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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민영이 고발한다

오만에 빠져 두달만에 '데드크로스'...가장 큰 문제는 '이곳'이다

중앙일보

입력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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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는 와중에 국민의힘은 민생과 거리가 먼 내분에 휩싸였다. 배현진 최고위원과 권성동 원내대표, 이준석 당 대표(앞줄 왼쪽부터). 그래픽=박경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는 와중에 국민의힘은 민생과 거리가 먼 내분에 휩싸였다. 배현진 최고위원과 권성동 원내대표, 이준석 당 대표(앞줄 왼쪽부터). 그래픽=박경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정평가(6월 27일 데이터리서치, 7월 4일 리얼미터)가 과반을 넘겼다. 취임 50여일 만의 일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50일 전후 각각 80%와 60%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는 억울할 수 있다. 거대 양당의 대립 구도가 과거 어느 정부보다 격화되었으며, 미국 경기 침체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지만 그렇게 못해서 발생한 문제는 오롯이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 책임이다. 비단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성공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당(국민의힘)·정(정부)·대(대통령실)를 향한 쓴소리가 당장 절실하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힘에 있다. 선거 두 번 이겼다고 세상 다 가진 양 이권 다툼에 매몰되고 말았다. 근래 국민의힘 최고위원 회의장은 그야말로 도떼기시장이다. 들리는 소식이라고는 어느 최고위원이 당 대표를 힐난하며 설전이 벌어진 끝에 회의가 파행으로 끝났다는 식의 갈등이 전부다. 비공개회의라는 말이 무색하게 관계자의 모든 발언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도 문제다. 구체적인 단어 하나하나까지 언론에 노출되니 비공개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리 만무하다. 갈등이 커질수록 현안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국민의힘 대변인으로서, 야당이 되고 나서야 경제와 민생을 이야기하는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비판하는 것조차 부끄러워졌다. 여당으로서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최고위에서 또 다시 갈등을 노출했다. 풀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는데 당 내분이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최고위에서 또 다시 갈등을 노출했다. 풀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는데 당 내분이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달 22일 이준석 당 대표와 관련한 윤리위원회 개최 전후로는 당 대표 징계 이슈가 모든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 관련 기사는 모조리 대표를 둘러싼 구설로 도배됐다. 원 구성 협의, 경제와 민생,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진상규명 등 현안이 산적해 있었으나 여당 내에서 공론화에 힘쓰는 이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대변인단 등 극소수였다. 무슨 목소리를 내도 이목을 돌릴 순 없었다. 아니, 급한 현안을 이야기하면 어느 한쪽 편에 서서 입장을 내보내라는 요구가 내홍을 겪는 양측으로부터 빗발쳤다. 당내 지지층의 분열이, 정부의 정책을 법과 메시지로 지원해야 할 당의 본래 기능마저 망가지게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제발 일 좀 하게 해달라”고 절규하는 게 전부였다. 나도 이렇게 답답한데, 국민은 오죽할까.

정부도 미숙했다. 당 상황과 경제 위기에 따른 국민적 요구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상태에서 설익은 정책을 내놓으며 여론을 흔들었다. 주 52시간제 개편과 등록금 규제 완화, 전기료 인상 등이 대표적이다. 정책의 방향성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인데도, 인기 유지에 급급해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홍보와 마케팅은 분명 문제다. ‘주 92시간’이라는 상한선에 방점이 찍힌 52시간제 개편안은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겼다. 연이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야근송’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설상가상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기업의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현 정부가 노동을 경시한다는 인식이 빠른 속도로 퍼졌다. 등록금 규제 완화와 전기료 인상도 마찬가지다. 저소득층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이 함께 발표됐다면 지금과 같은 반발에 직면하지 않았을 거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장관은 52시간제 개편안 등을 내놨으나 민심만 자극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이를 번복했다. [뉴스1]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장관은 52시간제 개편안 등을 내놨으나 민심만 자극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이를 번복했다. [뉴스1]

정치는 설득과 타협의 과정이다. 같은 정책도 어떤 포장지를 씌우느냐에 따라 여론은 달라진다.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추진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 그런 정무적 판단보다 정책적 올바름을 앞세운 탓에 정권 초부터 고초를 겪은 게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광우병 광풍을 한번 생각해 보라. 여론은 옳고 그름에 따라서만 움직이진 않는다. 물론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책임의 원천은 마케터로서 정부 정책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 국민의힘에 있다. 당 기능이 손상되지 않았더라면, 정부의 크고 작은 실수는 무마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정부에 대해 아쉬움과 송구스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마지막은 대통령실이다. 메시지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 주 52시간제 개편, SI 정보 공개 건에서 나타난 당·정·대 메시지의 불일치는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단서를 드러낸다. 너나 할 거 없이 ‘핵심 관계자’를 자처하며 마치 대통령의 의중인 양 여론을 호도하는 상황도 근본적으로는 대통령실의 메시지 관리 부재가 원인이다. 당장 엊그제만 해도 “의제가 없으면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지 반나절도 안 되어 해당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반박이 제기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과거와 달리 대통령이 직접 출근길에 기자와 문답하는 세상인데도 윤심(尹心) 운운하며 대통령의 모든 언행을 각자의 뜻대로 해석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천명했음에도, 나토 회의 참석차 스페인으로 떠나며 당 지도부를 초청하지 않은 것까지 쓸데없는 해석을 보태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그 모든 발언 역시 누군지 모를 '핵심 관계자'의 입을 통해 전해지며, 진위와 무관하게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달 27일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하기 앞서 환송 나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불참을 놓고 여러 뒷말이 나왔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달 27일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하기 앞서 환송 나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불참을 놓고 여러 뒷말이 나왔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참칭의 대상은 대통령만이 아니다. 아무 직함 없는 대통령 부인의 팬클럽 회장까지 당내 문제에 왈가왈부한다. 평소라면 누구 하나 주목하지 않았겠지만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그런 인물과 공식적으로 명확하게 선을 긋지 않은 탓에 세상 사람들은 대통령 부부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인식을 하고, 그 결과 그런 발언에도 권위를 부여한다. 그렇게 대통령 부부를 참칭하는 이들의 불협화음이 당내 자중지란을 부추기고,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가장 큰 화두인 이준석 대표의 윤리위 문제가 설령 마무리돼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거 같아 더 우려스럽다. 어떤 특수한 상황 탓이 아니라 리더십과 시스템의 부재에서 기인하는 문제라서 그렇다.

지난해 12월 대선 당시 선대위에서 청년보좌역으로 활동하던 때의 기운이 다시 스민다. 그때처럼 의사결정은 더디고, 소통 채널은 망가졌으며, 각 기구는 본래 기능에 충실하지 못하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지금보다 더 나빠진 뒤 해결책을 모색하면 늦는다. 지난 1월 6일 청년보좌역 간담회에서 그랬듯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자칫 무수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쓴소리를 지금 자처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어디로 가고 있나. 또, 어디로 가야 하나. 동상이몽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발전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만큼은 단결되어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