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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인사 논란에 “전 정권 장관 중 훌륭한 사람 봤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소접견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소접견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그럼 전(前)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윤석열 대통령은 5일 오전 9시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부실인사, 인사 실패라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는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렇다”면서도, ‘반복되는 인사 문제들이 사전에 검증 가능한 부분이 많았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손가락을 옆으로 흔들었다. 윤 대통령은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해 보세요.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고 말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는 측근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듯 했는데, 새 정부는 전문성을 위주로 뽑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 시간가량 뒤 청사 5층 소접견실에선 박순애 부총리의 임명장 수여식이 열렸다. 윤 대통령은 임명장을 주면서 “임명이 늦어져서 뭐 언론에, 또 야당에 공격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 소신껏 잘해 달라”고 말했다.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던 박 부총리는 기념촬영에서도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논란을 낳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후 기자들을 따로 만나 “전반적으로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서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와 관련해 여러 잡음이 일어나고, 그런 것들에 대한 지적·비판, 이런 것들은 다 잘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언론과 야당의 공격을 받았다’고 말한 대목이 또다시 논란을 부르자 이 관계자는 “그동안 마음고생이 있었을 테니 그걸 위로하는 뜻에서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추가 설명에 나섰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난 정부 언급이 잦아지는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에도 인사 논란에 대해 “도덕성 면에서도 이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인사 편중 논란이 불거졌던 6월 8일에는 “과거 민변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한 참모는 익명을 전제로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지 계속 비교 대상으로 삼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언론 탓, 야당 탓한 게 전 정부의 패턴이었는데…”라며 말을 아꼈다.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태규 의원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후반기 의장단 선출이 이뤄진 날 임명이 이뤄진 것이 흔쾌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여야가 오십보백보의 잘못을 저지르고 서로를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하는 상황이 참담하다.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나’라는 대답은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것 아니냐’는 국민 물음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당 지지율 급락 경향까지 나타나면서 여당에서는 “민주당 복 누린다는 말은 이제 옛말”(중진 의원)이라는 자조도 나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해 “그분(윤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하에서 검찰총장을 한 고위급 인사다. 자기 디스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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