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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아웃링크' 버티는 카카오 vs 퇴짜 놓은 구글, 아웃링크가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약 4700만명(지난해 말 월간 활성 이용자 기준)의 사용자를 가진 ‘국민 앱’ 카카오톡이 구글의 앱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 업데이트 심사에서 ‘퇴짜’를 맞았다. 구글이 금지하는 ‘아웃링크 결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 셔터스톡]

약 4700만명(지난해 말 월간 활성 이용자 기준)의 사용자를 가진 ‘국민 앱’ 카카오톡이 구글의 앱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 업데이트 심사에서 ‘퇴짜’를 맞았다. 구글이 금지하는 ‘아웃링크 결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 셔터스톡]

‘국민 앱’ 카카오톡이 구글의 앱마켓(구글플레이)의 업데이트 심사에서 ‘퇴짜’를 맞았다. 구글이 금지하는 ‘아웃링크 결제’ 방식을 카카오톡이 고집한다는 이유에서다. ‘인앱 결제’를 둘러싼 카카오와 구글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구글이 당초 공언한대로 ‘앱마켓 정책 위반시 앱 삭제’라는 강수를 카카오톡에 적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슨 일이야

5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톡 앱은 최근 구글플레이의 앱 업데이트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월 4700만명이 쓰는 카카오톡이 앱마켓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날 “심사 통과가 거절된 시기와 심사 신청 횟수 등 세부사항은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다.

카카오 측은 ‘구글의 결제정책 위반’ 때문에 심사에 탈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5월부터 카카오톡 앱 사용자가 이모티콘 유료구독 서비스를 결제할 때 앱 외부의 웹사이트로 이동해서 결제하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해당 서비스에 부과되는 구글플레이 수수료(15%)가 서비스 이용료에서 제외돼 앱 내 결제보다 저렴해진다. 그러나 구글은 개별 앱이 아웃링크 결제를 허용하면, 이를 악용해 가짜 결제사이트로 소비자를 유도하는 해킹 피해 가능성이 커진다며 아웃링크 결제를 금지하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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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중요해

● “아웃링크는 백도어” vs “정당한 권리” :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에 아웃링크로 맞선 카카오의 전략이 통할지 여부에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아웃링크가 앱마켓의 존재 기반을 허무는 백도어(뒷문)인지, 앱 개발사의 정당한 권리인지 두고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구글 등 앱마켓은 인앱결제 수수료로 버는 수익은 앱마켓 보안과 앱 경제 생태계를 위해 상당 부분 재투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카카오 등 일부 앱 개발사는 앱 내 콘텐트 거래에는 앱마켓의 기여도가 낮기 때문에 결제액의 26~30%를 떼는 앱마켓 수수료율이 과하다고 주장한다.

● 279조원의 앱마켓 수수료 : 아웃링크 줄다리기가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앱마켓 수수료 수익 규모다. 양대 앱마켓 운영사인 구글·애플은 이들이 개발한 결제수단(인앱결제)으로 앱 내 거래가 일어나면 거래액의 최대 30%(통신사·PG사 수수료 포함)를 수수료로 떼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앱결제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앱 개발사의 자체 결제 수단(제3자 결제)을 적용할 수 있게 했지만, 이 경우에도 수수료율은 최대 26%에 달한다. 구글이 카카오 같은 거대 앱 개발사들에게 아웃링크 결제를 공식 허용하면, 앱마켓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19일 리서치 기업 센서타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의 인앱결제 거래액(전세계 기준)은 오는 2025년 850억달러(약 110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 ‘국민 앱’ 앱마켓 퇴출 가능? : 최악의 경우 카카오톡이 구글플레이에서 삭제될 수도 있다. 구글이 “6월부터 ‘아웃링크 결제 금지’ 등을 포함한 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은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하겠다”고 공지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이 구글플레이에서 퇴출되면 소비자는 더 이상 카카오톡을 해당 앱마켓을 통해 새롭게 내려 받을 수 없고, 기존 이용자들도 자동 앱 업데이트를 제공받을 수 없다.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 번거로운 업데이트 : 당분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받기 위해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날 기준 구글플레이에서 제공되는 카카오톡의 버전(9.8.0)은 원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9.8.5)에 올라온 버전보다 낮다. 업데이트를 받기 위해선 포털 다음에서 ‘카카오톡’을 검색해 수동으로 최신 버전의 앱을 내려 받아야 한다. 이 방식으로 앱 업데이트를 시도하면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이라는 경고가 뜬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사용자 공지사항을 통해 ‘경고 문구를 무시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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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안 취약성 ‘리스크’ : 앱 자동 업데이트를 받지 못하는 이용자가 늘수록 카카오톡 앱의 보안은 취약해진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앱 사용자의 업데이트가 느려질 경우 그만큼 새롭게 등장하는 각종 해킹 공격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카카오와 구글의 ‘강대강’ 대치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당분간 아웃링크 결제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측은 이날 “다음 웹사이트를 통한 카카오톡 최신 버전 배포 방식을 당분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글코리아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감독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향후 처리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날 “해당 사안에 대해서 실태 조사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인앱결제 강제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주도했던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카카오톡 심사 탈락은) 인앱결제 강제금지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상황”이라며 “방통위가 상황을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