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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채권 대학살? 그래서 이제 채권에 관심 가질 때!

중앙일보

입력 2022.07.05 07:00

미국 달러화 빼고 모든 자산 가치가 추락하는 요즘입니다. 한치 앞도 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선뜻 뭔가를 담게 되지가 않는데요. 그런데 시장에선 서서히 ‘이제 슬슬 채권에 관심을 가질 때’라는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채권? 이렇게 물가와 금리가 뛰는데? 왜? 궁금증을 가지고 6월 30일 채권 애널리스트 경력 10년인 신얼 SK증권 연구위원을 만났습니다.

 미국 회계사 자격이 있는 신얼 연구위원은 삼정KPMG 컨설턴트를 거쳐 채권 애널리스트가 됐다.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를 거쳐 현재 SK증권에서 채권과 부동산을 모두 맡고 있다. 우상조 기자

미국 회계사 자격이 있는 신얼 연구위원은 삼정KPMG 컨설턴트를 거쳐 채권 애널리스트가 됐다.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를 거쳐 현재 SK증권에서 채권과 부동산을 모두 맡고 있다. 우상조 기자

시장금리가 뛰면서 ‘채권 학살’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는데요. 채권시장은 어떤 상황인가요.
“지금은 ‘아사리판’이라고 할 수 있죠. 기존 투자자들은 너무 힘든 상황이고요. 신규 자금 유입 기대감도 극히 떨어진 상황이죠. 기존에 접했던 시장 흐름을 토대로 판단할 수가 없는 국면이기에 체념하기 바빴던 상반기였습니다.” 
주식시장이 난리인데, 채권시장도 그렇군요. 
채권은 잃으면 안 되는 게임이거든요. 원금은 유지하면서 일드(연간 받을 수 있는 이자율)와 자본차액을 같이 얻는 걸 고민해야 하는 곳이 채권시장인데, 지금은 원금을 까먹고 있으니까요. 가장 안전하다는 국고채를 들고 있어도 지난해 말 대비에서 -10% 넘게 손실이 났어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거죠.” 
국고채에서 -10% 손실이라니 엄청나네요. 
“코로나 팬데믹 때부터 이미 채권지수 수익률은 좋지 않았어요. 정부가 추경을 워낙 많이 했기 때문이죠. 물량 앞에서는 장사 없거든요. 원래 채권지수 수익률(채권 가격)은 금리가 떨어지면 올라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 당시엔 기준금리는 내려갔지만 공급(추경을 위한 국고채 발행)이 너무 많으니까, 너무 흔해 빠진 게 채권이 된 거죠. 그래서 2020년에 수익률이 거의 안 나온 상황에서, 2021년부터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올해는 거의 (마이너스가) 역대급입니다. 사실 2020년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리면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어떤 자산이든 들어가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는데요. 이미 채권시장은 2020년 하반기부터 힘들어져서 악화일로예요. 이제 너무 힘든 상황이 됐고요. 그런데 그렇게 힘들어졌다는 것은 새로운 기회가 가장 빨리 올 수 있다는 뜻이죠.” 
그동안 채권을 담지 않았던 사람들 입장에선 ‘이제 기회가 드디어 오나’라고 할 수 있군요. 
전통적인 대표 자산 중에서 가장 먼저 안 좋아졌기 때문에, 가장 먼저 턴어라운드 할 수 있단 기대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물가에 대해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채권에 대한 관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채권가격이) 좀더 내려갈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그래도 이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가장 먼저 턴어라운드할 거기 때문에 관심의 끈을 놓고 있으면 투자시점이 좀 늦어질 가능성이 있거든요. 채권의 장점은 자본 차익·차손 개념을 떠나서 그냥 들고 있으면 원금이 돌아온다는 거예요.” 
신 연구위원은 채권 애널리스트로서 경력이 만 10년이다. 채권은 오래 담당한 경력 있는 애널리스트가 업계에 많지 않은 편이라, 증권사끼리 채권 애널리스트 영입 경쟁도 많은 편이다. 우상조 기자

