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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은 첩보 무단삭제, 서훈은 합동조사 강제종료 혐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가정보원이 6일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탈북 어민 북송사건’과 관련해 고발했다. 국정원이 직접 직전 원장을 고발한 건 회고록 발간과 관련해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된 2011년 김만복 전 원장 사건에 이어 두 번째다. 국정원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등으로 박 전 원장 등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서 전 원장에 대해선 “탈북 어민 강제북송사건과 관련, 당시 합동조사를 강제 종료시킨 혐의로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두 전직 원장을 고발한 근거와 관련해 “국정원의 자체 조사 결과”라고 명시했다. 국정원 조사에서 최소한의 혐의를 확인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국정원은 두 사람을 고발하면서 국정원법상 직권남용죄 외에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박 전 원장), 허위 공문서 작성죄(서 전 원장) 등의 혐의를 적시했다.

박 전 원장이 연루됐다고 밝힌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은 2020년 9월 21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소연평도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가 실종돼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뒤 해상에서 시신이 소각된 사건이다. 당시 군과 정보당국은 감청 등을 통해 수집한 특수정보 등을 근거로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월북으로 추정할 근거가 없었다”며 당시 수사 결과가 뒤집혔다.

탈북 어민 북송사건은 2019년 11월 북한 선원 2명이 배에 탑승했던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가 판문점을 통해 이들을 북한으로 추방한 사건이다.

박 전 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의 고발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페이스북에도 “안보장사 하지 말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정원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사람을 아예 뿌리 뽑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썼다. 서 전 원장은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례가 없는 정치적 행위”라며 “살아 있는 권력에 충성하는 국정원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검찰청은 즉시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했다. 중앙지검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을 수사하는 공공수사1부에 배당하는 안을 검토 중이지만, 대규모 수사 가능성을 고려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이 없는 혐의는 공공수사2부 등에 배당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편 국방부는 이대준씨 관련 특별정보(SI·대북 감청 정보) 등 군사기밀이 무단 삭제된 사실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가 운영하는 군사통합정보처리시템인 밈스에서 2급과 3급 비밀 자료가 상당수 사라진 걸 최근 발견했다”며 “현재 이들 자료를 복원하는 한편 삭제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최종 발표에서 “정부는 유족에게조차 (6시간 동안) 실종자의 북측 해역 생존 사실을 숨겨 유족은 그 시간에 엉뚱한 곳을 수색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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