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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강댐, 며칠만에 또 무단방류한 듯…임진강 행락객 대피

중앙일보

입력

4일 오후 2시 30분쯤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 주변과 하류 일대에는 요란한 사이렌이 울리고 행락객 대피 방송이 나왔다. “임진강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으니, 강 바깥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내용이었다. 강가에서 낚시를 즐기거나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던 행락객들은 대피 방송에 놀라 강 바깥으로 긴급 대피했다.

우리 측 거듭된 사전 통보 촉구 속, 무단방류 지속 추정

북한이 황강댐 방류 시 사전에 통보해달라는 우리 측의 거듭된 요청에도 이날 또다시 무단방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연천군과 한강홍수통제소 등에 따르면 임진강 최북단 남방한계선에 있는 필승교 수위는 이날 오후 1시쯤부터 비가 오지 않는 가운데 갑자기 불어나기 시작했다. 10분마다 2∼3㎝씩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후 오후 2시 30분쯤엔 하천 행락객 대피 수위 1m를 넘어섰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군남홍수조절댐이 임진강 상류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군남홍수조절댐이 임진강 상류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때 연천군과 군남댐 측은 대응 매뉴얼에 따라 행락객 대피 조처를 긴급히 취했다. 이날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임진강 필승교 수위는 이후에도 오후 3시 1.14m, 4시 1.28m, 5시 1.32m로 시간당 4∼14㎝씩 지속해 상승하고 있다.

오후 임진강에 행락객 대피 조처 내려져  

우리 측은 임진강 유역을 필승교 수위에 따라 4단계로 나눠 관리한다. 수위가 1m를 넘어서면 하천 행락객 대피, 2m는 비홍수기 인명 대피, 7.5m는 접경지역 위기 대응 관심 단계, 12m는 접경지역 위기 대응 주의 단계를 각각 발령한다.

이날 필승교 하류 10㎞ 지점 임진강에 있는 군남댐(군남홍수조절댐) 수위도 오후 2시 30분 24.0m에서 오후 4시 24.5m로 상승했다. 군남홍수조절댐의 계획홍수위는 40m다.

지난달 29일 오전 1시 30분쯤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군남댐.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지난달 29일 오전 1시 30분쯤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군남댐.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연천군 관계자는 “임진강 유역은 물론 연천 지역에는 전날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이틀째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는데 북한에서 내려오는 임진강 수위가 급격히 불어난 것을 보면 북한 황강댐이 예고 없이 방류한 것 외에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한강홍수통제소 측도 이같이 분석하고, 연천군 측에 대응 주의 단계 발령을 요청했다.

황강댐, 지난달 말에도 집중호우 속에 무단방류  

앞서 정부는 집중호우가 지속하자 지난달 28일 북측에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 방류 때 우리 측에 사전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하루 뒤인 29일 한때 필승교 수위는 6.45m까지 상승했다. 정부는 북한 측이 우리 정부의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틀 후 지난달 30일 “우리 측이 북측 댐 방류 시 사전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아무런 사전통지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황강댐(총 저수량 3억 5000만t)과 연천 군남댐(총 7100만t) 간 거리가 57㎞로 가깝다.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42.3㎞ 거리에 있는 임진강 황강댐에서 방류하면 불어난 물은 4시간 정도면 남측에 다다른다. 게다가 만조 시간이 겹쳐 하류 물이 빠지지 않으면 피해가 커진다.

북한 황강댐 무단 방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 황강댐 무단 방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황강댐, 우리 측 대응댐 보다 약 5배 규모 커  

황강댐의 총저수량은 우리 군남댐 보다 약 5배나 많다. 이러다 보니 황강댐에서 수문을 열면 임진강 최북단의 필승교와 군남댐 수위가 빠르게 상승하고, 우리 측 댐으로는 대응에 역부족인 상황이 빚어지게 된다.

북한 당국은 남북이 2009년 10월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접촉을 하고 사전에 댐 방류를 통보하기로 합의했지만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있다. 북한 측은 이런 남북 간 합의를 2010∼2013년 몇 차례 지켰지만, 이후 사전 통보 없이 무단 방류를 하고 있다.

그동안 황강댐의 예고 없는 방류로 연천·파주 지역의 피해가 잇따랐다. 2009년 황강댐 무단방류로 야영객 6명이 숨졌고, 이후에도 해마다 야영객 대피, 어선 유실 및 어구 손실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2020년 8월에는 주택 71가구가 침수되고 군사시설 141곳과 하천 44곳이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수문 정보 통보해 주길”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는 “북한 측은 하류 연천 일대 물난리 발생 우려 등을 고려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하루속히 황강댐 수문 개방 정보를 우리 측에 통보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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