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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父 말씀 동의...저도 월클 아니라고 생각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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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말씀에 동의해요. 저 역시도 월드 클래스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손흥민(30·토트넘)이 부친 손웅정(60)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의 ‘월드클래스(World Class·세계적인 선수) 발언’에 동의했다.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이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23골)에 등극했지만, 손 감독은 지난달 “(손)흥민이는 여전히 월드 클래스 아니다. 전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에서 (주전으로) 생존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흥민이가 모든 분야에서 10% 정도 더 성장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손흥민이 4일 서울 마포구 아디다스 홍대 브랜드 센터에서 열린 '손 커밍 데이' 행사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이 4일 서울 마포구 아디다스 홍대 브랜드 센터에서 열린 '손 커밍 데이' 행사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은 4일 서울 아디다스 홍대 브랜드센터에서 열린 ‘손 커밍 데이(Son Coming Day)’에 참석해 “진짜 월드 클래스는 이런 논쟁이 안 펼쳐진다. 이런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건 아직도 올라갈 공간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커밍 데이’는 성인 ‘손’과 홈커밍의 ‘커밍’을 합한 것으로, 손흥민의 아시아인 최초 득점왕을 축하하고 올해 11월 열릴 카타르월드컵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기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손흥민은 득점왕 비하인드 스토리, 런던에 등장한 벽화를 본 소감 등 여러가지 얘기를 들려줬다.

-올해 절반이 지났다. 상반기까지 돌이켜보면 가장 기뻤던 순간은.
“저희가 월드컵을 나가게 됐을 때도 상당히 기뻤고, 소속팀에서 시즌을 원하는 방향으로 마무리했을 때도 기뻤다. 그 두 순간이 가장 기뻤던 것 같다. 한 팀의 주장으로서 한 팀을 이끌고 10회 연속 월드컵에 가게 돼 너무 좋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걸 이뤘다. 7월 중반인데, 더 행복한 순간이 월드컵때도 나왔으면 좋겠다.”

전매특허인 찰칵 세리머니를 펼치는 손흥민. [연합뉴스]

전매특허인 찰칵 세리머니를 펼치는 손흥민. [연합뉴스]

-2021년부터 ‘찰칵 세리머니’를 시작한 이유는.
“골 넣는 상황들이 특별한 순간이고, 너무나 기억하고 싶었다.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어서 ‘그 순간을 캡처한다’, ‘사진 찍는다’는 의미로 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고 따라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그래도 잘 만들었다고 혼자 뿌듯해 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칠레전에 A매치 100경기 센추리 클럽에 가입했다. A매치 102경기 중 가장 기억 남는 경기는.
“사실은 좀 더 빨리 했었어야 했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경기도 많이 없어져 가입이 좀 늦어졌다. 어릴 때부터 대표팀 꿈을 키우며 100경기를 뛸 수 있을지 생각조차 못했다. 너무 큰 업적이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면 ‘내가 100경기나 뛰었구나’ 말이 안되는 상상을 하고 있더라. 주어진 상황에서 주어진 시간 속에서 매일매일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102경기 하나하나 머리 속에 기억이 남지만, 저한테는 첫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롤모델인 (박)지성이 형와 같이 경험을 셰어할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특별한 경험이었다. 룸메이트였는데 당시 어린 마음에 지성이 형이 잠들면 자려고 잘 때까지 뒹굴뒹굴 했다. 꼰대는 아니셨다(웃음). 운동장 안팎에서 많이 배울 수 있는 선수다. 방안에서 형이 어떻게 쉬고, 어떻게 최고 컨디션을 유지하는지 배웠다.”

