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명 친구 모였어요…힘든 암 투병에도, 기부하는 그를 위해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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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여덟살에 만나 쉰여덟살이 되었습니다. 50년을 함께해왔으며, 앞으로의 날들 또한 함께할 겁니다. 앞으로의 날들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고요.(왼쪽 김정아 사무국장 오른쪽 권영현 대표)

둘은 여덟살에 만나 쉰여덟살이 되었습니다. 50년을 함께해왔으며, 앞으로의 날들 또한 함께할 겁니다. 앞으로의 날들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고요.(왼쪽 김정아 사무국장 오른쪽 권영현 대표)

저는 경기초등학교를 졸업한 김정아입니다. 어느덧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저의 친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름은 권영현,
경기초등학교에서 영현이는 여신이었습니다. 큰 눈에 하얀 피부, 예쁜 마음씨에 똑똑하기까지 했던 친구였지요.

그 친구는 다음 세대의 아름답고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조용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탈북 청소년 학교에 오케스트라 수업을 만들기 위해 예술인들의 재능기부와 악기 후원을 돕고, 오케스트라연주회 및 전시회도 개최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시리아 난민 청소년을 후원하기도 하였지요.

코가 석 자로 살아가던 제겐 그 친구는 늘 신비한 존재였습니다.

그런 시간이 쌓이는 동안 많은 친구가 영현이와 함께하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예원 예고를 나와 도자기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영현이 곁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티스트들과 인문학 교수, 의사 등 국내외 멋진 친구들이 있었던 거죠. 저 또한 패션 쪽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었고요.

이런 친구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결국 경기초등학교 동창들, 예원 예고 동창들이 함께 모여〈Art n Culture Together〉라는 키워드로 ACT를 만든 겁니다.

8살에 만나서 이제 60을 바라보는 지금, 영현이의 초·중·고 동창들이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두 팔을 걷었습니다.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친구들의 작은 나눔이 선한 통로가 되어 다음 세대 아이들이 밝은 미래로 가는 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렇듯 영현이가 만들어 놓은 ACT 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남은 삶을 함께 걸어갈 겁니다.

그 걸음의 시작으로 우리는 〈소외 청소년 후원을 위한 기금마련〉 전시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저희의 작은 재능이 우리 청소년의 꿈을 이루는 데 힘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현이와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걸음을 시작한 우리 친구들을〈인생 사진〉으로 격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ACT 사무국 김정아 올림

권영현 대표와 함께하는 ACT 친구들입니다. 모두 120여명입니다. 권 대표는 말합니다. “우리 다 친구들인 거예요. 말이 돼요?”라고요. 이렇게 모인 친구들의 선한 영향력이 다음 세대에까지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게 그들의 바람입니다.

권영현 대표와 함께하는 ACT 친구들입니다. 모두 120여명입니다. 권 대표는 말합니다. “우리 다 친구들인 거예요. 말이 돼요?”라고요. 이렇게 모인 친구들의 선한 영향력이 다음 세대에까지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게 그들의 바람입니다.

 〈소외 청소년 후원을 위한 기금마련〉을 위해 그들이 엿새간 전시와 공연을 했습니다. 전시와 공연의 마지막 날 찾아가 만났습니다.

공간을 삥 둘러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그 가운데에서 공연이 이루어졌습니다. 공연은 극단 '벼랑끝날다'의 〈 클라운과 함께하는 드라뮤지션의 미니콘서트〉였습니다.

작품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을뿐더러 공연 또한 드라마틱했습니다.

극단 '벼랑끝날다'가 공연하는 드라뮤지션(Dramusician)은 드라마와 음악의 합성어입니다. 이 공연을 이끄는 심연주 작곡가 또한 권영현 대표와의 인연으로 ACT와 나눔을 함께 합니다.

극단 '벼랑끝날다'가 공연하는 드라뮤지션(Dramusician)은 드라마와 음악의 합성어입니다. 이 공연을 이끄는 심연주 작곡가 또한 권영현 대표와의 인연으로 ACT와 나눔을 함께 합니다.

