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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공약 실현되나…'광주 최초 복합쇼핑몰' 현대가 선수 쳤다 [이슈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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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은 6일 "광주 북구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 약 31만㎡(약 9만평)에 미래형 문화복합몰 '더현대 광주'(가칭)를 열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전남·일신방직 부지 모습. 연합뉴스

현대백화점그룹은 6일 "광주 북구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 약 31만㎡(약 9만평)에 미래형 문화복합몰 '더현대 광주'(가칭)를 열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전남·일신방직 부지 모습. 연합뉴스

'광주 최초 복합쇼핑몰' 경쟁…'빅3' 중 현대가 선수 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전국적 관심을 끈 '광주광역시 최초 복합쇼핑몰' 타이틀은 누가 거머쥐게 될까. 유통 빅3 기업 중 현대백화점그룹이 제일 먼저 선수를 치고 나섰다. 광주광역시에 서울 여의도의 '더현대 서울'과 같은 문화복합몰을 만들기로 하면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6일 "부동산 개발 기업인 휴먼스홀딩스 제1차 PFV와 함께 광주 북구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 약 31만㎡(약 9만평)에 미래형 문화복합몰 '더현대 광주'(가칭)를 열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 계획대로 추진되면 윤 대통령의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이 실현되는 셈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미래형 문화복합몰은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 소매점을 중심으로 결합한 지금 복합쇼핑몰과는 구분되는 개념"이라며 "쇼핑과 더불어 여가·휴식·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문화체험이 접목되는 새로운 업태"라고 설명했다. '더현대 광주' 인근에 엔터테인먼트형 쇼핑몰과 국제 규모의 특급호텔, 프리미엄 영화관 등을 추가로 유치하고, 인근 기아타이거즈 홈구장인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와 연계해 '야구인의 거리'도 만들 예정이다.

아울러 1930년대 방직공장 가동을 위해 세운 화력발전소 등 방직산업 문화유산을 살린 '역사문화공원'도 조성해 이 일대를 쇼핑·문화·레저·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한 테마파크형 복합쇼핑몰로 개발한다는 게 현대백화점그룹의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침체한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약 2만2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2월 16일 광주 송정매일시장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으로 내놨다. 김상선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2월 16일 광주 송정매일시장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으로 내놨다. 김상선 기자

윤석열 복합쇼핑몰 공약…이재명 "극우 포퓰리즘" 비판

현대백화점그룹은 지역 소상공인과 상생 의지도 강조했다. '더현대 광주'는 기존 상권과 겹치지 않는 고급 브랜드와 광주에 선보인 적 없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를 겨냥한 새 브랜드 등으로 매장을 구성할 예정이다.

광주 복합쇼핑몰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건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월 16일 광주 송정매일시장에서 공약으로 내놓으면서다. 당시 윤 후보는 거리 유세에서 "광주시민들이 복합쇼핑몰을 아주 간절히 바란다. 왜 광주에만 (복합쇼핑몰이) 없나"라며 "이 유치를 누가 반대하나. 민주당이 반대해오지 않았나. 민주당 독점 정치가 지역민을 위해 한 것이 무엇이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극우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고, 민주당 을(乙)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는 "상생과 연대의 광주정신을 훼손해 표를 얻겠다는 알량한 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월 18일 저녁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윤석열 후보의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에 대해 "극우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월 18일 저녁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윤석열 후보의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에 대해 "극우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뉴스1

광주서 무산된 신세계 7000억 투자…대전 옮겨가

인구 143만 명의 광역시에 복합쇼핑몰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놀랍다", "문화적 충격이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복합쇼핑몰 부재가 호남의 낙후를 상징하며, 민주당에 의한 호남 홀대라는 인식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광주에는 아직 신세계그룹의 스타필드 같은 대기업 복합쇼핑몰이 없다. 창고형 할인점도 지난 1월 개장한 롯데쇼핑의 '맥스'가 처음이다. 신세계가 앞서 2015년 광주 서구 화정동 버스터미널 주변 부지를 확보해 복합쇼핑몰과 특급호텔 건립을 추진했지만, 인근 소상공인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닥쳐 2년 만에 중단했다.

그 결과 광주에서 7000억 원을 투자해 추진하던 복합쇼핑몰 사업이 그대로 대전으로 옮겨갔다.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백화점)와 호텔 오노마는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신세계가 지난해 8월 대전에 문을 연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외관. 연합뉴스

신세계가 지난해 8월 대전에 문을 연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외관. 연합뉴스

여당 "尹 공약, 적극 협조"…야당 "공존·상생 담보"

광주 복합쇼핑몰 추진 소식에 국민의힘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석호 국민의힘 광주시당 대변인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형 복합쇼핑몰 유치는 대통령 공약 사업이자 지방선거 때 (국민의당) 광주시장 후보의 공약이기 때문에 여당은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며 "이달 중 중앙당 (성일종) 정책위의장과 함께 광주에서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를 여는데 그때 광주시와 (복합쇼핑몰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송갑석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 측은 "전임 이용섭 시장이나 강기정 현 시장 모두 복합쇼핑몰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다만 '묻지마 입점' 찬성이나 적극 반대가 아니라 지역 상권과의 공존과 상생이 담보돼야 한다는 원칙이 꼭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1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광주광역시장 취임식에서 민선8기 시정 방향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뉴스1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1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광주광역시장 취임식에서 민선8기 시정 방향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뉴스1

신세계·롯데도 욕심…광주시 "국비 사업 추진"

현대백화점그룹뿐 아니라 신세계와 롯데쇼핑도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에 욕심을 내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광천동 버스터미널(유스퀘어) 부지 일부를 빌려 백화점을 운영 중인 신세계 측은 터미널 부지에 특급호텔과 함께 복합쇼핑몰 건립을 구상 중이다. 롯데쇼핑 측은 도심과 떨어진 어등산관광단지 부지에 복합쇼핑몰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측은 "현대·신세계·롯데 등 유통 빅3 업체가 복합쇼핑몰을 짓겠다는 의향을 밝혀와 행정적 절차만 안내한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정식으로 사업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규모 10만㎡ 이상의 쇼핑몰을 지으려면 광주광역시에서 도시 계획 변경과 교통 영향 평가, 건축 심의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환경 영향 평가는 정부, 입점 등록은 자치구에서 각각 맡게 된다"고 했다.

광주시 안팎에서는 "강기정 시장은 복합쇼핑몰 유치가 대통령 공약인 만큼 쇼핑몰 주변 공적 인프라에 대해서는 국비를 지원하는 국책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처럼 애초 사유지였던 과학공원 부지에 대한 도시 계획을 풀면서 문화 인프라 등을 연계해 복합단지화하는 방안이다.

앞서 강 시장은 후보 시절 "복합문화공간 기능을 하는 복합쇼핑몰은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 창고형 할인매장은 도심 외곽이나 전남 경계 지역에 유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종임 광주시 대변인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복합쇼핑몰 추진과 관련해 내일(7일) 오후 2시 인수위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지 정확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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