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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미국 대표 가치주…안정적이어도 인플레는 못 이기나

중앙일보

입력 2022.07.04 07:00

얼마 전 저희 앤츠랩 뉴스레터에서 “상승장에선 성장주, 하락장에선 가치주라는 공식이 2000년 이후 코스피200을 분석해 보니 성립하지 않더라”는 연구결과를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 미국증시에선 ‘하락장에선 가치주’ 공식이 너무 잘 들어맞고 있어서 앤츠랩글로벌과 함께 해 주시는 서학개미 여러분과 살짝 공유해 보기로 합니다.

아시다시피 미국 S&P500지수가 올해 들어 20%나 빠졌는데요. 그런 와중에도 필수소비재로 분류되는 맥주회사 몰슨 쿠어스(TAP)는 +17%, 초콜릿회사 허쉬(HSY)는 +13%, 통조림수프회사 캠블수프(CPB)는 +11%를 기록하는 등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앤츠랩에서도 분석한 적이 있는 석유회사 엑슨모빌(XOM)은 무려 40%나 올랐습니다. 이들 가치주는 넉넉한 배당과 안정적인 이익마진이 돋보이는데요.

P&G 본사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있다. 셔터스톡

P&G 본사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있다. 셔터스톡

지난 수년간 구글∙애플∙아마존 같은 성장주에 치어 홀대받았지만 요즘 역대급 물가상승, 통화정책,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가치주, 특히 소비재주로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오늘 들여다 볼 종목은 필수소비재라는 명칭에 딱 들어맞는, 우리 집 화장실과 다용도실에서 아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는 제품으로 점철된 프록터 앤드 갬블(P&G)입니다. 티커는 PG.

섬유유연제 다우니, 방향제 페브리즈, 면도기 질레트, 칫솔 오랄비, 화장품 SK-II 등등등등… 다 P&G 제품입니다. 해외에선 타이드 세제, 크레스트 치약, 팸퍼스 기저귀 같은 제품도 인지도가 높은데요. 일단 P&G는 올해 1~3월 분기(회계연도 2022년 3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올렸습니다. 환율과 인수합병, 분할매각 등을 제외한 ‘유기적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가 늘었는데, 이건 P&G가 20년전 유기적 매출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치라고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특히 미국) 소비자들이 무향 기저귀, 고급 면도기 등 P&G의 상품 라인업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고가 제품들을 홀랑홀랑 사들인 점이 주효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지난 3월 미국 인플레이션이 40년래 최고치를 찍는 등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점이 걱정입니다. 물가가 계속 오르면 P&G 입장에선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소비자들은 칫솔 하나라도 덜 사려고 하고… 실제로 P&G는 2009년 금융위기 때 판매가 정체됐고, 그 후 거의 10년간 회복하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뉴욕의 한 수퍼마켓에 진열돼 있는 P&G의 타이드 세제. 셔터스톡

뉴욕의 한 수퍼마켓에 진열돼 있는 P&G의 타이드 세제. 셔터스톡

그래서 P&G는 한 장에 40센트인 팸퍼스 기저귀를 35, 30, 20센트 버전도 내놓는 등 저가 대체품을 출시하고 할인매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한편, 가격인상을 정당화할 상품 개선 투자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2022 회계연도가 끝나는 6월 30일까지는 소비자들의 허리띠 졸라매기 영향이 크지 않습니다. 가격을 5% 높였는데 판매량은 3% 늘었습니다.

물가상승 우려를 반영한 듯 P&G 주가는 4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다른 소비재 종목에 비해 P&G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낙관적이긴 합니다. 제품 혁신이나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가격책정 전략 측면에서 P&G가 유니레버 같은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는 겁니다.

P&G의 섬유유연제 다우니. 셔터스톡

P&G의 섬유유연제 다우니. 셔터스톡

필수소비재가 경기 사이클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종목으로 알려져 있지만, 역대급 인플레이션 앞에선 속수무책인 것 같습니다. P&G의 양호한 실적전망과 상관없이 하반기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도 목표주가를 낮춰잡고 있고요. 지금 P&G 주가가 140달러대인데 120달러까지 내려간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다만 1837년에 창립한 P&G는 지난 132년 동안 배당을 해 왔고, 65년 동안은 배당을 늘려온 대표적인 ‘배당귀족(dividend aristocrat)’ 입니다. 올해도 180억 달러(약 23조4000억원)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배당률은 2.76%로 보고들 있습니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P&G의 부문별 매출 비중을 보면 섬유세탁과 집청소 34%, 아기∙여성용품 25%, 스킨케어 19%, 헬스케어 13%, 그루밍 9% 순입니다. 원래 이런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가 P&G가 늘 꾸준한 매출을 내는 원동력인데, 인플레이션이 지금처럼 너무 심하면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지역별 매출 비중은 북미 47%, 유럽 22%로 선진시장이 70%에 달합니다. 미국도 유럽도 경기침체가 코 앞에 다가온 것처럼 얘기하고 있어 쉽게 지나가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JP모간은 P&G에 대해 ‘중립(Neutral)’ 의견을 제시하며 “지금 들고있는 사람들은 계속 갖고 있으면 장기적으로 좋지만, 지금 들어가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가치주 투자는 요원한가

※이 기사는 7월 1일에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널리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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