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 끼우면, 노후 걱정 사라질까

중앙일보

입력 2022.07.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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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300조원에 달하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 오는 12일부터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된다. 퇴직연금이 ‘쥐꼬리 수익률’이란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시장과 투자자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사전지정운용제도의 주요 내용을 규정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12일부터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사전지정운용제(디폴트옵션)가 도입된다. 확정급여(DB)형은 회사가 퇴직연금의 운용 손익을 떠안고 퇴직금을 고정적으로 지급해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디폴트 옵션은 DC형, IRP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 상품을 결정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는 경우, 미리 지시한 운용 방법대로 전문기관에서 적립금을 대신 운용해주는 제도다. 말 그대로 ‘기본설정값(디폴트)’에 따라 돈을 굴려주는 것이다. 한번 설정하면 가입자가 별도 지시를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해당 방식으로 연금이 운용된다.

근로자 입장에서 디폴트 옵션 도입으로 달라지는 건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회사와 연금운용사가 상의해 디폴트 옵션 상품군을 정하면, 해당 내용이 퇴직연금규약에 기재된다. 근로자는 이 중 하나를 디폴트 옵션으로 골라야 한다. 이후에는 신규 가입 혹은 기존 상품 만기 이후 4주 안에 별도 운용지시가 없으면 2주의 대기 기간을 거쳐 선택한 옵션에 따라 연금이 운용된다.

현재 디폴트 옵션에 들어갈 상품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과 타깃데이트펀드(TDF),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인프라펀드 등이다. 오는 10월 첫 심의위원회 승인을 거쳐 시장에 상품이 나올 예정이다. 근로자도 이때 디폴트 옵션을 처음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로 달라지는 점은 위험자산에 100% 투자할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현재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한도는 70%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디폴트 옵션을 이용하면 적립금 전액을 주식과 펀드 등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진다.

디폴트 옵션의 도입 취지는 ‘잠자는 연금을 깨우자’다. 현재 DC형 퇴직연금은 가입자인 근로자가 직접 펀드를 선택해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지만, 전문성이나 관심이 부족한 탓에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상품에 담겨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적립금 295조6000억원 중 원리금 보장형(255조4000억원)이 전체의 86.4%를 차지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익률은 쥐꼬리 수준이다. 2021년 기준 퇴직연금 전체 연간수익률은 2.0%에 불과하다. 원리금 보장형의 수익률이 1.35%에 그친 탓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평균 수명이 점점 길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연금 수익률은 수년간 2%대로 노후 보장에서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해외도 비슷한 문제의식에 디폴트 옵션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디폴트 옵션이 당장 퇴직연금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주식 시장이 약세장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실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증권사 퇴직연금의 1분기 수익률이 상당수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황세운 실장은 “퇴직연금 수익률은 장기 투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오히려 지금 (실적배당형) 상품에 가입하는 게 투자자 입장에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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