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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보다 더한 것 온다…‘R’공포에 원화 값 1310원대 추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R(Recessionㆍ경기 침체)’의 공포가 외환시장을 덮쳤다. 미국 달러당 원화가치는 한때 1310원대에 진입했다.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값은 전날 1300.3원보다 8.2원 내린 1308.5원으로 출발했다. 개장과 함께 원화가치는 빠르게 하락하기(환율은 상승) 시작했고 1310원 선도 뚫었다. 장중 1311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원화가치가 1310원대에 거래된 건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여전했던 2009년 7월(장중 기준) 이후 처음이다. 이날 서울 달러 당 원화 값은 최종적으로 전 거래일보다 6원 오른 1306.3원에 마감했다.

인플레이션(Inflationㆍ고물가) 뒤를 이어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는 전망에 외환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누적이 경기 침체를 불러오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심리 훼손과 구매력 악화, 기업 환경 어려움 등 전방위적인 경기 둔화가 확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1.6%(연율 기준) 뒷걸음질 쳤다. 경기 둔화의 징후가 뚜렷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금리 인상으로 침체에 빠지는 것보다 것이 고물가가 굳어지는 게 경제에 더 나쁘다”고 못 박았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FP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FP

유럽ㆍ일본 같은 다른 선진국과 달리 미국이 금리 인상 가속 페달을 계속 밟겠다 선언하면서 달러가치는 고공행진 중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번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 몸값은 더 치솟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도 폭풍 한가운데 있다. 원화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못지않게 추락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전 세계 경기 침체 우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어서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 둔화 요인 때문에 인플레이션 및 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신흥국가에 그다지 좋은 여건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한국의 무역수지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주식회사가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마당에 개별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돼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시도 ‘R’의 공포에 휘청이고 있다. 이날 오전 코스피는 11.67포인트(0.5%) 내린 2330.11로 장을 시작했다. 이후 장중 2310대로 더 미끄러졌다.

경기 침체 우려는 그동안 들끓던 국제유가에도 찬물을 부었다. 하루 사이 8% 넘게 하락하며 배럴당 100달러 선이 무너졌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8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 대비 8.2% 내린 배럴당 99.5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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