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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피크아웃’ 임박했나…국제 원자재 가격 꺾였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옥수수부터 구리까지 각종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하락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때 60% 이상 급등했던 천연가스 가격은 2분기에 3.9% 하락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유(WTI)는 지난달 초 배럴당 122.11달러까지 올라 정점을 찍고 현재 100달러 선으로 내려왔다. 밀∙옥수수∙대두 등 농산물도 1분기 말에 비해 가격이 현저히 떨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올들어 밀 가격이 급등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올들어 밀 가격이 급등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면화 가격은 5월초 이후 30% 이상 급락했고, 건축자재인 구리와 목재도 각각 22%와 31% 하락했다. 특히 각종 산업금속재를 거래하는 런던금속거래소(LME) 지수는 2분기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다만 원자재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텍사스 천연가스 수출 터미널 화재, 지난해에 비해 농산물 경작에 양호한 날씨 등도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거듭된 금리인상이 전반적인 수요를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원유∙금속∙농산물에 몰렸던 돈이 빠져나오고 있는 것도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JP모간체이스에 따르면 6월 17~24일 1주간 150억 달러(19조5000억원)가 원자재선물시장에서 빠져나왔다. 4주 연속 자금유출이고, 올해 들어 총 1250억 달러가 빠졌다.

각국의 코로나19 관련 락다운(봉쇄) 조치, 이상기후로 인한 흉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공급부족을 유발했는데 최근 그 영향이 완화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6월 17~24일 1주간 미국 석유생산량은 일평균 1210만 배럴로 증가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움츠러들던 2020년 4월 이후 최대치다.

이밖에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급격히 오른 미국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주택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고, 급등했던 목재 가격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중국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완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 소비가 줄어들면서 중국 기업의 재고가 쌓이면 상품가격을 낮추는 중국 기업들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원자재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자재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글로벌 공급망 문제도 하루아침에 잦아들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JP모간은 농산물 선물 투자를 추천하며, 농산물∙석유 같은 상품투자가 여름 막판엔 10%, 연말을 기준으로 하면 5%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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