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의 운명이 7일 밤 당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의 손에 결정된다. 이 대표가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 교사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느냐가 쟁점이다.
집권당 대표의 거취가 달린 초유의 사태에 여당은 술렁대고 있다. 특히 윤리위 결정이 몰고 올 충격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당 관계자는 “중징계든 아니든 당이 두 쪽으로 갈라져 파국에 휘말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표의 대응이나 수사 진척 상황 등 변수가 있지만, 이번 사태의 시나리오는 크게 네 가지로 예측해볼 수 있다.
①경고로 그치는 경징계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경고는 윤리위 처분 중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다. 이 대표의 당 대표직 유지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특히 윤리위 사태에 대한 여론 주목도를 고려할 때 경고 정도의 처분은 사실상 이 대표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경고만으로도 이 대표가 상당히 난감해질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수위는 낮지만 일단 징계 처분이 내려졌다는 것은 당 윤리위가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일정 부분 인정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당 중진의원은 6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경고 처분 이후 이 대표가 튀는 행보에 나선다면 ‘자중하라’는 공격이 빗발칠 것”이라며 “경징계라도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대표의 행동반경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②근거가 불확실한 중징계
당 윤리위가 명확한 근거 등을 제시하지 못한 채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 중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 당 관계자는 “윤리위는 수사기관이 아니다”라며 “법적 차원을 떠나 이 대표의 행위가 논란이 되거나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징계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에 반감을 가진 인사들은 지난해 8월 당 최고위원회가 국민권익위의 부동산 전수조사로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 6명에 대해 탈당 권유나 제명 처분을 내린 일을 거론하기도 한다. 익명을 원한 여당 의원은 “당시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증거가 불확실한 상황인데도 한무경 의원을 만장일치로 제명 처분한 선례가 있다”고 했다. 한 의원은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 징계가 취소됐다.
집권당 대표가 확실한 근거도 없이 자리를 내려놔야 할 수준의 중징계를 받는다면 후유증이 클 수 밖에 없다. 이 대표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당 초선의원은 “대선, 지방선거 승리를 이끈 이 대표가 애매모호한 이유로 쫓겨나면 윤석열 정부에도 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③근거가 확실한 중징계
반대로 윤리위가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했다면 이 대표가 코너에 몰릴 수 있다. 당 중진의원은 “만약 윤리위가 이 대표를 중징계한다면 법원도 인정할 만한 수준의 징계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며 “윤리위가 얼마나 철저하게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하고 근거 자료를 확보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윤리위가 이미 징계 근거를 확보하지 않았겠냐는 추측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윤리위가 회의를 2주 연기하면서까지 이 대표 징계안을 끌고 가는 것을 보면 관련 증거를 상당히 수집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성 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5일 김소연 변호사를 통해 윤리위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윤리위가 성 상납 의혹 자체가 아니라 이와 관련한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따지는 만큼, 실제 출석이 성사되긴 어렵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④징계 없음 및 ‘수사 결과 주시’
윤리위가 이 대표 측의 소명을 토대로 징계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코너에 몰렸던 이 대표는 반전의 계기를 잡게 되고, 사실상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며 날을 세웠던 친윤계 인사들이 역으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사태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면 당이 내분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윤리위가 직접 결론을 내리지 않고 “향후 수사 결과를 지켜볼 사안”이라고 수사기관에 판단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당내 논란을 일시적으로 봉합할 순 있지만, 당과 이 대표 모두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언제 터질지 모를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PK(부산·경남) 지역 의원은 중앙일보에 “윤리위가 7일 어떤 식으로든 확실히 끝맺지 않으면 당이 수사 기간 내내 발목을 잡힐 것”이라며 “야당의 파상 공세까지 겹친다면 견딜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선 “중징계도 중징계 나름”이라는 얘기도 있다. 당원권 정지의 경우 최소 한 달, 최대 3년인데 기한에 따라 이 대표의 운명이 달라진다. 만약 한 달간 정지라면 이 대표가 논란 끝에 복귀할 수도 있지만, 그 이상이면 사실상 대표직 박탈에 준하는 처분이라는 평가다. 이 대표의 임기는 7월 기준 11개월 남았다.
제명은 가장 강한 징계지만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 대표에게 호의적인 최고위원들이 방어에 나서면 이 대표가 생존할 수도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 가장 골치 아픈 징계는 탈당 권유다. 당규에 따르면 탈당 권유 통지를 받은 당원은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최고위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지체 없이 제명 처분된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탈당하든 제명되든 당 대표직을 내려놔야 하는 최악의 징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