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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명 진료하며 월급 100만원…청량리 뒷골목 슈바이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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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아 서울시립서북병원 내과전문의가 4일 JW그룹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이 주는 제10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진 JW그룹]

최영아 서울시립서북병원 내과전문의가 4일 JW그룹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이 주는 제10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진 JW그룹]

“의사는 병이 가장 많은 곳에 가야 한다.” 이런 사명감으로 대학병원 교수직을 사양하고 20년 넘게 노숙인을 진료해 온 의사가 있다.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시립서북병원 최영아(52) 내과전문의 얘기다. 최 전문의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4일 JW그룹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으로부터 성천상을 받았다.

중외학술복지재단은 이날 제10회 성천상 수상자로 최영아 전문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성천상은 고(故) 성천 이기석 JW중외제약 창업자의 호를 따서 2012년 제정됐다. 그늘에서 복지 증진에 힘쓴 의료인을 매년 한 명 선정해 상패와 상금 1억원을 준다.

최 전문의는 이화여대 의대 89학번이다. 학부 2학년 때 무료급식 봉사활동에서 폭우 속 길가에 주저앉아 빗물 섞인 식사를 먹는 노숙인들을 본 뒤로 이들을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후 꾸준히 의료봉사를 이어가며 2001년 내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그는 모교의 교수직 제안을 뒤로 하고, 이듬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뒷골목에 다일천사병원을 세웠다. 30년 넘게 무료 급식을 해와 ‘밥퍼 목사’로 알려진 최일도 다일공동체 대표와 함께였다. 최 전문의는 병원의 유일한 의사로 근처 사택에서 생활하며 밤낮으로 노숙인을 진료했다. 하루 100명 이상의 환자가 몰렸지만 월급은 100만원이었다.

의대생 시절 노숙인들 만난 뒤 봉사 결심 

2004년부터는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 있는 요셉의원에서 자원봉사 의사로 근무했다. 이곳에서 일하며 건강이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생각에 2009년 서울역 앞에서 노숙인 지원 사업을 하는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안에 ‘다시서기의원’을 설립했다. 여성 노숙인 쉼터인 마더하우스도 마련했다.

노숙인의 심적 치료를 위해 학업도 병행했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인문사회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노숙인의 주요 질병을 분석한 전문서적 『질병과 가난한 삶』을 출간했다. 재활과 회복을 돕는 비영리법인 회복나눔네트워크도 설립했다. 노숙인의 자립을 위해 오랜 기간 힘써온 최 전문의는 자선병원 도티기념병원 내과 과장을 거쳐 2017년부터 서울시립서북병원에서 내과전문의로 일하며 노숙인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최 전문의는 “익숙한 삶인데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며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를 겪고 나니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인데 해왔던 일을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마음을 다잡겠다”고 말했다. 이성낙 성천상위원회 위원장(가천의대 명예총장)은 “안정된 생활을 선택하는 대신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노숙인을 위해 평생 인술을 펼쳐왔다는 점이 생명존중 정신과 부합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9월 21일 서울 서초동 JW중외제약 본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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