신 연구위원은 채권 애널리스트로서 경력이 만 10년이다. 채권은 오래 담당한 경력 있는 애널리스트가 업계에 많지 않은 편이라, 증권사끼리 채권 애널리스트 영입 경쟁도 많은 편이다. 우상조 기자

그렇죠. 만기를 채우면 원금은 나중에 다 돌아오죠.
“원금은 돌아오니까 ‘나는 차손·차익 개념보다는 그냥 일드(이자율)에 대해서만 받겠어’라고 접근을 한다면, 국고채만 하더라도 지금 3%대 중반이 나오고요. 특수채 또는 매우 안정적인 AAA등급만 가더라도 4%대 수익이 있어요. 또 이미 기존에 발행했던 채권들은 가격이 떨어졌거든요. 그러면 기존 발행된 채권도 세전 수익률은 4%대 중반까지 올라가죠.” 
중간에 팔아서 차익을 남길 생각 말고 만기까지 들고 있겠다고 생각하면 4% 정도니 괜찮군요. 
안전자산인데 4%대 수익률이면 괜찮죠. 비교하자면, 수익용 상업용 부동산이나 월세수입을 위한 서울 부동산에 투자하면 공실을 고려했을 때 수익률 3~4%를 기대할까 말까 해요. 그런데 채권은 만기까지 가져가면 4% 수익을 그냥 가져갈 수 있다면 상당히 매력적인 자산으로 부각될 수 있죠.” 
채권이 가장 먼저 턴어라운드 할 거고, 4%대 수익률까지 볼 수 있다는 건 상당히 솔깃한 얘기인데요. 하지만 당장 6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6%대일 거란 말이 나오잖아요. 인플레이션이 아주 심상치 않아 불안한 상황이지 않나요.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간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에 대한 설문 결과)이 이미 5월 3.3%에서 6월 3.9%로 올랐는데요. 제가 애널리스트를 하면서 월간으로 0.6%포인트가 한꺼번에 오르는 건 처음 봤어요. 물가상승률도 5%는 이미 넘었고 기재부가 6%대를 이제 수용해야 한다는 식으로 힌트를 주고 있죠. 이런 고물가와 긴축적 통화정책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투자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모든 투자는 리스크테이킹을 할 때 리턴을 받을 수 있죠. 제가 그래도 ‘이런 역대급 채권 패닉셀링 장이 하반기엔 달라질 수 있다’고 말씀드리는 건 이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한다는 게 아니에요. 계속 안 좋은 환경은 있지만 그 속에서도 돈은 돌기 마련이고, 그 기회는 채권에서 먼저 나올 수 있으며, 시장은 이 채권시장에 영향을 줬던 악재들에 대한 소화능력을 서서히 갖춰갈 수 있을 거라고 보는 거죠.” 
물가상승률이 확 낮아지거나 통화정책의 방향이 바뀌는 게 아니라, 그게 그대로여도 시장에선 처음엔 큰 충격이었던 게 점점 ‘그럴 수 있구나. 6% 상승? 그럴 줄 알았어’라고 적응이 되면 부정적 요인들도 소화를 시켜서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거군요. 
“인플레이션의 피크(정점)가 올 거라는 기대감이 계속 깨지다보니까 2분기엔 특히 어려운 장이 펼쳐졌는데요. 피크가 언제일지는 여전히 아무도 모르지만 이렇게 가파른 오름세가 하반기엔 덜해질 거란 공감대는 어느정도 형성돼있어요. 그말인즉슨 ‘피크의 시점이 곧 도래할 수 있다’는 거죠. 만약 그 피크에 도달한다면, 즉 물가가 고점을 찍었다는 신호가 나온다면 채권시장은 움츠려 있던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자금유입도 개선될 거고요. 그렇다면 긍정적인 요인이 부각되기 때문에 시장금리도 하방압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신얼 연구위원은 "애널리스트가 급여를 받는 건 (오르거나 내릴) 확률이 5대 5라고 하지 않고, 자신의 뷰를 말씀드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거에 없던 이례적인 환경이다보니 '채권을 살 때'라고 말하긴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지금은 장기채부터 분할매수로 접근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우상조 기자

