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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이 공무원 것이냐" 논란의 시청 로비…'출입통제' 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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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기 의정부시는 지난 1일부터 스피드 게이트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사진 의정부시

경기 의정부시는 지난 1일부터 스피드 게이트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사진 의정부시

방문증 없이는 출입할 수 없어 한산하던 경기도 의정부 시청 로비는 최근 시민들의 쉼터로 탈바꿈했다. 지난 1일 취임한 김동근 시장이 출입통제시스템 작동 중단을 지시하면서다. 청원경찰 등이 스피드 게이트(출입통제시스템) 앞을 지키며 방문증 없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던 ‘예외적 허용’ 체계를 ‘원칙적 허용’으로 전환한 것이다. 며칠 만에 민원인들은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로비에서 의자에 앉은 채 음료를 마시기도 하고 자유롭게 화장실을 이용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취임 일성을 “열린 공간에서 열린 소통이 나온다”고 내뱉은 김 시장이 시청의 출입 문턱을 낮추자 “시청이 공무원만의 것이냐”며 따지던 시민단체들도 반기고 있다.

시민단체 반대 속 출입통제시스템 도입한 민선 7기   

경기도 기초자치단체 청사의 출입통제시스템은 민선 7기 때 대거 도입됐다. 출입증이 없거나 방문 목적 등을 밝히고 신분증과 방문증을 교환하지 않고는 청사 내에 진입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의정부시는 수사기관이나 중앙 행정부처에서나 볼 수 있던 이 시스템을 2018년 11월 전국 기초단체 중 처음으로 도입한 자치단체였다. 이후 성남·용인·하남·광주·평택·수원·남양주·구리·김포시 등 도내 지자체 10여 곳이 그 뒤를 따랐다.

2018년 12월 성남시의 스피드 게이트 설치를 항의하는 시민단체. 성남시청 스피드 게이트 반대 시민모임

2018년 12월 성남시의 스피드 게이트 설치를 항의하는 시민단체. 성남시청 스피드 게이트 반대 시민모임

청사 보안과 공무원 보호가 출입 통제의 명분이었다. 일부 단체가 청사 로비 등을 무단 점거해 시위하거나 민원인이 사무실까지 들어와 소란을 피우는 일 등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불통행정의 상징’이라며 반발해 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업무 공간이 아닌 청사 현관 로비나, 화장실, 복도나 휴게 공간, 홍보관 등까지 출입을 제한해 시민들이 아예 청사 안에 발을 못 들여놓게 하는 것은 시민을 잠재적 위험요소로 보는 관료적 시각이 반영된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주민감사 청구 운동 등이 벌어졌지만, 단체장의 추진 의지를 막지 못했다.

의정부·성남시·남양주 등 "출입통제시스템 운영 중단’ 

민선 8기가 단체장들의 임기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시장 다수가 ‘소통’을 키워드로 내세우면서다. 단체장이 소속 정당이 바뀐 곳일수록 출입통제시스템 운영 중단에 적극적이었다. 성남시도 스크린 도어를 개방하는 등 사실상 출입통제시스템 운행을 중단했다. 성남시는 2018년 12월부터 시청 1층 로비 가운데 있는 에스컬레이터와 바로 옆 계단, 3층 에스컬레이터 등 3곳에 출입통제시스템을 설치했다. 하필 시장실 가는 길목에만 설치돼 “민원인의 시장실 접근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비난을 받았다.

출입통제시스템 운영이 중단 된 후 의정부시청 내부에 마련된 시민 소통공간. 의정부시

출입통제시스템 운영이 중단 된 후 의정부시청 내부에 마련된 시민 소통공간. 의정부시

신상진 신임 시장은 2층에 있던 시장실을 4층으로 옮기고, 출입통제시스템 운영을 중단해 지상 1~3층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언했다. 성남시 한 관계자는 “성남시는 설계부터 지상 1∼3층은 시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 4층 이상은 업무공간으로 정해졌다”며 “설계 취지에 맞게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12월부터 시청 입구에 출입통제시스템을 설치한 남양주시도 주광덕 신임 시장의 지시에 따라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방선거 당시 시민단체들이 제안한 정책 중 하나가 ‘출입통제시스템 운영 중단’”이라며 “시민단체 등의 항의가 거세 지자체마다 운영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내부에선 “지속 불가” 전망도

공무원단체 등은 오히려 신임 시장들의 출입통제 해제시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공무원들 사이에선 ‘출입통제시스템이 생긴 뒤 업무 환경이 좋아졌다’는 평가가 많다”며 “지자체마다 1억원 내외의 예산을 투입해 설치한 시설인데 단체장이 바꿨다고 운영을 중단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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