등 여러 업무 형태를 실험한 기간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하이브리드 워크(hybrid work·사무실 근무와 원격 근무를 혼용한 업무 방식)가 각 회사·직원들에게 최적화된 포맷일지 그 기준을 정하자는 것.

구글에서 임직원들의 생산성 제고·조언을 담당하는 로라 메이 마틴 구글 프로덕티비티(productivity·생산성) 총괄 책임자는 "최근 미국 기업들은 스프링 클리닝(spring cleaning) 시즌이라는 표현을 쓴다"며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집안 대청소도 하고 꽃을 새로 심는 것처럼 기업들도 일하는 습관·태도를 새로 정하는 시기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팬데믹 이전부터 직원들의 생산성, 유연성 제고에 관심이 많았다. 팩플팀은 지난 5월 화상 인터뷰로 마틴 총괄을 만나 엔데믹 시대에 구글이 일하는 법에 대해 물었다. 구글은 빅테크 기업 중 가장 유연하게 하이브리드 근무 정책을 펴는 곳이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4월부터 주3회 이상 사무실에 출근하지만, 원한다면 완전한 재택 근무나 다른 지역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외에 실리콘밸리엔 트위터·에어비앤비 등 영구 재택근무를 선언한 기업들도 있다 보니, 애플·IBM처럼 사무실 근무를 선언했다가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보류하는 곳도 나온다.

생산성 총괄이라는 직함이 낯설다.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나.
"2010년 구글에 합류했다. 임원들과 1대 1 미팅을 통해 업무 시간·회의·e메일 관리 방법을 코칭하고 있다. 구글 임직원들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뉴스레터나 언론 기사, 팁을 공유하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할지 함께 논의하기도 한다."
엔데믹 시대에 구글은 어떻게 일하고 있나.
"사무실 근무로 완전히 돌아간 사람도 있고, 계속해서 원격 근무를 하는 이도 있다. 업무 형태가 혼재된 하이브리드 워크는 새로운 기준이 됐다. 직원들이 생산적으로 일하면서도 웰빙은 어떻게 챙길지 처음부터 정하는 시기인 것 같다."
한국은 혼란스러운 시기다. 사무실 업무로 돌아가려는 회사도 늘어나지만,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구글도 몇 주 전부터 일부 직원들이 사무실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완전한 원격 근무를 하다가 사무실로 출근하기 시작하면 통근에 시간이 소요된다. 종전과 같은 업무 분량을 소화하려면 하루에 최소 30분, 1시간은 더 필요한 셈이다. 장소도 문제다. 월요일에 사무실로 출근하는 이도 있고, 화요일에만 사무실로 나오는 사람도 있다. 그럼 이 팀은 무슨 요일에, 어떻게 회의를 해야 할까? 이런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난다. 이 상황에서 사람들이 새 환경에 잘 적응하고 바뀔 수 있게 하는 게 내 역할이다."
하이브리드 워크의 취지는 좋지만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이들도 많다.
"'너 자신을 알라'가 여기서 필요하다. 집과 사무실 중에서 어디서 일하는 게 더 효율적인지 스스로 잘 알아야 한다. 어느 시간대에 집중을 잘하는지도. 개인적으로 나는 집에서 일하는 게 더 낫다. 사무실로 출근하면 사람들이랑 이야기해야 하고, 커피도 한 잔 해야 한다, 사무실에 세팅해둔 큰 모니터 여러 개도 업무를 방해하는 요소처럼 느껴진다. 나의 스케줄과 내가 하는 일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한다."
로라 메이 마틴 총괄은 "팀원들과 일정을 최대한 공유하고, 비슷한 종류의 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생산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구글 캘린더앱으로 일정 관리하는 모습. [구글]

로라 메이 마틴 총괄은 "팀원들과 일정을 최대한 공유하고, 비슷한 종류의 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생산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구글 캘린더앱으로 일정 관리하는 모습. [구글]

기자처럼 사무실이나 카페 등 매일 다른 장소, 다른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팁을 주자면, 어디에서 일하든 당신의 두뇌가 '일하는 날'이라고 인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무실 출근길에 오디오북을 듣는 루틴이 있다면, 집에서 일하는 날에도 일정 시간에 오디오북을 들어라. 나 역시도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과 집에서 일하는 날의 루틴을 일치시키려고 한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최고경영자)도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업무 유연성(flexibility)을 강조한 바 있다. 피차이 CEO는 "우리는 수십 년 동안 힘들게 통근하면서 바쁜 업무를 헤쳐왔다"며 "그러나 이제는 개인적으로도, 업무상으로도 유연하게 일하면 최고의 성과를 가져올 것이고 회사도 득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오후 9시에 바람을 쐬고 나서 10시쯤 가장 생산적으로 일하는 '올빼미형'이라고 말했다.