-새 시즌이 다가오는데 몸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일단 다시 0에서 시작하는 거다. 저번 시즌에 업적들, 많은 걸 이뤄냈지만 다 없어지는 거잖아요. 새로운 시작을 해야 된다. 새벽에 촬영가기 전에 한다든지, 꾸준히 몸을 만들고 있다. (토트넘이) 한국에서 경기하는데 몸 상태가 되게 안 좋을수도 있고 걱정이 된다. 한국팬들에게 재미있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다른 시즌보다 더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런던에 등장한 손흥민 벽화. [사진 스퍼스웹 트위터]

런던에 등장한 손흥민 벽화. [사진 스퍼스웹 트위터]

-최근 영국 런던 거리에 등장한 손흥민 벽화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잠결에 봤다. 자고 있었는데 누군가 보내줬다. 한국인가, 영국인가 헷갈리더라. 영국에서 그렸다고 하더라.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친구가 알기로는 그린 사람이 웨스트햄 팬이라더라. 아들이 토트넘을 좋아 하나봐요. 그래서 내가 ‘웨스트햄 팬한테 사랑 받는 게 골든부트보다 어려운거 아니냐’며 웃었다. ‘여기서도 사랑 받고 있구나’란 생각에 고마웠고 너무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리오넬 메시와 함께 월드컵 공인구 모델로 나섰는데. 직접 차보기도 했나.
“경기에서 차보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공을 쓰고 있으니까. 촬영장에서 차봤는데, 선수들 사이에서도 아디다스 공이 가볍기로 유명하다. 항상 월드컵을 기대하게 만들어주는 공 같다. 공이 예쁘잖아요. 메시요? 그냥 똑같죠. 이런 걸 생각하고 축구 선수를 하진 않았으니까. 축구란 축제가 열리는 곳에 서있는 것조차 꿈인 거 같다. 사진 볼때 마다 열심히 하고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

-월드컵에서 포르투갈과 같은 조다. 호날두와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은.
“많이 궁긍해 하시는 것 같다. 사실 전 다 똑같다. 가나도 우루과이도 기대되고 어려운 상대다. 걱정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제가 호날두를 보기 위해 월드컵을 가는 건 아니잖아요. 저희 것을 최대한 뽑아내야 한다. 호날두를 만난다고 해서 그 기쁨과 설렘이 두 배가 된다는 건 없는 거 같다. 온통 이 생각밖에 없는 거 같다. 어떻게 하면 가지고 있는 걸 다 보여줄 수 있을까. 월드컵을 준비하는 마음에 포커스가 가 있다.”

-새 시즌 목표는.
“일단 목표를 잡아둔 건 없다. 전 일상에서는 욕심이 없는 사람인데, 운동장에서는 욕심이 많은 사람 같다. 가끔 이기적일 때도 있고. 제가 목표를 잡고 정해 놓고 시작하면, 일찍 달성할 때도 있더라. 제 자신한테 느슨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매 시즌 성장 시켜 준 약이 아닌가 생각한다. 잘한 경기에서도 부족함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점이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항상 지난 시즌보다 잘하고 열심히 하는 시즌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하는거 같다.”

-보완하고 싶은 부분은.
“집에 와서도 축구를 틀어 놓는다. 제가 했던 경기들을 보는 걸 좋아한다.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축구는 정답이 없는 스포츠다. 이런 움직임을 해야 공간이 생기겠다, 좋은 결정을 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부족하다는게 많다는 거겠죠. 조금 조금씩 발전하는 걸 보여드리는 게 목표다. 사실 원래라면 월드컵을 뛰고 있어야 시기인데, 시즌 중에 가는거라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 부족하다. 베스트 조건은 아닌 거 같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특별한 월드컵을 치를 수 있었으면 한다.”

-우루과이와 한 조에 속했는데, 토트넘 동료인 벤탄쿠르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소속팀 안에서 유난히 붙는 팀들이 많더라. 웃으면서 얘기했다. 저희끼리 워낙 장난도 많이 친다.  ‘월드컵에서 만났는데 너희 떨어지겠다’고. 저도 워낙 친하니 ‘어떻게 하냐. 우리랑 포르투갈이 올라갈건데’라고 농담한다. 서울에서 우리랑 해본 벤탄쿠르도 진지하게 ‘너무 힘들었다’고 얘기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좋은팀이라고 했다. 대표팀에서 만나는 기분은 특별할 거 같다. 콜롬비아랑 경기에서도 산체스와 서로 손잡고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했다. 서로 좋은 경기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싶다.”

