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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에서 63명으로…이재명 국회 오자 몸집 커진 '신이재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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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초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대선 후보)을 따르던 의원은 ‘7인회’로 대표되는 7명이 전부였다. 정성호ㆍ김영진ㆍ김병욱ㆍ김남국ㆍ문진석ㆍ임종성ㆍ이규민(전직) 의원 등이다. 그런데 대선을 거치고 국회에 입성, 당 대표 도전이 기정사실화한 현재 그의 주변 풍경은 크게 바뀌었다. 새로이 부상한 ‘신(新) 이재명계(신명계)’는 당 지도부의 결정을 뒤집을 정도로 세를 불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장단 선출 투표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의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장단 선출 투표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의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7명→63명…민주당 3분의 1이 친명계에 동조

지난 5일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 등이 주도한 ‘비상대책위 비판 연판장’엔 하루만인 6일 민주당 의원 63명이 서명했다. 지난 4일 비대위가 전당대회준비위 의결안과 달리, ‘중앙위 100% 투표로 컷오프(경선 배제)’ㆍ‘최고위원 투표 시 지역쿼터제 도입’을 결정한 데 대한 집단행동이다. 비대위의 결정을 두고 친명계가 “친문계의 역습”이라며 동참 의원을 구한 건데, 당내 3분의 1 이상이 호응했다.

친명계의 압박은 금세 효과를 냈다. 이날 열린 당무위에서 지역쿼터제는 친명계의 뜻대로 전준위 원안으로 돌아갔다. 또 컷오프 기준은 당 대표 경선일 때 ‘중앙위 70%+국민 여론조사 30%’(전준위 안), 최고위원 경선일 때 ‘중앙위 100%’(비대위 안)로 절충됐다. 당내에선 “친명계가 전당대회 룰도 좌지우지할 정도로 커졌다”(친문 의원실 보좌진)는 말이 나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당무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당무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를 두고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대선 후 이 의원과 한 몸처럼 움직이려는 의원들이 부쩍 늘었다”며 “그중에서도 눈에 띄게 이 의원 측근이 된 인물들이 몇몇 있다”고 말했다.

출마 접고 선거 돕고, 친문에서 전향도…신명계는 누구인가 

기본적으론 정성호ㆍ김남국 의원 등 7인회 출신이 여전히 이 의원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우원식(4선)ㆍ윤후덕ㆍ정청래(이상 3선)ㆍ박주민ㆍ박찬대ㆍ김병기(이상 재선) 의원이 새 핵심으로 떠올랐다. 대선 캠프에서부터 이 의원을 도운 이력이 있지만, “그런 공적 관계보다 더 깊숙이 이 의원과 친해졌다”(이 의원 측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초기 지지 그룹인 7인회. 대선 중 호남에서 가장 먼저 지지를 선언한 민형배 의원을 포함해 7+1인회로도 불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초기 지지 그룹인 7인회. 대선 중 호남에서 가장 먼저 지지를 선언한 민형배 의원을 포함해 7+1인회로도 불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이재명 경선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은 우원식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했지만 아직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과 ‘을지로위원회’ 등 독자적인 세력을 가진 중진임에도 이 의원 출마에 길을 비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당 대표 도전을 선언했던 정청래 의원도 이날 최고위원 출마로 선회했다. 당 대표 출마를 고심하던 박주민 의원 역시 최근 뜻을 접었다고 한다. 친명계와 두루 가까운 민주당 관계자는 “우원식ㆍ정청래ㆍ박주민 의원은 이 의원과 수시로 대화하는 측근”이라며 “이번 결정은 모두 이 의원 출마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을지로위원회 아침특강 - 다시 일어서는 을지로위원회' 포럼에서 '다시 현장으로'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을지로위원회 아침특강 - 다시 일어서는 을지로위원회' 포럼에서 '다시 현장으로'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후덕 의원(3선)은 본선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은 뒤 수시로 정책 관련 대화를 나누는 정책 브레인이다. 이 의원이 지난달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한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민영화 방지법) 역시 윤 의원과의 깊은 교감 끝에 낸 법안이라고 한다.

공인회계사 출신이자 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찬대 의원(인천 연수갑) 역시 측근이다. 본선 캠프 수석대변인 출신인데, 그보단 6ㆍ1 지방선거 때 이 의원(인천 계양을) 선거를 적극 도우면서 신명계가 됐다. 그는 최근 이 의원의 전당대회 러닝메이트 격 최고위원 후보로도 분류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입 인사이자, 문 전 대통령이 후원회장을 맡아 한때 친문으로 분류된 김병기 의원도 이젠 친명 핵심 그룹에 속한다. 물밑에서 이 의원 네거티브 대응을 활발히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의원 지지층인 개딸들 사이에서 ‘최강병기 김병기’로 불린다. 이 밖에 김용민ㆍ장경태ㆍ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 등 처럼회 회원들도 새로 유입된 신명계다.

20대 국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김병기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문 전 대통령이 영입한 대표적인 인사다.

20대 국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김병기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문 전 대통령이 영입한 대표적인 인사다.

거리 두기 김영진?…등 돌린 강훈식ㆍ박지현

이 의원 세력이 마냥 불어난 것만은 아니다. 7인회 중에서도 핵심이었던 김영진 의원의 행보가 요즘 주춤해졌다. 이런 추측은 “김 의원은 이 의원의 계양을 출마는 물론 전당대회 도전도 반대했다”(이 의원 측 관계자)는 주장을 배경으로 한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종택 기자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종택 기자

실제 대선 후 김 의원은 친명계의 움직임과 결을 달리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이 의원 첫 등원에 맞춰 정성호ㆍ우원식 의원 등 이 의원을 포함한 10명이 만찬 회동을 했을 때도 그는 참석하지 않았다. 각종 친명계 주도 기자회견에 불참해온 것은 물론, 이날까지 63명이나 서명한 연판장에도 그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런 행보에 당내에선 “구(舊)명계가 된 거 아니냐”(친문 초선), “일시적 현상일 것”(친명계 보좌진)이란 말만 무성하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대놓고 등을 돌린 이들도 있다. 이 의원이 본선 캠프에 영입해온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연일 이 의원을 비판 중인 그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필요할 땐 온갖 감언이설로 회유해서 이용해 먹고, (이젠) 토사구팽을 한다”고 썼다. 이재명 본선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던 강훈식 의원도 지난 3일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제가 모든 걸 걸었던 대선 후보는 명분도 없는 지역의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기본과 상식을 무너뜨렸다”고 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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