직원마다 원하는 업무 환경도, 방식도 다 다르다.
"피차이도 말했듯이 일의 미래는 유연성이라고 생각한다. 하이브리드 워크라는 말이 보편화된 것은 이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의미 없다는 뜻이다. 집에서, 카페에서, 현장에서 일하는 날이 이래저래 다 섞여 있는 게 기본이 됐다."
혼자 사는 직원도 있고, 워킹맘 직원도 있지 않나. 회사 입장에서 보면, 회사가 모든 직원을 만족시킬 수가 없다.
"스프린터(단거리 주자)와 마라토너의 차이만큼 (직원마다 상황이) 다르다. 나 같은 워킹맘은 일할 시간 자체가 적다. 아이들이 낮잠 자는 시간을 쪼개서 일한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바이오 리듬도 다 다르지 않나. 이렇다 보니 구글은 업무 유연성을 최대한 보장해주려고 한다. 예산을 더 써서 집에서 더 잘 일할 수 있게 업무 환경을 구축해주기도 한다. 이건 회사로서도 남는 장사다. 원하는 근무 조건에서 일해야 최고의 성과가 날 수 있다."
직원들의 업무 환경을 두루 고려해야 하는 상사도 쉽지 않다.
"당신이 세 명의 직원을 책임지고 있는 매니저라면, 그들의 입장을 한 명 한 명 다 이해해보려 노력해야 한다. 무엇이 힘든 점인지, 몇 달 일한 다음 함께 업무 환경도 피드백 해봐야 한다."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 성과도 잘 나올 수 있을까.
"구글은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 목표 달성을 위한 성과 측정 방식)을 기반으로 장기 목표를 설정한다. 부하 직원에게 ‘너 오늘 뭐해? 무슨 일 할거야?'와 같은 질문은 하지 않는다. 대신 '자 여기 큰 프로젝트가 있어. 나는 너를 믿어. 네가 최선을 다해 마무리할 것이라 생각해’라고 말한다. 사람이 매일 똑같이 일할 수는 없다. 하루는 몰아치듯 달렸으면, 다음날엔 번아웃이 올테니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다른 업무를 하거나 업계 기사를 읽을 수도 있다."
구글이 말하는 생산성 높이는 법

구글이 말하는 생산성 높이는 법

업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일주일에 한 번 짬을 내 블록오프(block off, 차단)하는 시간을 가져라. 난 주로 매주 금요일 오전에 어떤 회의도 인터뷰도 잡지 않는다. 일종의 나 홀로 집중하는 시간이다. 이때 이번 주 목표 중 어떤 부분을 잘했고, 어떤 부분을 마무리하지 못했는지 캐치업하고 돌아본다. 두 번째 팁은 우리 어른들도 아이들처럼 '베이비프루핑(babyproofing·안전을 위해 뾰족한 모서리나 전선에 덮개 등을 씌우는 행위)'을 해야 한다. 안정적인 업무를 위해 방해 요소를 차단하자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일할 때는 메일함은 닫고, 스마트폰은 가방에 넣어라. 당신이 기사를 쓰고 있다면 기사 작성 탭 하나만 열어둬라."
5월 로라 메이 마틴 구글 생산성 총괄과 온라인으로 인터뷰하는 모습. [구글]

5월 로라 메이 마틴 구글 생산성 총괄과 온라인으로 인터뷰하는 모습. [구글]

마틴 책임자는 현재 3세, 1세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이날도 그는 자신의 집 서재에서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남편에게 아이들을 재워달라고 요청하고 방으로 왔다고 했다. 그에게 워킹맘으로서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나는 엄마로서의 삶에도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이다. 이렇다보니 내 업무와 우선순위도 많이 바뀌었다. 육아 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와서 마음먹은 건 '멀티태스킹을 하지 말자'였다. 둘 다 동시에 하면, 둘 다 잘 못 하겠더라. 일과 육아에 경계를 세우고, 이 경계를 잘 유지하는 게 오히려 업무에 도움이 된다. 오전에는 아이들을 돌볼 때가 많아서 아침 미팅은 잘 잡지 않는다."

테크 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마틴 책임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노 테크(no tech) 화요일 밤'을 정했다고 한다. 디지털 디톡스(detox, 디지털 기기 과의존에서 벗어나는), 디지털 웰빙을 실천하기 위해 화요일 밤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아예 꺼두려는 것. 그는 "일주일에 한 번 3시간 정도 이렇게 보내는 것만으로도 가족들과 유대감이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이 또한 '워라밸'을 유지할 수 있는 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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