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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도 선선, 청옥산 육백마지기…합법적으로 캠핑하는 법

중앙일보

입력

행복농촌 ① 평창 청옥산 깨비마을

행복농촌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중앙일보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 진행한 ‘제8회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수상한 우수 농촌 마을을 알리는 기획입니다. 25개 마을 중 강원도 평창 청옥산깨비마을(경관·환경 입선), 경기도 양평 세월리달강마을(문화·복지 은상), 충남 보령 젓떼기마을(경관·환경 금상)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세 마을 모두 올여름에 놀러 가기 좋습니다.

과거 화전민이 터를 일궜던 청옥산 육백마지기는 평창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정상부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면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는 잊을 만큼 선선하고 장쾌한 풍광이 펼쳐진다.

과거 화전민이 터를 일궜던 청옥산 육백마지기는 평창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정상부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면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는 잊을 만큼 선선하고 장쾌한 풍광이 펼쳐진다.

코로나 시대에 급부상한 산이 많다. 강원도 평창 청옥산(1255m)이 대표적이다. 한데 SNS를 보면 청옥산은 정상석 인증사진을 찾아보기 힘들다. 톡톡 튀는 등산복 빼입은 MZ세대 등산객도 안 보인다. ‘육백마지기’라 불리는 정상부까지 포장도로가 깔려 차 타고 쉽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까지 난 도로 덕분에 청옥산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차박(차에서 하는 캠핑)’ 성지로 거듭났다. 청옥산이 뜨면서 산 중턱에 자리한 ‘깨비마을’도 덩달아 떴다. 야영객과 체험객 사이에서 인기 코스로 떠오른 깨비마을을 다녀왔다.

차박 성지 육백마지기

청옥산은 평창군 미탄면과 정선군 정선읍에 걸친 산이다. 평창에는 국립공원인 오대산을 비롯해 산림청 100대 명산에 꼽힌 가리왕산·계방산·백덕산 등 크고 높은 산이 많다. 청옥산이 이들 명산처럼 인기 있는 산은 아니었다. 과거엔 화전민이 터를 잡았던 곳이고, 화전이 금지된 뒤에는 정상부 너른 밭이 고랭지 채소 재배지로 명성을 떨쳤다. 600마지기 농사를 지을 만큼 넓은 땅이어서 예부터 ‘육백마지기’로 불렸다.

평창군은 20년 장기 임대한 육백마지기 땅 일부를 야생화 생태단지로 꾸몄다. 가볍게 산책을 즐기고 기념사진을 찍기 좋다.

평창군은 20년 장기 임대한 육백마지기 땅 일부를 야생화 생태단지로 꾸몄다. 가볍게 산책을 즐기고 기념사진을 찍기 좋다.

청옥산이 관광명소로 부상한 건 최근 들어서다. 2018년 평창군이 육백마지기 9000여㎡를 야생화 생태단지로 꾸민 게 결정적이었다. 곧 ‘차박 성지’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비대면 여행 명소로도 주목받았다. 육백마지기에서 취사, 야영은 금지이지만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잠만 자는 ‘얌전한 차박’까지 막진 않는다.

6월 24일 오후 육백마지기는 산 아래 세상이 30도 불볕더위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선선했다. 초여름, 샤스타데이지꽃이 만발한 풍광이 유명한데 올해는 개망초와 쑥의 기세에 눌려 듬성듬성 피어 있었다. 그래도 풍력발전기와 웅장한 산세가 어우러진 풍광이 장쾌했다.

폐교 활용해 야영장으로

청옥산 깨비마을은 2021년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경관 부문 입선을 차지했다. 해발 600m 산 중턱에 자리한 마을을 단정하게 가꾸고 청정한 자연을 내세워 야영객, 체험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청옥산 깨비마을은 2021년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경관 부문 입선을 차지했다. 해발 600m 산 중턱에 자리한 마을을 단정하게 가꾸고 청정한 자연을 내세워 야영객, 체험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청옥산 정상부에도 주민이 살지만, 마을은 한참 내려가야 나온다. 해발 600m 산 중턱에 있는 ‘깨비마을’ 이야기다. 현재 마을에는 45가구, 97명이 산다. 왜 깨비마을일까. 다소 썰렁한 전설이 전해온다. 먼 옛날 마을 일대에 부자가 많았는데 이들의 심보가 고약해 도깨비가 혼쭐을 내고 망하게 했다고 한다. 그 뒤 주민들이 오손도손 살게 됐단다. 마을 주민 대부분은 화전민의 후손이다. 2010년 홍양미(51) 사무장을 중심으로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2011년 ‘깨비마을’이란 이름을 내걸고 마을 사업을 시작했다.

