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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치·밥’ 싣고 유럽 간다…CJ제일제당, 이선호의 글로벌 사업 본격화

중앙일보

입력

CJ제일제당이 유럽 식품시장을 본격 공략하며 한식(K-푸드) 영토 확장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 중장기 성장 전략회의’를 열고 2027년까지 유럽 식품사업 매출을 50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5일 밝혔다. 또 유럽에서 아시안 푸드 사업을 시작해 만두와 롤, 딤섬까지 아우르는 ‘랩(Wrapped·싸서 먹는) 푸드’ 분야 1위에 도전한다.

CJ제일제당 주요 경영진들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 중장기 성장 전략 회의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근영 식품생산지원실장, 최은석 대표, 경욱호 부사장, 박민석 성장추진실장, 김상익 식품한국사업총괄, 디미트리오스 CJ슈완스 대표. [사진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주요 경영진들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 중장기 성장 전략 회의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근영 식품생산지원실장, 최은석 대표, 경욱호 부사장, 박민석 성장추진실장, 김상익 식품한국사업총괄, 디미트리오스 CJ슈완스 대표. [사진 CJ제일제당]

주요 경영진 독일에 집결

이날 회의에는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를 비롯해 경욱호 부사장(최고마케팅책임자), 김상익 식품한국사업총괄 등 주요 경영진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담당 경영리더(상무)도 참석했다.

유럽을 공략할 대표 메뉴는 만두와 가공밥, 한식치킨(양념치킨) 등 이른바 ‘글로벌 전략 제품’이다. 만두로 대표되는 ‘비비고’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만큼, 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은석 대표는 “유럽을 빼고는 우리의 글로벌 전략이 완성되지 않는다. 퀀텀점프 전략이 필요하다”며 “런던과 파리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비비고 제품을 카트에 담는 소비자들을 보며 무한한 가능성을 느꼈고, 유럽 현지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에서 글로벌 1등을 향한 강한 열정과 의지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간편식 강국 유럽 “기회 많다”

CJ제일제당은 올 들어 해외 시장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올 초 본사 조직을 글로벌 헤드쿼터(HQ)와 한국 식품사업으로 분리하고, 글로벌 HQ 아래 식품성장추진실을 신설했다. 이어 만두·치킨·김·김치·K-소스·가공밥 등을 6대 글로벌 전략제품으로 삼았다. 특히 이선호 담당이 임원 승진과 함께 식품성장추진실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그룹의 경영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담당. [사진 CJ제일제당]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담당. [사진 CJ제일제당]

유럽 식품시장은 ‘K-푸드의 불모지’로 불릴 만큼 한식 점유율이 낮지만 그만큼 기회가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조리 과정 없이 데우기만 하면 돼 밀키트보다 간편한 ‘레디밀(Ready Meal)’시장이 발달해 있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비비고 만두를 앞세워 유럽 시장에 진입해 지난해까지 연평균 38%의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매출은 진출 첫해보다 4.5배 많은 약 600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엔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영국법인을 세웠다. 영국은 소득 수준과 다른 문화권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 시장을 위한 생산 거점은 2018년 인수한 독일 냉동식품기업 마인프로스트와 올해 초 준공한 베트남 키즈나 공장이 맡는다.

미국 1위 ‘비비고 만두’, 유럽서 통할까

CJ제일제당은 우선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은 비비고 만두를 앞세워 한식 만두 시장을 키우되, 유럽 소비자에게 친숙한 닭고기를 활용한 만두와 미국에서 검증된 제품을 중심으로 종류를 늘려갈 계획이다. 올 3분기엔 채식 인구 등을 겨냥한 100% 식물성 만두 신제품을 출시하고, 가공밥과 K-소스 등 글로벌 전략제품을 활용한 레디밀 시장에도 진입할 예정이다.

이후 하반기에는 한식 치킨과 가공밥 등 대중성 있는 제품들을 주요 유통채널에 입점시켜 비비고 제품군을 김치와 K-소스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의 경우 유럽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스낵 제품으로 만들어 ‘건강스낵’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한식뿐 아니라 아시안 푸드사업도 적극 확대한다. 유럽에선 한국식 만두보다 스프링롤과 에그롤 등 동남아식 롤의 인지도가 더 높다. CJ제일제당은 만두 노하우와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 베트남 만두업체 까우제를 인수하며 쌓은 동남아 롤 역량을 활용해 유럽 시장에 맞는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밥과 면류 제품을 확충해 유럽에서 한식을 포함하는 아시안 푸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유통망과 인프라를 갖춘 현지 식품업체 인수합병(M&A) 카드도 검토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앞서 진출한 미국에서 비비고 만두가 시장 1위를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RI에 따르면 비비고 만두의 미국 만두 시장 점유율은 지난 5월 기준으로 37.1%였다. 비비고 만두는 지난 2020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섰는데 이 중 해외 매출이 65%에 달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유럽에서도 최근 아시안 푸드와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회 요인이 많아졌다”면서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비비고 브랜드로 한국 식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아시안 푸드 1위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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