-이번 달에 토트넘이 한국에서 프리시즌을 치른다.
“너무 설렌다. 근데 친구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 내가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해서,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하고 있다. 맛있는 곳, 좋은 곳에 데려가라고 하는데, 아는 곳이 많지 않아 그 부분이 걱정이긴 하다. ‘우리가 가면 넌 알아서 준비해라’는 분위기라서 부담이 많이 된다. 한 두명이 아니고 50~60명은 되니까. 마음에 안 드는 친구도 있을텐데, 모두 만족 시킬 수 없으니. 한국에 왔으니 계산은 제가 해야죠. (콘테) 감독님한테 쏘게 하면 운동장에서 엄청 뛰게 하실 것 같다(웃음). 운 좋게 함부르크, 레버쿠젠 시절에도 한국에 와서 경기 했었는데, 3번째 팀으로 와서 너무 좋다. 한국 팬들이 토트넘을 정말 응원 많이 해주시는데 특별한 기회 같다. 너무 잘하고 싶다. 축구 좋아하는 분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

토트넘 선수들이 EPL 최종전에서 23호 골을 터트린 손흥민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손흥민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로이터=연합뉴스]

토트넘 선수들이 EPL 최종전에서 23호 골을 터트린 손흥민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손흥민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로이터=연합뉴스]

-토트넘 동료들이 득점왕 등극을 도우려 했는데.
“엄청나게 긴 비하인드 스토리인데, 짧게 설명해드리면 전 그 순간 행복했다. 어떻게 보면 친구들이 남의 일인데 좋아해주는 걸 보고 ‘내가 외국에 나와서 친구들하고 잘 지내고 있구나’ 생각했다. (노리시치시와 최종전) 전반이 2-0으로 끝나고 콘테 감독님이 ‘아직 경기가 끝난 게 아니니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중요하다. 그래도 우리가 소니가 득점왕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으면 도와줘야 한다’고 말해주셨다. 사실 전반이 끝난 뒤 (찬스를 놓쳐) 멘털이 약간 나갈뻔했다. 저도 조급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교체로 들어온 모우라가 ‘득점왕 만들어줄게’, 베르바인은 ‘한 골 더 넣게 해줄게’라고 했다. 둘 다 저랑 경쟁하는 친구들인데도 불구하고. 저도 그 위치에 있어봐서 알지만, 그런 상황들을 보면서 더 좋았다. 친구들이 자기 일처럼 행복하게 좋아해줘 행복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한국팬들이 선물로 혼쭐 내줘야 할까?) 그렇게 따지면 케인을 호텔방을 가득 채워줘야 한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모든 친구들을 리스트에 올려야 하지 않을까. 최종 일주일 동안 선수들이 ‘골든부트 갖고 와야한다’고 말했다. 에릭 다이어는 한달 전부터 골 넣으면 멀리서 뛰어와 ‘골든부트는 너거야’라고 얘기해줬다.”

아버지 손웅정씨와 손흥민. [사진 수오서재]

아버지 손웅정씨와 손흥민. [사진 수오서재]

-한강변 도로를 뛰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그리고 아버지 손웅정씨가 '월드클래스가 아니다'고 했는데, 본인 생각은.
“한강을 같이 뛴 건 아버지가 아니었다. 선생님이었는데 아버지로 착각하신 것 같다. (월드클래스) 발언은 아버지 의견이기 때문에 더 살을 붙일 수는 없을 거 같다. 저 역시도 월드클래스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발언을 할게 없다. 월클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으니까. 진짜 월드클래스는 이런 논쟁이 안 펼쳐지죠. 이런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건 아직도 올라갈 공간이 있다는 거다. 그래서 아버지 말씀에 동의 하는 거 같다.”

-주장으로 월드컵에 나서게 됐는데.
“일단 월드컵까지 주장을 잘리지 않는 게 중요하죠(웃음). 주장을 하면서 동료들에게 ‘월드컵이란 무대에 너무 힘이 안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해준다.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브라질과 평가전할 때도 엄청 긴장되고 힘이 들어갔다. 그 때도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나오자’고 했다. 월드컵에 가게 된다면 그냥 그 무대를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4년에 한번씩 오는 기회를 많은 부담감과 무게감 때문에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즐거운 마음으로 임해야 가진 것 이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운동장에서 즐겁게 행복하게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수들이 꼭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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