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술 같다" 출동했지만…경찰이 강남 주점 사망 못막은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022.07.07 05:00

업데이트 2022.07.07 12:15

지난 5일 오전 강남 유흥주점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헤어진 뒤 각기 유명을 달리한 남녀가 사망 전 경찰과 두 차례나 맞닥뜨렸다는 사실이 확인돼 사망 경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은 왜 이들의 죽음을 막을 수 없었을까

경찰이 오전 6시 57분 처음 이들과 마주한 건 무전취식 신고 때문이었다. 역삼지구대원들이 현장을 찾았지만 이미 술값 계산 시비는 정리가 된 후였다. 1시간30분 뒤 사망한 20대 남성 B씨가 포함된 일행은 “돈을 내기로 했다”고 설명했고 업소 측도 인정해 현장에서 철수했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이 업소에서 두번째 신고가 112로 접수된 것은 약 1시간 뒤인 오전 7시 54분. “손님 테이블에서 함께 술을 마셨던 동료 A씨(30대 여성)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도움 요청이었다. 신고자는 현장에 출동한 역삼지구대원에게 “손님이 술에 마약을 탄 것 같다”고 말했고, 역삼지구대원은 곧장 당직 근무중인 강남서 강력팀에 지원을 요청했다. 강력팀이 할 수 있는 건 시약 검사와 병원 이송 등을 권유하는 게 전부였지만 의식이 있는 상태였던 A씨는 시약 검사를 강하게 거부했다. 경찰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이 없는 상태에서 A씨가 임의동행을 거부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떠난 강력팀은 마약팀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2시간 뒤 귀가한 A씨는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경찰이 이 업소에 두번째 출동할 무렵 업소를 떠난 B씨는 업소에서 700m쯤 떨어진 공원의 가로수를 들이박는 사고를 냈다. 이를 목격한 공원 경비원의 신고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차 안에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던 B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B씨는 오전 8시 30분쯤 숨을 거뒀다. 차량 조수석 바닥에선 필로폰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물질이 발견됐다.

6일 여종업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입구에 마약 사용을 금지하는 경고문이 붙여있다. 뉴스1

6일 여종업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입구에 마약 사용을 금지하는 경고문이 붙여있다. 뉴스1

동석자 모발·소변 검사 진행 및 조사…부검 의뢰도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손님들과 술을 마신 여종업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6일 사건이 일어난 유흥업소 모습. 뉴스1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손님들과 술을 마신 여종업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6일 사건이 일어난 유흥업소 모습. 뉴스1

경찰은 두 사람의 사망 원인을 마약 과다 복용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고자의 주장과 B씨 차량에서 발견된 필로폰 추정 물질이 근거다. 두번째 출동 당시 현장의 술잔과 술병은 이미 치워진 상태여서, 경찰은 부검에서 사인이 확인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두 사람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함께 술자리에 있던 나머지 4명의 동석자를 불러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1명은 A씨의 동료 종업원 나머지 4명은 B씨의 지인인 일행들이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모발과 소변을 임의 제출받아 마약 성분 검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A씨의 술잔에 마약류 의심 물질을 넣은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지만 자세한 경위는 감식과 부검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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