권영현 대표에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 아이들이 문화적으로나 여러 가지로 힘들잖아요. 그래서 국내외 소외 청소년 아이들에게 이런 예술 문화 교육을 하는 후원하는 단체를 만들어 볼까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겁니다.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서 뭔가 아름다운 일을 하지 않을래’라고 했더니 모인 친구들이 한 120명쯤 되었습니다. 하하. 2017년부터 탈북 청소년 아이들, 그러니까 악기를 못 갖는 소외 청소년 아이들한테 악기를 주고 또 매달 음악 수업을 만들어주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 아이들이 어제 여기서 공연을 같이했어요. 또 한편 제가 도자기 작가인데 좋은 작가 선생님들과 함께 그림을 가르쳐주는 일도 했고요. 거기서 미술 했던 친구들이 여기 전시도 같이하고 그랬죠. ”
“네? 무려 120명이라고요?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저도 상상을 못 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영국에서 공부하고 작가 활동하느라 10년 정도 있었어요. 그러고서는 우리 아이들 낳고 제가 아주 아팠어요. 그러면서 계속 학교 강의를 못 하고 중간에 쉬었단 말이에요. 그런데도 이런 좋은 일들을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 학장, 학과장 하는 친구들이 너도나도 그런 일 하고 싶다며 나섰어요. 우리가 코로나로 2년 동안 갇혀 있으면서도 서로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뭔가 내가 가지고 있는 걸 기부를 하자는 마음을요.”
권영현 대표는 당신의 아들이 2년 동안 학교를 안 다니며 방황했노라 고백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경쟁과 열악한 환경에 처한 얘들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권 대표는 이다음 세대가 조금 더 아름답게 살 수 있게 하는 데 예술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권영현 대표는 당신의 아들이 2년 동안 학교를 안 다니며 방황했노라 고백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경쟁과 열악한 환경에 처한 얘들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권 대표는 이다음 세대가 조금 더 아름답게 살 수 있게 하는 데 예술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전시 작품들 또한 기부한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우리는 첫 번째가 아티스트 후원부터예요. 솔직히 아티스트도 힘들어요. 요즘에 많이 팔린다 해도 정말 스튜디오 월세도 내기 힘든 친구들도 있고 생계형 작가도 있죠. 이들의 작품 활동을 좀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돕는 게 첫 번째예요. 그다음 수익금 모두를 국내외 청소년 아이들 오케스트라 수업을 만들고 그럴 때 써요. 이게 알려지니 삼삼오오 기부하겠다며 나서는 친구들도 생기고요. 음악과 미술 통해서 저희가 치유되고, 비교적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어른이 돼서 알게 되니까 서로서로 회원 하겠다며 나서네요. 여기 있는 김정아 친구도 예술가들이 못하는 서류작업을 도맡아 하겠다며 사무국장을 맡아 재능기부를 하려 나섰어요.”

사무국장인 김정아씨가 말을 이었습니다.

“결국 여기 있는 모두가 영현이를 통해 연결된 친구들입니다. 구심점인 영현이를 통해 서로서로 알게 되었고요. 그렇게 알게 되고 좋은 일을 함께한다는 게 너무나 신기해요.”
“저랑 통화할 때 사무국장님은 100살까지 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하하 저는 그렇습니다만….”

이때 권영현 대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습니다.

“아니요. 저는요 솔직히 갑상샘암, 유방암에 거기다 갑상샘암이 재발도 되고, 암이 다 너무 클 때 발견이 됐어요. 제가 영국에서 10년 동안 너무 고생했나 봐요. 그런데 이번에 재발하고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내일 죽는다면 오늘까지만이라도 다음 세대를 위해서 조그만 아름다운 몸짓을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근데 제가 힘들고 진짜로 몸이 아픈 상황에서도 친구들이 같이 도우니까 또 힘이 나고 그러네요. 우리 다 친구들인 거예요. 이게 말이 돼요? 하하. 아무튼 예술을 통해서 이다음 세대가 아름답게 살 수 있는, 조그만 손바닥만 한 부분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100살까지는 아니더라도….”

권 대표의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당신의 아픈 몸 챙기기보다 다음 세상을 위한 마중물이 되겠다니 놀랄 밖에요.

권영현 대표는 객석 의자를 남에게 내어주고 공연 내내 서서 엄지 척과 박수를 건넸습니다.

권영현 대표는 객석 의자를 남에게 내어주고 공연 내내 서서 엄지 척과 박수를 건넸습니다.

공연 중간중간 객석 뒤에서 권 대표가 뿜는 에너지가 남달랐습니다. 누구보다 큰 손뼉, 수시로 들어 올리는 엄지 척으로 공연 배우들의 사기를 진작했습니다.

어깨동무하고 같은 곳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됩니다. 하물며 같은 마음이니 더할 나위 없는 친구입니다.

어깨동무하고 같은 곳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됩니다. 하물며 같은 마음이니 더할 나위 없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더 지켜보니 그는 울보였습니다.
수시로 눈물을 훔쳤습니다.
손뼉 치며 웃다가 어느새 눈물을 훔치곤 했습니다.

울보는 권영현 대표만이 아니었습니다.
김정아 사무국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권 대표가 우니 옆에서 울고 있던 김 사무국장이 휴지를 친구에게 건넸습니다. 구태여 얼굴을 돌려 바라보지 않았건만, 친구의 눈물을 느낌으로 알아챈 겁니다.

공연을 보며 두 친구는 웃다 울다 합니다. 모름지기 함께 한다는, 함게 해냈다는 마음때문 일 겁니다.

공연을 보며 두 친구는 웃다 울다 합니다. 모름지기 함께 한다는, 함게 해냈다는 마음때문 일 겁니다.

아마도 그 눈물의 의미를 알기에 그 많은 친구가 너나없이 모여들었을 겁니다. 나아가 그 눈물이 다음 세대를 위한 마중물이 될 겁니다.
함께 가는 그들의 걸음마다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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