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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로 찢어지는데 왜"…수수한 버섯 먹고 18명 실려간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17년 9월, 경기 포천시 소흘읍의 한 마을회관에서 저녁 식사를 한 주민 18명이 동시에 구토, 발열 증상을 호소했다. 이들은 인근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은 덕분에 회복했다. 조사 결과, 주민들이 산에서 직접 채취한 야생 버섯으로 만든 요리를 나눠 먹고 이같은 집단 식중독 증상이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이 채취한건 독버섯이었다.

식중독 환자, 10년간 36명…식용버섯은 400종에 불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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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장마철 쉽게 번식하는 야생 버섯을 섭취하다가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덥고 습한 장마철은 버섯이 자라기 쉬운 환경이라 주변에서 쉽게 야생 버섯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버섯 1900종 중 먹을 수 있는 버섯은 약 400종에 불과하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야생버섯 안전사고로 36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2012년 4명, 2014년 5명, 2016년 6명, 2017년 21명으로 사고는 1~2년에 걸쳐 꾸준히 발생했다. 특히 포천 마을회관 집단 식중독 사례처럼 야생버섯을 가족, 지인과 나눠 먹는 경우가 많아 피해는 확산되기도 한다. 야생버섯 안전사고 1건당 평균 환자 수는 7.2명이다.

"색깔·모양만으로 식용 여부 판단해선 위험"

흔히 독버섯은 '화려한 색깔을 띤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독버섯의 형태와 색깔은 다양하다. 게다가 비슷한 모습의 식용버섯과 동시에 자라는 경우가 많아 전문가도 쉽게 구별하기 어렵다고 한다.

독버섯인 독우산광대버섯(왼쪽)과 식용버섯인 흰주름버섯(오른쪽). 식품의약품안전처.

독버섯인 독우산광대버섯(왼쪽)과 식용버섯인 흰주름버섯(오른쪽). 식품의약품안전처.

예를 들어, 독우산광대버섯은 강력한 독소인 아마톡신을 가지고 있어서 호흡기 자극, 두통, 현기증 등의 증상을 일으키고 여러 장기에 손상을 주는 치사율이 높은 버섯이다. 순백색의 아름다운 외형과 달리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어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주름살이 연한 분홍색 또는 짙은 갈색을 띠는 식용 버섯인 흰주름버섯과 모양이 유사하다.

독버섯인 붉은사슴뿔버섯(왼쪽)과 어린 영지버섯(오른쪽). 식품의약품안전처.

독버섯인 붉은사슴뿔버섯(왼쪽)과 어린 영지버섯(오른쪽). 식품의약품안전처.

붉은사슴뿔버섯 역시 균 독소인 트라이코세신을 가지고 있으며 적은 양만 섭취해도 오한, 복통, 두통, 마비, 장기부전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사망할 수 있다. 하지만 먹을 수 있는 어린 영지버섯과 외형이 유사해 착각할 수 있다. 건조나 가공을 통해 본래의 색채와 형태가 변하면 전문가도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이 때문에 야생버섯의 식용 가능 여부를 과학적 근거 없이 판단해서는 위험하다. 식약처는 야생버섯과 관련해 ‘색깔이 화려하지 않은 것은 먹을 수 있다’, ‘곤충이 먹은 흔적이 있는 것은 해가 없다’, ‘은수저를 변색시키지 않는 것은 먹을 수 있다’ '세로로 찢어지는 버섯은 먹어도 된다' 등 잘못된 속설을 믿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또 대부분의 독버섯 성분은 가열․조리하더라도 독성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익혀 먹는다고 해서 안전하다 생각해선 안된다.

식약처는 야생버섯으로 인한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야생에서 채취한 버섯은 먹지 않는 것이 좋으며, 섭취 시 두통·복통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먹은 것을 토해 내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섭취한 독버섯을 가지고 즉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섯과 관련된 잘못된 식용 판단법

◇색깔이 화려하지 않고 원색이 아닌 것은 식용할 수 있다.
☞ 화려한 색깔을 지닌 달걀버섯은 식용버섯으로 분류되는 반면, 수수한 외형과 색깔을 지닌 독우산광대버섯은 맹독성을 나타낸다.

◇세로로 찢어지는 버섯은 식용할 수 있다.
☞ 삿갓외대버섯은 느타리처럼 세로로 잘 찢어지지만 독성을 가지고 있다.

◇유액이 있는 버섯은 식용할 수 있다.
☞ 독버섯인 새털젖버섯아재비는 잘랐을 때 유액이 나온다.

◇곤충이나 달팽이가 먹은 흔적이 있는 버섯은 사람이 먹어도 해가 없다.
☞ 버섯 균독소의 작용기전은 사람과 동물에서 다르므로 이를 바탕으로 먹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은수저를 변색시키지 않는 버섯은 식용할 수 있다.
☞ 과학적인 근거가 없으므로 절대 맹신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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