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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난 해외여행, 여행사 직원 왜 안 돌아올까…진짜 위기 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해외여행객이 늘고 있다. 사진은 6월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연합뉴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해외여행객이 늘고 있다. 사진은 6월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연합뉴스

해외여행이 살아나고 있다. 2년 반 가까이 휴업 상태나 다름없었던 여행업계에도 활기가 도는 듯하다. 그러나 실상은 사뭇 다르다. 여행사 대부분이 인력난을 호소한다. 여행 시장은 회복됐는데, 막상 여행사는 일손이 부족해 허덕인다. 엔데믹 시대 여행업계가 겪는 인력난은 여러 이유가 있다. 여행사 입장에선 휴직 중인 직원을 다 불러내기에는 매출이 부족한 상황이고, 직원 입장에선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여행업 자체에 회의를 품게 됐다. 한 대형 여행사의 임원은 "여행업을 떠난 직원이 당장 돌아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행업계의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3년 만에 신규 채용 나선 하나투어

국내 최대 여행사 하나투어는 현재 신입사원 면접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정확히는 채용 연계형 인턴사원 모집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신규 채용이 중단됐으니 3년 만에 이뤄지는 대규모 인력 보강 작업이다. 약 5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하나투어의 대규모 신규 채용은 여행업계 정상화의 신호탄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하나투어 전체 직원 수는 올 3월 기준 1163명으로, 2020년 3월(2359명)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 지난해 희망퇴직으로 직원이 크게 줄었고 이후에도 회사를 떠난 직원도 많았다. 문제는 여행사를 떠난 직원 대부분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회사를 떠난 직원들에게 복귀 의사를 물어봤으나 대부분이 거절했다"며 "갑자기 증가한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워 우선 신입 직원을 뽑게 됐다"고 털어놨다.

 해외여행이 살아나면서 여행사도 바빠졌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전에 비할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여행업 종사자가 휴직 상태다. 뉴스1

해외여행이 살아나면서 여행사도 바빠졌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전에 비할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여행업 종사자가 휴직 상태다. 뉴스1

사실 하나투어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지난해 11월부터 전 직원이 정상근무 중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여행사들은, 규모를 떠나 대부분이 일부 직원만 출근하고 있다. 여행업계 2위 규모인 모두투어는 7월 초 현재 직원 70% 정도가 출근 중이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입국자에 대한 방역 지침에 완화됐지만, 항공사 국제선이 코로나 이전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며 "시장이 점차 회복되면 10월께 전 직원이 출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행사 대부분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에 의존하며 직원의 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6월 말 정부가 여행업·항공운송업·면세점 등 업종에 대해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180일에서 최대 270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직원을 휴업·휴직 상태로 두고 휴업·휴직수당의 90%까지 정부가 지원해주는 제도다. 이렇게 정부 지원을 받을 경우, 회사는 휴업·휴직 중인 직원에게 일을 시킬 수 없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정부 지원금을 포기하고 쉽사리 직원을 불러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 여행사 대표는 "해외여행이 다시 활발해진 것 같지만, 문의 전화만 많고 실제 예약은 많지 않다"며 "아직은 매출이 직원 인건비를 감당할 수준이 안된다"고 말했다.

아예 다른 업종으로…위기의 여행업

코로나 시기 구조조정을 단행한 여행사도 있지만, 직원 스스로 짐을 싼 경우도 많다. 20~30대 저연차 직원이 특히 많이 움직였다. 대형 여행사에서 일하다 최근 이직을 결정한 A씨는 "여행업이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는 걸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뼈저리게 느꼈다"며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는 젊은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선 열악한 처우도 주요한 이직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9년 상장 여행사의 평균 연봉은 4040만원이었다. A씨는 "IT 회사로 옮긴 옛 동료는 40% 이상 연봉을 올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여행사의 간부 직원은 "코로나 기간 중 퇴직한 직원들에게 연락하고 있으나 다시 출근하겠다는 직원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한숨을 쉬었다.

현재 등록된 여행업 수는 1만8000개가 넘는다. 대부분 영세한 10인 이하 소규모 여행사다. 사진은 여행사가 몰려 있는 서울 중구 무교동 풍경. 연합뉴스

현재 등록된 여행업 수는 1만8000개가 넘는다. 대부분 영세한 10인 이하 소규모 여행사다. 사진은 여행사가 몰려 있는 서울 중구 무교동 풍경. 연합뉴스

한국소상공인여행사협회 김봉수 부회장은 "일이 아예 없을 때는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주는 게 맞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차라리 인건비를 보조해주는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다. 전국 관광학과 졸업생의 취업 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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