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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해고자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지난주 테슬라가 자율주행을 담당하는 팀원 200명을 해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론 머스크 CEO가 6월 초부터 대대적인 감원을 예고한 후에 나온 결과이기에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감원 대상이 자율주행 담당팀에 집중됐다는 사실에 관련 업계가 술렁였다. 최근 미국 정부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과 관련한 사고들을 조사하는 수준을 한 단계 격상한다는 발표까지 나온 후 결정된 감원이기에 업계에서 테슬라가 정말로 자율주행을 실현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해고된 직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살펴보면 얘기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실리콘밸리 산 마테오 사무실에서 일하던 직원들로, 대부분 자율주행에 필요한 데이터 주석화(data annotation) 작업을 맡고 있었다. 데이터 주석화란 이미지 데이터에 라벨을 붙이고 설명을 추가하는 작업으로,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직무에 속한다. 하지만 라이다(LiDAR, 빛 탐지 및 범위 측정) 기술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자율주행 기술기업들과 달리 전적으로 카메라를 통한 이미지에 의존하는 테슬라의 자율주행에선 중요한 부문이다.

테슬라가 데이터 주석화를 담당하던 팀을 없앤 것이 어쩌면 다른 기업들처럼 라이다를 채택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테슬라는 뉴욕주 북부 버펄로 사무실에도 같은 일을 하는 팀을 꾸려가고 있는데 실리콘밸리가 아니라서 더 적은 임금으로 같은 일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사무실을 폐쇄하고 일자리를 옮기려는 머스크의 계산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