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분수대

자녀 살해

중앙일보

입력 2022.07.0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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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주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주영 사회에디터

장주영 사회에디터

1990년대만 해도 동반자살이란 표현이 뉴스에 종종 등장했다. 사업이 망했거나, 생활고를 겪었거나, 장애나 질병으로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일가족이 함께 비극을 맞이하는 경우다. 하지만 일가족 모두가 극단적 선택에 적극적으로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기자협회가 보건복지부·한국자살예방센터와 함께 정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서도 일가족 동반자살이란 표현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일가족 동반자살은 살해 후 자살이나 자살교사와 같은 범죄 행위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다.

일가족 사망 중에서 가장 악랄한 형태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경우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처럼 여기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이 원인이다. 어떤 경우엔 ‘홀로 남겨두는 게 더 불행하니까 어쩔 수 없이 데려간다’는 변을 유서로 남기기도 한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고 이해해주길 바랐겠지만, 그 어떤 절박한 이유도 살인을 정당화할 수 없다.

지난달 29일 전남 완도 송곡항 앞바다에서 조유나(10)양이 부모와 함께 차량 속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아빠 조모(36)씨가 1억원이 넘는 돈을 코인에 투자했다가 수천만원 손실을 보았으며, 카드빚과 대출 등 1억5000만원의 빚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씨가 생전 ‘수면제’ ‘방파제 추락’ 등을 검색한 사실도 알아냈다. 생활고를 비관한 범죄(자녀 살해)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최근 투자 실패로 고민하는 20~30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회생·파산 현황’에 따르면 만 20~29세의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2019년 1만307건, 2020년 1만1108건, 2021년 1만1907건으로 매년 평균 800건씩 증가했다. 상당수가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경우로 추정된다.

투자 실패로 비관하는 청년 중에서도, 특히 조씨와 같은 젊은 가장들을 정부와 지자체가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혹시 모를 위험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심리 치료나 상담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적극적 분리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생활고가 자녀 살해로 이어지는 불행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죽을 이유가 없던, 더 행복해야 마땅했던 유나양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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