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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민노총 시위에 세계 최대 조선소 도크 2주 넘게 ‘불능’···공권력 투입 임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초대형 원유 운반선, 2주 넘게 1도크서 ‘옴짝달싹’ 못해

지난 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초대형 원유 운반선의 진수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지난 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초대형 원유 운반선의 진수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지난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dock).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1도크는 선박 4척을 동시에 건조(배를 설계하여 만듦)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작업장이다. 길이 530m 너비 130m의 1도크(6만8900㎡)는 축구장(7140㎡) 9개가 넘는 크기다.

하지만 1도크는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 작업이 멈춘 지 보름이 넘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하청지회) 소속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직원들이 ‘끝장 투쟁’을 외치며 지난달 18일부터 1도크를 점거해서다. 이처럼 장기간 진수 작업이 중단된 것은 1973년 대우조선해양 창립 이래 처음이다.

1도크에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 운반선(30만t급) 3척도 진수를 못해 도크에 발이 묶여 있다. 특히 3척 중 1척은 60~70%의 공정을 마쳐, 도크 밖에서 진행할 잔여 작업만 남겨둔 상태다. 잔여 작업에도 4~5개월가량이 걸리는 탓에, 이 1척은 올해 11월 선주사와 계약된 인도 날짜를 맞출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선박 인도가 늦어지면, 4주 지연 시 최고 130억원의 지연 배상금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잔여 작업을 앞둔 선박을 도크 밖 암벽에 계류한 뒤 다른 수주 물량공정도 진행해야 하는데 도크가 막히면서 연쇄적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3.3㎡도 안 되는 철제구조물서 농성

지난 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건조 중인 선박. 금속노조 소속 협력업체 직원 1명이 1㎥ 크기의 철제 구조물에서 농성 중이다. 안대훈 기자

지난 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건조 중인 선박. 금속노조 소속 협력업체 직원 1명이 1㎥ 크기의 철제 구조물에서 농성 중이다. 안대훈 기자

파업 중인 거통고하청지회 조합원 7명은 1도크에 건조 중인 선박에서 지난달 22일부터 농성중이다. 이 중 1명은 철판으로 만든 1㎥(0.3평) 크기의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출입구를 용접해 막았다. 철제 구조물 위에는 “국민 여러분! 미안합니다.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라고 쓴 피켓이 붙어 있다.

나머지 6명은 높이 15m인 선박 내부 난간에 올라 고공농성 중이다. 농성장에는 “하청노동자 임금인상 없이 조선업 인력난 해결 안 된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외 100명이 넘는 조합원이 돌아가며 1도크로 접근하는 이동경로를 점거, 작업을 차단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과 비노조원 간 충돌이 발생, 소화기를 뿌리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파업이 폭력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파업 한 달…“매주 1250억원 매출 감소 예상”

대우조선해양은 파업 장기화로 일주일에 약 1250억원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건조 작업이 진행할 도크가 돌아가지 않으면서 추가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해양플랜트, 군함 등 총 130여척을 수주한 상태다. 이곳 3년 치 일감이다. 조선 침체기였던 2016~2020년 평균 31척 수주에 그쳤지만, 지난해 60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와 별개로 인건비, 복리후생비, 기계장비 설비 운영비 등 약 560억원의 고정비도 손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무엇보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선주사들의 인식이 나빠질 수 있는 것이 우려된다”며 “향후 추가 수주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노사, 여전히 접점 찾지 못해 

지난 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 있는 선박에서 노조원들이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안대훈 기자

지난 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 있는 선박에서 노조원들이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안대훈 기자

거통고하청지회는 노조원들이 소속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22개사 대표단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2015년 이후 조선업 침체기 동안 삭감된 ‘임금 회복’을 주장하며 3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임금협상도 협력사별이 아닌 집단교섭으로 진행하자고 주장한다. 이김춘택 거통고하청지회 사무장은 “조선업 인력난이 심각한데, 해결 방법은 임금 인상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협력사 대표단은 임금 30% 인상이 협력사의 지불 범위를 벗어나는 비현실적인 협상안이라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대표단에 속한 한 협력사 대표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조선기자재 가격 급등,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물류난 등으로 지난해 1조 7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며 “지속하는 적자 속에서도 지난해 연말부터 살아나려는 조선 시황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는데, 하청지회 일부 조합원이 정상적인 생산을 방해하는 불법행위로 수년 만에 찾아온 조선 호황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리고 있다”고 했다.

파업 현장 공권력 행사 임박··· 경찰, 체포영장 신청

4일 경남경찰청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현장 책임자 연합회 100여 명이 집회를 열고 하청노조 수사 촉구하고 있다. 안대훈 기자

4일 경남경찰청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현장 책임자 연합회 100여 명이 집회를 열고 하청노조 수사 촉구하고 있다. 안대훈 기자

대우조선해양 현장 책임자 연합회 100여 명은 4일 경남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하청노조 수사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 달가량 생산이 멈췄다며 “경남경찰청은 공권력을 투입하라”고 주장했다. 실제 사측은 지난달 말 1도크에서 선박 점거중인 거통고하청지회 집행부를 상대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했다.

거제경찰서는 4일 거통고하청지회 지회장과 부지회장 등 3명이 두 차례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비노조원들이 작업하지 못하도록 막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 영장이 발부되면, 농성 현장이 위험한 만큼 안전 대책을 강구한 뒤 영장을 집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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