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석면을, 시멘트 만드는 '소성로'에…환경부 지원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7.07 06:00

발암물질인 석면이 포함된 폐슬레이트를 제거 처리하는 모습. 튼튼한 비닐로 이중으로 포장한 다음 지정폐기물 매립지에 별도로 매립해 처리하게 된다. 연합뉴스 [경북 상주시 제공]

발암물질인 석면이 포함된 폐슬레이트를 제거 처리하는 모습. 튼튼한 비닐로 이중으로 포장한 다음 지정폐기물 매립지에 별도로 매립해 처리하게 된다. 연합뉴스 [경북 상주시 제공]

시멘트를 제조하는 소성로에 다량의 폐기물이 투입되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환경부가 1급 발암물질인 폐석면을 소성로에서 처리하기 위해 10억 원 가까운 연구비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성로에서 폐석면을 처리할 경우 시멘트 공장 작업자나 공장시설, 인근 주민 등이 석면에 노출될 수 있고, 시멘트 제품에도 처리·변형된 석면이 남게 돼 일반 시민도 노출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서는 폐석면은 별도로 분리 수거해 안전하게 매립하도록 정하고 있다.

2020년 완료했지만 '비공개'

시멘트 공장의 소성로 모습. 기사 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음. [중앙포토]

시멘트 공장의 소성로 모습. 기사 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음. [중앙포토]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지난 2019년 1월 환경산업 선진화 기술개발 사업의 하나로 '석면 함유 폐슬레이트 유해물질 저감'이란 과제를 제시하고 연구 참여자를 공모했다. 환경부가 폐석면 관리 대책에 따라 처리 비용 문제와 매립 부지 부족 문제의 해법 찾기에 나선 것이다.
해당 연구과제는 시멘트 제조업체인 S사가 맡게 됐다. 환경부는 2019년 4월부터 2020년 말까지 9억9000만 원을 지원했고, S사도 6억6800만원을 자체 부담했다.
취재팀은 연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주관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해당 연구보고서를 요청했다. 기술원 측은 "연구에 참여한 업체의 영업 비밀 등이 담겨 있기 때문에 관련 법에 따라 최대 3년 동안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왜 하필 소성로에서 실험했나

시멘트 공장에서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음. [최병성 목사 제공]

시멘트 공장에서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음. [최병성 목사 제공]

세부 내용과는 별개로 연구 과업지시서에서 처음부터 시멘트 소성로를 이용한 기술개발로 한정한 것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시멘트 소성로에서는 석회석·점토 등을 고온으로 구워 클링크를 만드는데, 클링크를 분쇄하면 시멘트 제품이 된다. 소성로에서 폐석면을 처리하면, 처리 잔재물이 시멘트 속에, 다시 콘크리트 속에, 건물 벽체에 남게 된다.

환경부 환경피해구제과 관계자는 "폐석면을 1450도 이상 고온에서 처리해서 무해화(無害化)하는 과정인데, 그 정도 온도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소성로뿐이고, 일반 소각 시설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과·이탈리아 등에서 이런 기술이 개발됐고, 소성로에서 처리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폐석면을 1200~1600도 고온에서 녹이는 유리화(Vitrification) 기술이 개발돼 있다. 뾰족뾰족한 바늘 모양의 석면을 녹여 둥글둥글한 모양의 유리로 만드는 기술이다. 소성로 아닌 시설에서도 폐석면을 처리할 수 있다.

폐기물 소각 관련 업계 관계자는 "소성로가 아닌 고온 소각로에서도 1200~1300도를 유지할 수 있어서 실증 실험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독일 국제협력공사에서는 소성로에 폐석면을 넣지 말라고 안내하는 등 실제 폐석면 처리에 소성로를 활용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실험 조건에서 무해화됐다 하더라도, 아파트 등 벽면을 통해 시민들이 그런 시멘트와 접촉할 수 있는 만큼 100% 안전성이 확인돼야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등 건물에 균열이 갈 경우에 시민들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성로에서 처리하게 될까

해체 중인 슬레이트 지붕. [사진 부산시]

해체 중인 슬레이트 지붕. [사진 부산시]

환경부 관계자는 "소성로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가를 받았고, 실험 후 잔재물도 시멘트 제품에 들어가지 않도록 별도로 안전하게 처리했다"고 말했다.
연구를 진행한 S사도 "일반 시멘트 제품을 만드는 소성로가 아니라 유휴시설을 활용해 실험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멘트 소성로에서 폐기물을 원료나 보조 연료로 사용하는 데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소성로에서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10억 원의 세금을 연구비로 투입할 이유도 없었던 셈이다.
S사 역시 적지 않은 연구비를 투입했으면서도 "폐석면 처리 연구는 일단락된 것이고, 사업화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현행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환경부령)에서 폐슬레이트 등에 들어있는 폐석면은 물이 새지 않는 튼튼한 비닐 포대로 이중으로 포장하거나 견고한 용기에 밀봉해 지정폐기물 매립하도록 하고 있다. 매립장에서도 일정 구역을 정해 매립하고 별도 표시해야 한다.
시행규칙에서는 석면 분진과 부스러기는 고온에서 녹이거나 고형화로 처리해야 하고, 석면 해체 작업에 사용된 바닥 비닐 시트나 방진복 등은 매립 외에도 고온 용융과 고형화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부가 시행규칙만 바꾼다면 시멘트 소성로에서 폐슬레이트 등 폐석면을 처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시멘트 업체에서 석면 처리로 돈을 벌 수도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과거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기 위해 석면을 첨가했다가 이를 처리하느라 골치를 앓고 있는데, 기껏 잘 분리수거한 폐석면을 다시 시멘트에 섞어 이곳저곳으로 흩어지게 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4년간 S사에만 연구비 40억 지원

시멘트 공장에서 오염 물질이 배출되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최병성 목사 제공]

시멘트 공장에서 오염 물질이 배출되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최병성 목사 제공]

시멘트 소성로 폐기물 투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온 최병성 목사는 "한국은 1인당 시멘트 사용량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외국에서 소성로에 폐석면을 넣어 처리한다고 해도 우리 상황에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특정 업체에 집중된 환경부의 지원이다. 이번 폐석면 처리 연구 용역을 포함하면, 환경부가 2018~2021년 4년 동안 S사에 연구 개발비로 지원한 금액은 모두 40억 원 규모다.

2018~2019년에 '폐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시멘트 제조공정 연소 시스템 개발 및 복합 오염물질 저감 실증' 연구에 7억원(민간 5억원 별도)을 지원했다.
2020~2021년에는 '오염 방지와 폐플라스틱 소각 후 남은 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연구 과제에 환경부는 25억 원(민간 10억원 별도)을 투입했다.

최 목사는 "여러 업체를 다녀봐도 S사 공장의 분진 발생이 적지 않은 편인데, 환경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S사 측은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정부 연구 개발 사업에 지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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