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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유례없는 서훈·박지원 동시 고발…중앙지검이 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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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지원,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중앙포토

(왼쪽부터) 박지원,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중앙포토

국가정보원이 서훈(68)·박지원(80) 전 국정원장을 한꺼번에 대검찰청에 6일 고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탈북 선원 강제 북송 및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이다. 국정원이 직전 수장 2명을 동시에 검찰에 고발한 건 유례없는 일이다. 대검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날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맡겼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이날 오후 4시 대검찰청에 서훈 전 국정원장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과 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로 각각 고발했다.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북한 선원 2명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당시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으로 삭제한 혐의다.

'서해 공무원 의혹' 중앙지검 공공수사1부, 박지원 맡을 듯

대검찰청은 즉각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맡겼다. 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가 이미 ‘서해 공무원 피살 방조 및 월북 조작 의혹’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만큼 박지원 전 원장의 경우 공공수사 1부가 맡아 수사할 가능성이 크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당일 구조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청와대 6시간 의혹’을 포함해 대규모 수사가 예상되기 때문에 서 전 원장 관련 탈북 선원 강제 북송 사건은 따로 떼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이상현) 등에 배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희동·이상현 부장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이끌었다.

박 전 원장은 지난해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제보자와 여러 차례 접촉해 ‘제보 사주’ 의혹에도 휩싸인 바 있다. 제보 사주 의혹은 지난해 8월 조성은씨가 박지원 당시 원장 등의 사주를 받고 윤석열 대통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인터넷 매체에 “윤석열 총장 당시 검찰이 2020년 4·15 총선 직전 당시 미래통합당에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후보 등 더불어민주당 인사를 고발하도록 고발장을 건넸다”라고 제보했다는 내용이다.

또 박 전 원장은 지난달 10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에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분들의 존안 자료인 ‘X-파일’을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가 국정원으로부터 “재직 중 직무와 관련된 사항을 공개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라고 비판 받기도 했다.

국정원, 김만복 10·4 남북정상회담 비밀 누설로 두 차례 고발

국정원이 직전 국정원장 2명을 한꺼번에 고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노무현 정부 마지막 국정원장을 지낸 김만복 전 원장에 대해선 퇴임 후인 2011년과 2015년 연거푸 고발한 적이 있다. 김 전 원장이 2010년 10월 발간한 「다시, 한반도의 길을 묻다」라는 회고록에서 2007년 10·4 남북 정상회담 당시의 미공개 일화를 공개하자, 국정원은 2011년 1월 김 전 원장을 고발했다. 국정원은 2015년 10월 10·4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또 다른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김 전 원장을 재차 고발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은 박근혜 정부의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을 두고 국정원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에게 상납한 혐의 등으로 수사의뢰를 한 적도 있다. 이들은 유죄를 확정 판결 받고 복역했다. 수사의뢰란 고발할 정도까지는 되지 않는 비위 의혹을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조치다.

국정원의 고발·수사의뢰 조치가 아니더라도 수사를 받은 전직 국정원장은 많다. 김대중 정부의 임동원 전 원장과 신건 전 원장, 천용택 전 원장은 국정원 불법 도·감청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천 전 원장만 공소시효 만료로 기소를 면했고, 나머지 전직 원장들은 유죄 확정 판결 받았다. 이명박 정부 때의 원세훈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선거법 위반 등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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