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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구원 투수 꿈꾸는 토레스가 레버식 기어 고집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쌍용차가 지난 5일 공식 출시한 토레스 내부. 가운데 기어가 버튼이 아닌 레버식으로 남았다. [사진 쌍용차]

쌍용차가 지난 5일 공식 출시한 토레스 내부. 가운데 기어가 버튼이 아닌 레버식으로 남았다. [사진 쌍용차]

쌍용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명가라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정통 SUV 토레스를 지난 5일 공식 출시했다. 국민 SUV로 사랑받았던 무쏘와 코란도의 강인함을 계승한 토레스는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쌍용차를 부활시킬 구원 투수를 꿈꾸고 있다.

쌍용차는 이날 인천 중구 네스트호텔에서 신차 발표회와 시승회를 개최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신차 발표회에 이례적으로 취재진 약 200명이 몰렸다. 토레스의 사전 계약은 당초 예상인 하반기 1만6800대를 훌쩍 넘어 3만대를 돌파했다. 이날 왕복 86㎞를 주행하는 시승회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됐다. 쌍용차는 취재진이 몰리자 차량 20여대를 시승용으로 준비했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판매가격 3020만원인 토레스 T7 모델이다. 사륜구동(200만원)과 무릎 에어백(20만원), 딥컨트롤패키지(100만원) 등 옵션이 들어가 총 가격은 3585만원이다. 옵션 없는 낮은 모델인 T5를 구매할 경우 차량 가격은 2740만원으로 내려간다.

쌍용자동차가 지난 5일 인천 중구 네스트호텔에서 개최한 '개발자와 함께하는 간담회'에서 박성진 상품개발본부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쌍용차]

쌍용자동차가 지난 5일 인천 중구 네스트호텔에서 개최한 '개발자와 함께하는 간담회'에서 박성진 상품개발본부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쌍용차]

“험로 주행 고려해 레버식 기어 유지”  

전면부 짧고 반복적인 세로 격자 모형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악어 이빨이 연상될 만큼 인상적이다. 디자인팀은 난공불락 성벽에서 그릴 모티브를 얻었다. 전면부에는 쌍용차 모델 최초로 로고를 없앴다. 이강 디자인 담당은 “토레스라는 이름의 차 브랜드가 부각되는 게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대신 쌍용이라는 영문 회사명을 차 뒷부분에 달았다”고 설명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단순했다. 공조장치나 인포테인먼트 조작 버튼을 모두 없앴다. 공조와 주행 모드 등 조작은 중앙 디스플레이 아래 8인치 디지털 통합 컨트롤 패널로 가능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옵션에도 없다. 이강 담당은 “정통 SUV를 지향하기 때문에 운전자 시야를 넓히기 위해 장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차량 버튼은 위급 상황 때 누르는 비상등만 유일하게 남았다. 다만 기어는 레버식으로 유지했다. 이 담당은 “험로 주행이나 주차, 급한 운전 등에서 직관성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넉넉한 실내 공간 역시 강점으로 느껴졌다. 트렁크는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여행용 손가방) 4개를 수납하고도 공간이 남는다. 2열을 앞으로 접으면 1662L를 수납할 수 있다. 성인 남성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조영욱 상품기획 담당은 “(뒤에 의자를 추가로 넣어)7인승 모델도 고민했지만 2019년부터 진행해 온 소비자 조사를 통해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지난 5일 공식 출시한 토레스 내부에 포함된 안전장치. 차량이 물에 빠졌을 경우 창문을 내부에서 깨뜨릴 수 있다. 안전벨트를 자를 수 있는 칼날도 들어 있다. 김민상 기자

쌍용차가 지난 5일 공식 출시한 토레스 내부에 포함된 안전장치. 차량이 물에 빠졌을 경우 창문을 내부에서 깨뜨릴 수 있다. 안전벨트를 자를 수 있는 칼날도 들어 있다. 김민상 기자

버튼 없어도 음성 인식으로 운전 중 조작 

중형 SUV답게 차체 흔들림은 크지 않았다. 바람이 센 인천대교도 일반 고속도로 같았다. 스마트 AWD(사륜구동) 시스템이 전륜과 후륜의 구동력을 자동으로 제어해준다. 앞차와 거리를 스스로 조절하며 주행하는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무리 없이 작동했다. 차선 일부를 밟고 주행하니 경고음이 나왔고, 핸들 무게감도 더해져 차선 내부로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했다. 경고 민감도는 4가지 단계로 조절이 가능하다. 커브길에도 손을 잠시 떼보니 차량이 차선을 인식해 자동으로 운행했다.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후측방 경고 등이 들어간 옵션은 100만원이다.

주행 중 에어컨 조작을 위해 중앙 하단의 통합 컨트롤 패널을 조작하는 것은 아래쪽에 있어서 불편했다. 다만 핸들 내부 왼쪽에 위치한 음성 인식 기능 버튼을 사용하니 에어컨과 내비게이션 조작이 수월했다. “에어컨을 켜줘” “지금 가는 목적지가 어디지”라고 말하자 바로 답이 왔다.

운전석에 앉아 가속 페달을 밟으니 시속 40㎞까지는 금세 속도가 올라갔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니 가속 페달을 밟을 때 배기음이 커졌다. 공식 연비는 복합 연비 기준 L당 11.2㎞. 다만 2019년에 코란도를 위해 나온 1.5L 터보 가솔린 엔진(e-XGDi150T)과 2014년부터 판매된 아이신 6단 자동 변속기는 신차에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성진 상품개발본부장은 “엔진을 작게 만드는 것이 최근 트렌드고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 강화되다 보니 1.5L 터보 가솔린 엔진이라면 일반 소비자에게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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