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로컬 프리즘

시장 선거 이후 대전에서 생긴 일

중앙일보

입력 2022.07.0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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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방현 기자 중앙일보 대전총국장
김방현 내셔널팀장

김방현 내셔널팀장

지난달 1일 치른 대전시장 선거는 민주당 허태정 후보와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 간 역대급 난타전 양상을 보였다. 지지율도 엎치락뒤치락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접전 끝에 이장우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이장우 후보는 ‘무능한 시정(市政) 교체’ 카드를 밀어붙였다. 더 절박한 쪽은 민주당 허태정 후보였던 것 같다. 현직 시장이던 그는 “20년 동안 연임한 대전시장이 한 명도 없었다”며 “꼭 다시 선출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난타전 여파는 선거 후에도 가라앉지 않았다. 당선인측 시정 인수위원회가 대전시 핵심 정책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게 대전도시철도 2호선(트램) 사업비 문제다. 트램 건설비가 선거가 끝나자 갑자기 두 배로 뛰었다. 2020년 기본계획 수립 당시 국토교통부가 승인한 7492억원에서 1조4837억원이 됐다. 인수위는 “대전시가 당초 제대로 보고하지 않다가 추궁하니 실토했다”고 했다. 인수위는 선거를 의식해 사업비를 시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의심했다.

대전시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에서 지역화폐 ‘온통대전’ 출시 기념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시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에서 지역화폐 ‘온통대전’ 출시 기념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전시는 “물가와 땅값이 오르고, 트램 전기 공급시설을 바꾸면서 비용 등이 증가했다”라며 “정확한 증가 규모는 지난 6월에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사업비가 급증한 트램 건설이 제대로 추진될지도 의문이다. 경제위기에 정부가 폭증한 사업비를 쉽게 승인해 줄 가능성은 별로 없어서다.

게다가 선거 이후 대전시 지역화폐(온통대전) 예산이 고갈된 사실도 드러났다. 대전시는 당초 오는 9월까지 지역화폐 예산으로 1400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달 중순께 바닥난다고 한다. 대전시는 ‘온통대전’ 이용자에게 월 사용액 50만원 범위에서 10%의 캐시백을 지급했다. 그러다가 선거 직전인 5월 한 달간 지급률을 15%로 올렸다. 매월 178억∼197억원 수준이던 캐시백 월간 지출 규모가 5월에는 358억원으로 급증했다. 전체 예산의 26%를 한 달간 ‘몰빵’한 셈이다.

시는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서 소비가 살아나 사용액이 대폭 늘어났다”며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지난 5월을 ‘대한민국 동행세일’ 기간으로 지정해 소비를 유도하라고 권고했다”고 했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 동행세일 행사는 5월에 열리지 않았다.

대통령부터 기초의원까지 선출직은 늘 무리한 표밭 관리 유혹에 빠진다. 가장 쉬운 방법은 돈 풀기, 또는 불리한 정책 숨기기다. 트램 사업비 급증과 온통대전 예산 고갈 사태도 이에 해당한다. 최근 몇 년간 정부는 물론 자치단체가 선심성 돈 풀기나 정책 과잉 홍보 등을 남발해 온 게 사실이다. 이런 행태가 눈앞의 경제위기를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후유증을 국민이 감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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