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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존슨 총리 거짓말에…재무·보건장관 등 10여 명 줄사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또다시 리더십 위기에 직면했다. 존슨 총리의 인사 문제와 이와 관련한 거짓말 논란에 반발해 내각의 핵심 장관 두 명이 사임하면서다.

지난 5일(현지시간) BBC·가디언 등에 따르면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이 이날 사임을 발표했다. 영국에서 재무부 장관은 내각에서 총리에 이어 서열 2위의 각료다. 두 장관을 포함해 앨릭스 초크 웨일스 법무차관, 집권 보수당의 빔 아폴라미 부의장 등 관리·정치인 10여 명이 같은 이유로 줄사퇴했다. 줄사퇴는 이날 존슨 총리가 크리스토퍼 핀처 하원의원의 성 비위 혐의를 알고도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했던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한 직후 벌어졌다.

사건은 핀처 의원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남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원내부총무에서 물러나면서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핀처 의원이 2019년 외무부 부장관 시절에도 성 비위 혐의가 있었지만 존슨 총리가 이를 알면서도 올해 초 그를 원내부총무로 임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뒤 총리실 해명이 오락가락하면서 거짓말 논란으로 번졌다. 총리실은 처음엔 존슨 총리가 그의 과거 혐의를 몰랐다고 부인했다가 지난 4일엔 이를 알고 있었지만 이미 해결됐던 사안이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다음 날 사이먼 맥도널드 전 외무부 차관이 당시 존슨 총리가 핀처 의원에 대한 조사 결과를 직접 보고받았다고 밝히면서 사태가 더욱 확대됐다. 결국 이날 존슨 총리는 2019년 당시 이를 알고 있었으나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뒤 핀처 의원 인사는 “실수였다”며 사과했다.

존슨의 시인과 사과 직후 두 장관은 10분 간격으로 각각 사임을 밝혔다. 가디언은 두 장관 모두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임 배경에 핀처 의원의 인사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역 규정 위반과 거짓말 논란이 겹친 ‘파티 게이트’ 등으로 지난달 6일 당내 신임투표에서 간신히 자리를 지켰던 존슨 총리는 이로써 또 한 번의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CNN은 “이번엔 정말 ‘게임 오버’가 될 수 있다”며 “이전 문제들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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