신얼 연구위원은 "애널리스트가 급여를 받는 건 (오르거나 내릴) 확률이 5대 5라고 하지 않고, 자신의 뷰를 말씀드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거에 없던 이례적인 환경이다보니 '채권을 살 때'라고 말하긴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지금은 장기채부터 분할매수로 접근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우상조 기자

‘물가상승률이 피크이다’라고 모두가 생각하기만 하면 시장금리는 내려갈 수 있는 거군요.
“물가 수준은 과거보다는 높겠지만 인플레이션율이 좀 완만한 수준만이라도 된다면 채권시장 투자환경은 훨씬 개선되는 거죠. 또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안정적인 일드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항상 존재하는 게 아닌데요. 이제 이 정도 레벨이면 참가자들의 기대 수익률을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죠.” 
보고서를 보니까 단기·중기채보다는 장기채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쓰셨는데요. 왜 장기채이어야 하죠? 
“장기채가 먼저 턴어라운드할 거라고 보는데요. 최근 기업 이익 추정치가 하향조정 될 거란 얘기가 많잖아요. 경기가 좋지 않고 침체에 빠지면 기업도 어쩔 수 없다는 뜻인데요. 장기물 금리는 근본 체력, 펀더멘탈을 반영하거든요. 지금 당장은 물가에 모든 것이 포커싱 돼있다보니까 (단기·중기·장기채 금리가 동시에) 다 오르는데요. 인플레이션이 피크를 찍으면 그 다음엔 경기로 관심이 옮겨갈 거고, 그렇게 되면 장기채 금리가 먼저 턴어라운드할 겁니다. 하지만 단기물의 경우엔 7월 금통위가 0.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고, 또 ‘그게 끝이 아니다(추가 인상)’라는 우려가 있어서요. 단기·중기물엔 불안감이 아직 내재돼있습니다. 통화정책에 포커싱 돼있는 단기물보다는 경제 펀더멘탈이나 대외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되는 장기물 금리상승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거란 인식이 있는 거죠.” 
채권시장의 외국인 투자자들 움직임도 중요할 텐데요. 
“국내 채권시장의 안정성은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채권시장 수익률이 안 좋았는데도 외국인의 원화채권 순투자는 약 66조원(국채 42.4조원, 통안채 12.2조원, 금융채 10조원)으로 역대급이었습니다. 직전 4개년도 합산 순투자액(약 58조원)을 작년 한 해에 다 상회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상 현상이 감지되고 있어요. 통안채는 전년말 대비 5조원 이상 잔액이 줄어드는 순상환 국면에 있습니다. 국채는 2분기 특히, 5월부터 월간 순투자액이 1조원대로 뚝 떨어졌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변이 결국 원화채권 시장의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른 주요 선진국 대비 CDS프리미엄(높을 수록 채권 부도 위험이 크다는 뜻)이 안정적이라는 거죠. 이미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는 CDS프리미엄이 2분기 들어 폭등했는데요. 우리나라는 그런 신호가 없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이 알게 모르게 선진국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 연구위원은 조만간 발간할 저서에 본인의 부동산 투자 사례도 소개한다. 우상조 기자

신 연구위원은 조만간 발간할 저서에 본인의 부동산 투자 사례도 소개한다. 우상조 기자

본인은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짜셨나요? 채권투자도 하시나요?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객관적인 입장에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금융자산 투자를 안 하고 있습니다. 개인형 퇴직연금 계정(IRP) 말고는 금융자산은 아무 것도 안 해요. 대신 의식주를 일궈야 하니까 부동산은 (투자를) 해왔죠.” 
특이하게도 채권 애널리스트이시면서 부동산시장 분석을 같이 하시더라고요. 
“부자들의 자산의 핵심이 부동산과 채권인데요. 이를 묶어 원스톱 솔루션을 제안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도 담당하게 됐어요.” 
부동산 책도 내시네요. 책 제목이 ‘부동산의 속성’이라고요. 
“의식주 중에 ‘의’와 ‘식’은 회계용어로 치면 ‘비용’에 가까워요. 그런데 ‘주’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될 수도, 설비투자가 될 수도 있거든요. 이런 속성을 몰라서는 그냥 비용만 지출할 가능성이 크다, 속성을 좀 생각해보자는 뜻이에요.” 

by.앤츠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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