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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독도 하늘에 뜬 韓전투기…尹취임식 영상에 딴지 건 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이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 영상에 한국 전투기가 독도 상공을 날아가는 장면에 대해 외교 경로로 항의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정부가 오는 10일 일본의 참의원 선거 후 양국 간 대화 재개 등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려는 가운데, 일본의 끊임 없는 '독도 딴지'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월 10일 취임식 당일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 앞서 상영된 각 군의 대비 태세 보고 영상 중 한국 전투기가 독도 상공을 나는 장면. JTBC 취임식 생중계 화면 캡처.

5월 10일 취임식 당일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 앞서 상영된 각 군의 대비 태세 보고 영상 중 한국 전투기가 독도 상공을 나는 장면. JTBC 취임식 생중계 화면 캡처.

독도 위 전투기 날자 항의

일본이 문제 삼은 장면은 지난 5월 10일 취임식 당일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 앞서 상영된 각 군의 대비 태세 보고 영상에서 나왔다. 당시 영상에서 공군은 "국토 동쪽 끝 독도 상공입니다. 대한민국 하늘과 우주를 지키는 강한 공군으로서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전투기가 독도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5월 10일 취임식 당일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 앞서 상영된 각 군의 대비 태세 보고 영상 중 한국 전투기가 독도 상공을 나는 장면. JTBC 취임식 생중계 화면 캡처.

5월 10일 취임식 당일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 앞서 상영된 각 군의 대비 태세 보고 영상 중 한국 전투기가 독도 상공을 나는 장면. JTBC 취임식 생중계 화면 캡처.

이와 관련, 일본 측은 주한일본대사관 등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 측에 즉각 항의했다. 이에 정부는 "독도는 역사적ㆍ지리적ㆍ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의 영토"며 "한국 정부는 독도에 대한 확고한 영토 주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기본 입장을 설명했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일본은 과거부터 우리의 독도 관련 행위에 대해 예외 없이 공식적이고 기록에 남는 '온 더 레코드' 방식의 항의를 한다는 방침"이라며 "자꾸만 일본이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는 영토 문제를 들고 나오면 과거사 문제로 가뜩이나 어려운 한ㆍ일 관계가 더욱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 측은 비공개로 항의하는 선에서 일단 그치기로 했다고 한다. 취임식 축하 사절단으로 방한했던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친서를 들고 같은 날 오후 윤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만나는 등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5월 10일 취임식 당일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 앞서 상영된 각 군의 대비 태세 보고 영상 중 한국 전투기가 독도 상공을 나는 장면. JTBC 취임식 생중계 화면 캡처.

5월 10일 취임식 당일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 앞서 상영된 각 군의 대비 태세 보고 영상 중 한국 전투기가 독도 상공을 나는 장면. JTBC 취임식 생중계 화면 캡처.

해양조사에 '급발진'…뇌관 여전 

다만 일본이 독도 문제를 언제든 쟁점화할 불씨가 살아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독도 인근 해역 조사 전용으로 지난 4월 취항한 독도누리호가 이르면 이달 중 본격 운항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외교 소식통들은 "지난 5월 말 한국 국립해양조사원의 독도 해양 조사를 기점으로 일본 내 한국에 대한 기류가 급랭했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한국의 독도 해양 조사와 관련, 5년 만에 처음으로 "즉각 중지하라"며 공식 항의했다. 외교부는 "유엔 해양법협약 등 국제법과 관련 국내법에 따라 이뤄진 정당한 활동"이라고 맞섰다.

앙금은 지속되고 있다. 당초 양국이 지난달로 조율하던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방일이 연기된 것 뿐 아니라 지난달 29~3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회담이 불발된 것도 독도 갈등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난달 15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의 독도 해양 조사로 인해 대화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21일 포항 영일만 구항에서 독도 및 울릉도 주변 해상 연구를 전담할 독도누리호 취항식이 열린 모습. 경북도. 연합뉴스.

지난 4월 21일 포항 영일만 구항에서 독도 및 울릉도 주변 해상 연구를 전담할 독도누리호 취항식이 열린 모습. 경북도. 연합뉴스.

"한시가 급한데…억지 언제까지"

전문가들 사이에선 강제징용, 위안부 등 과거사, 후쿠시마 오염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등 한ㆍ일 간 풀어야 시한폭탄 같은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어차피 평행선일 수밖에 없는 영토 문제까지 일본이 꺼내드는 건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외교부는 지난 4일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ㆍ관 협의회를 출범하는 등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이 현금화되는 걸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해묵은 독도 영유권 억지까지 부린다면 정부가 과거사 문제 해결을 설득할 국내적 명분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이 독도 관련 한국의 정당하고 정례적인 활동까지 문제삼을 경우 과연 한국과 관계 개선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그 진정성마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최근 국제 정세로 인해 자민당 내 강성 의원을 중심으로 영토 및 안보 문제에 대한 강경 대응론이 힘을 얻고 있으며, 외무성조차 이를 제어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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