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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러…암투병 물리학자 끌어내 투옥, 결국 이틀뒤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의 양자 물리학자이자 레이저 전문가인 드미트리 콜케르(54) 박사. [콜케르 박사 페이스북 캡처]

러시아의 양자 물리학자이자 레이저 전문가인 드미트리 콜케르(54) 박사. [콜케르 박사 페이스북 캡처]

암 투병 중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러시아 물리학자가 이틀 만에 사망했다.

현지 시각으로 4일 로이터와 AFP 통신 등이 유족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양자 물리학자이자 레이저 전문가인 드미트리 콜케르(54) 박사가 시베리아의 도시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체포됐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콜케르 박사에 대해 “중국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체포 당시 췌장암으로 투병하며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FSB는 콜케르 박사를 병상에서 끌어내 비행기로 4시간 거리인 모스크바 감옥에 데려가 투옥했다. 그는 체포 이틀 만에 숨졌다.

유족은 콜케르 박사의 스파이 가능성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조카인 안톤 다이아노프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그는 과학자였고 조국을 사랑했다. 여러 유수 대학과 연구소에서 와서 일해달라고 초청했지만 조국에 남았다”며 “아픈 사람에게 씌우기엔 너무 잔인하며 정말 말도 안 되는 혐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FSB는 앞서 콜케르 박사가 중국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서 한 강연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유족은 “강연은 FSB가 승인한 내용이었고 FSB 요원이 당시 중국 출장을 동행하기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아들인 맥심 콜케르는 “FSB가 아버지를 죽였다. 그들은 아버지의 상태를 알면서도 병원에서 데려갔다”며 “가족에게 작별 인사조차 허용하지 않은 조국에 감사하다”고 했다.

로이터는 “러시아 정부가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러시아인 과학자를 외국인에 민감한 정보를 넘겼다는 이유로 체포했는데 근거 없는 피해망상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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