깨비마을 주민들은 야영장을 함께 운영한다. 카라반 5대와 야영 데크 11개를 갖췄다.

깨비마을 주민들은 야영장을 함께 운영한다. 카라반 5대와 야영 데크 11개를 갖췄다.

주민 대부분이 농사를 생업으로 하면서도 마을 일에 팔 걷고 나섰다. ‘친환경 마을’이란 이미지에 걸맞게 경관을 가꾸기 시작했다. 주민 각자가 집 앞과 도로를 치우고 꽃을 심었다. 폐교된 미탄초등학교 청옥 분교를 야영장으로 만들었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카라반 5대를 장만하고, 11개 데크를 설치하자 청정한 오지 캠핑장으로 입소문이 났다. 육백마지기에서 눈치 보고 불편하게 차박하느니 깨비마을에서 마음 편히 야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서울에서 온 야영객 김은영(54)씨는 “산 중턱에 있어서 시원하고 사방이 초록산이어서 눈이 맑아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시티투어 점심 코스 

평창군이 운영하는 시티투어 프로그램은 육백마지기를 들렀다가 깨비마을에서 산나물 도시락을 먹는다. 곤드레나물, 취나물 등 마을 주민이 직접 만든 향긋한 산나물은 여행객 사이에서도 인기다.

평창군이 운영하는 시티투어 프로그램은 육백마지기를 들렀다가 깨비마을에서 산나물 도시락을 먹는다. 곤드레나물, 취나물 등 마을 주민이 직접 만든 향긋한 산나물은 여행객 사이에서도 인기다.

육백마지기는 평창군이 운영하는 시티투어 프로그램의 코스이기도 하다. 올봄 선보인 시티투어는 깨비마을에 들러 산나물 비빔밥을 점심으로 먹는다. 이날 점심에도 서울에서 출발한 단체 관광객이 깨비마을을 찾았다. 주민이 준비해둔 도시락을 건네받은 여행객은 야영장 그늘에 자리를 잡고 밥을 먹었다. 곤드레·취나물, 고춧잎 무침을 비롯한 8가지 찬과 상추국이 나왔다. 이태금(70)씨는 “다른 국내 패키지여행보다 건강한 식사여서 좋다”고 말했다.

마을의 상징인 도깨비를 활용해 도깨비 방향제 만들기 체험도 운영한다.

마을의 상징인 도깨비를 활용해 도깨비 방향제 만들기 체험도 운영한다.

청옥산은 예부터 산나물이 유명했다. 그 이미지를 활용해 깨비마을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산나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마을 주민이 어린이와 함께 곤드레나물을 무친다. 마을 상징인 도깨비 모양 방향제 만들기 체험도 인기다. 석고로 도깨비 모양 본을 뜨고 자유롭게 색을 칠한 뒤 방향제를 발라 자동차에서 쓰도록 한다. 홍양미 사무장은 “학교나 어린이집 학생은 물론이고 가족 야영객도 체험하러 많이 온다”고 말했다.

평창 청옥산 깨비마을 안쪽에는 용수골로 가는 산책로가 있다. 청아한 계곡물소리 들으며 걷기 좋다.

평창 청옥산 깨비마을 안쪽에는 용수골로 가는 산책로가 있다. 청아한 계곡물소리 들으며 걷기 좋다.

깨비마을에 간다면 마을 뒤편 산책로를 걸어봐야 한다. 울창한 원시림을 걷다 보면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청옥산에서 발원한 용수골이다. 물놀이를 안 하고 소리만 들었는데도 청량한 기운이 온몸으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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