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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 부상 딛고 260분짜리 역전드라마 썼다...나달, 윔블던 4강 진출

중앙일보

입력

부상 딛고 윔블던 4강에 진출한 나달. [AP=연합뉴스]

부상 딛고 윔블던 4강에 진출한 나달.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윔블던 테니스 대회 8강전이 벌어진 영국 윔블던의 올드잉글랜드컵 센터코트. 테일러 프리츠(세계랭킹 14위·미국)에 2세트를 8게임을 앞두고 라파엘 나달(4위·스페인)이 주심에게 메디컬 타임을 요청했다. 갑작스러운 복부 통증을 호소한 그는 코트를 떠나 긴급 치료를 받았다. 코트로 복귀한 나달은 힘과 스피드가 눈에 띄게 줄었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기권할 것처럼 보였다.

그는 모두의 예상을 깼다. 2번 시드의 나달은 부상을 딛고 프리츠에 3-2(3-6, 7-5, 3-6, 7-5, 7-6〈10-4〉) 역전승을 거뒀다. 무려 4시간 20분의 혈투였다. 만 36세 나달은 노련한 운영과 강한 집념이 돋보인 경기였다. 윔블던 소셜미디어는 "여전히 도전 중이고, 여전히 싸우고 있다. 여전한 나달"이라고 축하 글을 올렸다.

통증 탓에 복부에 테이핑한 나달. [AP=연합뉴스]

통증 탓에 복부에 테이핑한 나달. [AP=연합뉴스]

1세트까지 시속 170㎞대 서브를 내리꽂던 그는 부상 후 시속 150㎞대까지 떨어졌다. 이때부터 나달은 절묘한 포핸드 다운 더 라인과 드롭 샷을 구사하며 프리츠를 괴롭혔다. 5세트 6-6까지 물고 늘어진 끝에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한 나달은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해 5-0으로 앞서며 주도권을 쥐었다. 프리츠는 추격을 시도했지만, 바닥난 체력 탓에 연이은 실수를 범하며 무릎을 꿇었다.

나달은 승리 인터뷰에서 "힘든 경기였다. 이겨서 행복하다"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부상 상태에 대해선 "전반적인 몸 상태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복부는 좋지 않다. 서브 방법을 바꿔야만 했다. '내가 경기를 끝까지 치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경기 중 여러 차례 들었다. 코트의 에너지가 나를 도왔다"고 설명했다. 나달은 지난달 파리오픈에서도 고질적인 왼쪽 발목 부상 탓에 진통제를 맞아가며 경기해 우승했다.

이로써 나달은 윔블던 우승까지 2승만 남겨뒀다. 그는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는 역대 최다인 14회 우승을 거둬 '흙신'으로 불린다. 그러나 잔디 코트의 윔블던에선 두 차례(2008·10년) 우승에 그쳤다. 이날 승리로 상승세를 탄 그는 12년 만에 '풀신(잔디코트의 신)'에 도전한다. 나달이 우승할 경우 자신이 보유한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 횟수를 23회로 늘린다. 2위권과 격차가 벌어진다. 노박 조코비치(3위·세르비아)와 로저 페더러(97위·스위스)가 나란히 20회 우승으로 나달의 뒤를 쫓고 있다. 이번 대회 1번 시드를 받은 조코비치는 4강에 선착했다. 페더러는 부상으로 불참했다. 나달과 조코비치 둘 다 패하지 않으면 결승에 맞붙는다. 나달은 '코트의 악동' 닉 키리오스(40위·호주)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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