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초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대선 후보)을 따르던 의원은 ‘7인회’로 대표되는 7명이 전부였다. 정성호ㆍ김영진ㆍ김병욱ㆍ김남국ㆍ문진석ㆍ임종성ㆍ이규민(전직) 의원 등이다. 그런데 대선을 거치고 국회에 입성, 당 대표 도전이 기정사실화한 현재 그의 주변 풍경은 크게 바뀌었다. 새로이 부상한 ‘신(新) 이재명계(신명계)’는 당 지도부의 결정을 뒤집을 정도로 세를 불렸다.
7명→63명…민주당 3분의 1이 친명계에 동조
지난 5일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 등이 주도한 ‘비상대책위 비판 연판장’엔 하루만인 6일 민주당 의원 63명이 서명했다. 지난 4일 비대위가 전당대회준비위 의결안과 달리, ‘중앙위 100% 투표로 컷오프(경선 배제)’ㆍ‘최고위원 투표 시 지역쿼터제 도입’을 결정한 데 대한 집단행동이다. 비대위의 결정을 두고 친명계가 “친문계의 역습”이라며 동참 의원을 구한 건데, 당내 3분의 1 이상이 호응했다.
친명계의 압박은 금세 효과를 냈다. 이날 열린 당무위에서 지역쿼터제는 친명계의 뜻대로 전준위 원안으로 돌아갔다. 또 컷오프 기준은 당 대표 경선일 때 ‘중앙위 70%+국민 여론조사 30%’(전준위 안), 최고위원 경선일 때 ‘중앙위 100%’(비대위 안)로 절충됐다. 당내에선 “친명계가 전당대회 룰도 좌지우지할 정도로 커졌다”(친문 의원실 보좌진)는 말이 나왔다.
이를 두고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대선 후 이 의원과 한 몸처럼 움직이려는 의원들이 부쩍 늘었다”며 “그중에서도 눈에 띄게 이 의원 측근이 된 인물들이 몇몇 있다”고 말했다.
출마 접고 선거 돕고, 친문에서 전향도…신명계는 누구인가
기본적으론 정성호ㆍ김남국 의원 등 7인회 출신이 여전히 이 의원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우원식(4선)ㆍ윤후덕ㆍ정청래(이상 3선)ㆍ박주민ㆍ박찬대ㆍ김병기(이상 재선) 의원이 새 핵심으로 떠올랐다. 대선 캠프에서부터 이 의원을 도운 이력이 있지만, “그런 공적 관계보다 더 깊숙이 이 의원과 친해졌다”(이 의원 측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지난해 이재명 경선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은 우원식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했지만 아직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과 ‘을지로위원회’ 등 독자적인 세력을 가진 중진임에도 이 의원 출마에 길을 비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당 대표 도전을 선언했던 정청래 의원도 이날 최고위원 출마로 선회했다. 당 대표 출마를 고심하던 박주민 의원 역시 최근 뜻을 접었다고 한다. 친명계와 두루 가까운 민주당 관계자는 “우원식ㆍ정청래ㆍ박주민 의원은 이 의원과 수시로 대화하는 측근”이라며 “이번 결정은 모두 이 의원 출마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후덕 의원(3선)은 본선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은 뒤 수시로 정책 관련 대화를 나누는 정책 브레인이다. 이 의원이 지난달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한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민영화 방지법) 역시 윤 의원과의 깊은 교감 끝에 낸 법안이라고 한다.
공인회계사 출신이자 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찬대 의원(인천 연수갑) 역시 측근이다. 본선 캠프 수석대변인 출신인데, 그보단 6ㆍ1 지방선거 때 이 의원(인천 계양을) 선거를 적극 도우면서 신명계가 됐다. 그는 최근 이 의원의 전당대회 러닝메이트 격 최고위원 후보로도 분류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입 인사이자, 문 전 대통령이 후원회장을 맡아 한때 친문으로 분류된 김병기 의원도 이젠 친명 핵심 그룹에 속한다. 물밑에서 이 의원 네거티브 대응을 활발히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의원 지지층인 개딸들 사이에서 ‘최강병기 김병기’로 불린다. 이 밖에 김용민ㆍ장경태ㆍ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 등 처럼회 회원들도 새로 유입된 신명계다.
거리 두기 김영진?…등 돌린 강훈식ㆍ박지현
이 의원 세력이 마냥 불어난 것만은 아니다. 7인회 중에서도 핵심이었던 김영진 의원의 행보가 요즘 주춤해졌다. 이런 추측은 “김 의원은 이 의원의 계양을 출마는 물론 전당대회 도전도 반대했다”(이 의원 측 관계자)는 주장을 배경으로 한다.
실제 대선 후 김 의원은 친명계의 움직임과 결을 달리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이 의원 첫 등원에 맞춰 정성호ㆍ우원식 의원 등 이 의원을 포함한 10명이 만찬 회동을 했을 때도 그는 참석하지 않았다. 각종 친명계 주도 기자회견에 불참해온 것은 물론, 이날까지 63명이나 서명한 연판장에도 그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런 행보에 당내에선 “구(舊)명계가 된 거 아니냐”(친문 초선), “일시적 현상일 것”(친명계 보좌진)이란 말만 무성하다.
대놓고 등을 돌린 이들도 있다. 이 의원이 본선 캠프에 영입해온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연일 이 의원을 비판 중인 그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필요할 땐 온갖 감언이설로 회유해서 이용해 먹고, (이젠) 토사구팽을 한다”고 썼다. 이재명 본선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던 강훈식 의원도 지난 3일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제가 모든 걸 걸었던 대선 후보는 명분도 없는 지역의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기본과 상식을 무너뜨렸다”고 각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