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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 압박에 '전대 룰' 물린 野비대위... 친명계,최고위 출마 러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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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당무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당무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친명(親明·친이재명) 대 반명(反明) 진영 간 내전으로 치달았던 ‘전당대회 룰’ 공방이 6일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친명계의 거센 반발을 샀던 비상대책위원회의 ‘전대 룰’ 수정안을 당 지도부가 대부분 철회하면서다.

민주당은 이날 당무위원회를 열고, 지난 4일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의결한 원안을 대부분 수용한 8·28 전당대회 경선 룰을 의결했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컷오프) 방식은 친명계 요구대로 ‘중앙위원 표결 70%·일반 여론조사 30%’로 확정했다. 친명계에서 강하게 반대한 ‘최고위원 권역별 투표제’도 백지화했다. 다만 당 대표와 달리 최고위원 예비경선은 여론조사 없이 중앙위원회 의결만으로 치르기로 해 비대위 수정안을 일부 남겼다.

“현행 유지가 말이 되냐. 남자를 여자로 바꿔야 할 판” 격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지 않고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발언을 넘기고 있다. 이날 우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당내 논란을 의식한 듯 ″전 오늘 모두 발언하지 않겠다″고 했다. 뉴스1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지 않고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발언을 넘기고 있다. 이날 우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당내 논란을 의식한 듯 ″전 오늘 모두 발언하지 않겠다″고 했다. 뉴스1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무위를 마친 뒤 “정치적 절충을 당무위가 시도했다”며 “최고위 예비경선에선 여론조사를 넣지 말자는 비대위 의견을 반영했고, 당 대표 예비경선 여론조사 비율은 전준위 안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친명 강경파의 실력행사가 결국 통했다”(친문 의원)는 분석이 다수였다. 비대위 안의 핵심이었던 ‘권역별 투표제’를 이날 오전 비대위가 자진 철회했기 때문이다.

우 위원장 역시 권역별 투표제를 철회한 것과 관련해 “중장기 과제로 설계하자는 것이 표면적 이유”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립이 격화하고 있어 당무위원회에서 격론이 벌어질 만한 사안은 줄여보자는 취지의 정치적 결정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당무위에선 예비경선에 여론조사를 포함하는 여부를 놓고도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때론 문밖으로 고성까지 들렸다. 한 참석자가 “이견이 많을 때는 현행 그대로 가는 게 안전하다”고 말하자, 4선 노웅래 의원이 “당이 백척간두에 있는데 현행 그대로 간다는 게 말이 되냐. 남자를 여자로라도 바꿔야 할 판”이라며 강하게 질타한 것이다.

1시간 30분 넘게 팽팽한 대립이 계속되자, 결국 유동수 의원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 컷오프 기준을 달리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한 참석자는 “유 의원이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빠르게 중지를 모을 수 있었다”고 했다.

친명계 “당원들의 승리” 자축…정청래, 최고위원 출마 선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대 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정성호, 정청래, 박주민, 김병욱, 양이원영, 김남국, 김용민, 장경태 의원. 김상선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대 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정성호, 정청래, 박주민, 김병욱, 양이원영, 김남국, 김용민, 장경태 의원. 김상선 기자

친명계는 이날 당무위 직전까지 여론전을 펼치며 조직력을 과시했다. 전날 돌린 ‘비대위 규탄’ 연판장엔 한밤중 20명이 넘는 의원들이 추가로 서명했다. 김용민 의원도 이날 오전 ‘개딸’ 등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층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날 당무위 결과 발표 직후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원들의 승리”라며 “집회부터 전 당원 투표 서명운동까지 모두 다 당원들이 만들어주셨고 관철시켰다”고 적었다. 당무위에 배석했던 장경태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아쉬운 점이 분명 있지만, 전준위 안으로 대부분 통과됐다. 당원 여러분께서 민주당을 위한 혁신의 목소리를 내주신 덕분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권역별 투표제’가 폐기되자 이재명계의 최고위 출마 ‘러시’가 시작됐다. 당내 대표적 강경파로 꼽히는 정청래 의원은 이날 오후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회견문에서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에 도전하면, 저는 당원 대표 최고위원에 도전하겠다”며 “강한 민주당을 만들어 반드시 정권을 탈환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강경파로 꼽히는 최민희 전 의원도 최고위원 출마를 준비 중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증인 출석 요구의 건 처리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항의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증인 출석 요구의 건 처리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항의하고 있다.

반대로 비수도권 출신 최고위원 후보자는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출신 송갑석 의원 외에는 거론되는 사람이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최고위원 선거에서 수도권 의원들이 독식해온 탓에, 지방 의원들은 권역별 투표제가 없으면 출마할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예비경선이 ‘중앙위 투표’로만 치러지는 점은 당내 기반이 약한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의 본선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전국 253개 지역위원장 및 지방자치단체장들로 구성되는 중앙위는 상대적으로 ‘보수적 투표’ 성향이 짙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당무위는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 자격 여부를 놓고 최종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 우 위원장은 “당무위에서 (부적격 판단을 내린) 비대위 의견을 존중한다고 만장일치로 정리해주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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