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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관 부인 나토동행 논란 확산…野 "공짜여행이냐 비선이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지난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스페인 방문 당시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 A씨가 동행한 문제가 큰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다. 6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한방 관련 회사 대표를 지낸 A씨는 윤 대통령 부부보다 닷새 앞서 선발대의 일원으로 스페인으로 출국했고, 귀국할 때는 대통령 전용기인 1호기에 탑승했다. 쟁점은 A씨 인선 과정에 김건희 여사가 관련돼 있는지, 또 대통령실 직원이 아닌 A씨에게 대통령실 예산을 지원한 게 적절했는지 여부다.

대통령실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순방 사진을 추가 공개했다. 사진은 28일 오전(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현지 숙소 인근에서 산책하는 윤 대통령 부부의 모습.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순방 사진을 추가 공개했다. 사진은 28일 오전(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현지 숙소 인근에서 산책하는 윤 대통령 부부의 모습.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청사 브리핑에서 A씨 역할에 대해 “김 여사를 수행하거나 김 여사 일정을 위해서 간 것이 아니다”라며 “김 여사를 수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전체 마드리드 순방 행사를 기획하고 지원하기 위해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 역량을 강조했다. 관련 질문에 이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이분은 인사비서관의 부인이어서 간 것이 아니다”며 “11년가량 해외에서 유학했다. 그래서 영어에 능통하고, 지금 회사를 운영하면서 주로 하시는 일이 국제 교류 행사 등을 기획하고 주관하는 일을 주로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민간인 아닌가.
“맞다. 그러하기에 ‘기타 수행원’ 자격으로 순방 일정에 참여했다. 주치의나 일부 통역도 기타 수행원으로 분리된다.”  
 꼭 그분을 데려갔어야 했나.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다. 의중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이를 행사에 반영할 수 있는 분이라고 판단했다.”
  A씨 인선 과정에 윤 대통령 부부의 요청이 반영됐나
“모든 행사의 기획, 준비 과정은 다 대통령의 뜻과 의중이 반영될 수 있다.”

‘앞으로도 A씨가 기타 수행원으로 참여하느냐’는 질문에는 “알 수 없다”고 했다. A씨 경비 처리 문제에 대해선 인사비서관 부인이라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 가능성 때문에 스스로 무보수 자원봉사를 자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항공편과 숙소 경비는 A씨에게 지원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순방 전 A씨의 신원조회 및 보안각서 작성 여부에 대해서도 “당연히 수행원이기 때문에 신원조회가 이뤄졌고 보안각서도 쓴 걸로 안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중엔 A씨가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당시 김 여사 일정에도 관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한 기자의 확인 요청에 대통령실 측은 “초기에 근무하면서 채용절차를 밟으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또 'A씨가 귀국할 때 이코노미석을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취재됐다'는 기자의 말엔 “A씨는 이코노미석을 타고 온 것으로 안다”고만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박5일 동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첫 순방을 마치고 김건희 여사와 지난 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3박5일 동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첫 순방을 마치고 김건희 여사와 지난 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공방은 정치권에서 크게 붙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한 나라의 영부인이 공식적인 수행원이 아닌 지인을 수행원으로 등록해 대동하고 국무를 봤다? 이것은 국가의 기강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최순실씨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었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무슨 보수를 받았나? 그런데 국정농단 사건이 생긴 것 아닌가”며 “개인적으로 지인을 쓰고, 대동하고 다니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영부인의 문제는 국가적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서 따져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했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은 ‘대통령실의 사유화, 비선의 공무집행’이라는 내용을 담은 기지회견문을 통해 “항공료와 체류 기간의 숙박비 등 지출 비용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야당에선 '검사는 요직 싹쓸이, 검사 부인은 공짜 해외 여행'이란 비판적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전당대회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강훈식 의원은 "국정조사를 요구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방어에 총력전을 폈다. 특히 권성동 원내대표는 KBS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 국정 수행 과정에서 꼭 공직자만 수행하라는 법은 없다. 필요하면 일부 민간인도 데려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때 보면 수시로 동원하지 않느냐"라며 "BTS(방탄소년단)를 수시로 해외 방문할 때마다 동원해 같이 무슨 퍼포먼스도 벌이고 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여권 내부에선 당혹해 하는 기류도 읽힌다. 지난달 김해 봉하마을 방문 당시 코바나컨텐츠 출신 지인이 동행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사적 수행·채용’ 논란이 일었던 김 여사가 다시 비선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나토 순방 효과가 김건희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며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공식기구를 서둘러 만들거나, 아니면 공약한 대로 조용히 내조만 하는 결정을 빨리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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