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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상상력 가득한 그림책 속에 세상과 소통하는 법 담겨있네요

중앙일보

입력

그림책은 흔히 아이용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세계적인 동화 작가·일러스트레이터 앤서니 브라운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는 “그림책은 나이가 먹었다고 접어야 할 책이 아니라 나이를 불문한,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했죠. 앤서니 브라운은 가족, 인간애, 행복, 상상과 꿈, 사회 문제 등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됐습니다.

정해원(왼쪽)·조윤희 학생기자 앤서니 브라운의 2021년 신작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의 주인공 코끼리 어니스트를 만났다.

정해원(왼쪽)·조윤희 학생기자 앤서니 브라운의 2021년 신작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의 주인공 코끼리 어니스트를 만났다.

영국 출신인 그는 1976년 첫 작품 『거울 속으로』 발표 후 2021년 출간된 신작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까지 53권의 책에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썼어요. 2000년 영국인 일러스트레이터 최초로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에서 수여하는 ‘아동문학계 노벨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았고, 2021년에는 대영제국훈장 CBE(3등급)에 서훈되는 영예를 얻었죠. 한국에서도 교육적 가치를 인정받아 『미술관에 간 윌리』가 2001년, 『돼지책』이 2002년 문화체육관광부 추천 도서로 선정됐어요.

이러한 그의 작품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展’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세상과의 소통’이라는 콘셉트로 상상의 공간 ‘원더랜드 뮤지엄’에서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 200여 점을 12개 섹션에 걸쳐 소개하죠.

2021년 대영제국훈장 CBE(3등급)에 서훈된 세계적인 동화 작가·일러스트레이터 앤서니 브라운 ⓒ Photo by Hanne Bartholin

2021년 대영제국훈장 CBE(3등급)에 서훈된 세계적인 동화 작가·일러스트레이터 앤서니 브라운 ⓒ Photo by Hanne Bartholin

소중 학생기자단은 유제희 도슨트를 만나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 섹션으로 향했어요.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는 앤서니 브라운이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읽어주던 길 잃은 코끼리 이야기를 떠올리며 미지에 대한 호기심, 가족 이야기 등을 따뜻하고 재치 있는 서사로 풀어낸 작품이죠. “주인공은 아기 코끼리 어니스트라는 친구예요. 어니스트가 정글을 발견하고 가족과 떨어져 걷기 시작했어요. 엄마 코끼리는 어니스트가 스스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요.” 정해원·조윤희 학생기자도 어니스트의 모험에 함께했죠.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는 아기 코끼리 어니스트가 정글을 발견하고 가족과 떨어져 새로운 경험을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는 아기 코끼리 어니스트가 정글을 발견하고 가족과 떨어져 새로운 경험을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어지는 ‘가족’ 섹션에는 작가가 10대 후반일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오마주인 『우리 아빠가 최고야』, 형과의 유년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남매의 이야기 『터널』 등이 전시돼 있습니다. “2020년작 『넌 나의 우주야』는 작가가 딸을 생각하며 만들었고, 세상의 모든 소녀에게 바치는 책이에요. 영어 제목도 ‘Our Girl(우리 소녀)’이죠. 모두를 아우르는 만큼 다양한 인종·성별·동물 친구들이 등장해요.” 해원 학생기자가 “앤서니 브라운이 동화 작가가 되는 걸 가족은 좋아했나요?”라고 물었죠. “가족이 동화 작가가 되기 전부터 그림 그리는 일을 많이 응원해줬다고 해요. 영국 리즈 미술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전공은 달라도 열심히 그림을 그려 자신이 원하는 동화 작가가 됐어요.”

‘가족’ 섹션에 있는 『우리 아빠가 최고야』는 앤서니 브라운이 10대일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만들었다.

‘가족’ 섹션에 있는 『우리 아빠가 최고야』는 앤서니 브라운이 10대일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만들었다.

앤서니 브라운은 ‘셰이프게임’이라는 놀이를 만들기도 했어요. ‘셰이프게임’ 섹션에서 만날 수 있는 2003년작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은 그가 2001~2002년 영국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의 레지던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어린이들과 고전 미술 작품에 관해 토론했던 경험을 토대로 하죠. “셰이프게임은 한 사람이 먼저 아무 형태를 그리면, 그 다음 사람이 이어서 그림을 완성하는 놀이예요. 실제로 작가가 어린 시절 형과 즐겼었죠.”

‘윌리’ 섹션에 들어선 윤희 학생기자가 “앤서니 브라운 그림에는 침팬지·고릴라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입구에서부터 침팬지·고릴라 그림이 한눈에 들어왔거든요. “전 세계 어린 친구들도 그 이유가 궁금해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곤 했어요. 작가는 침팬지·고릴라의 눈이 사람 눈과 비슷하고, 외형도 닮아 애정을 가졌죠. 주변 사람들도 두 동물이 앤서니 브라운과 닮았다고 했어요.” 대표적인 캐릭터 침팬지 ‘윌리’는 작가의 유년기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며, 사회적 약자를 상징하기도 해요.

유제희 도슨트(맨 왼쪽)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앤서니 브라운이 만든 놀이 ‘셰이프게임’에 대해 설명했다.

유제희 도슨트(맨 왼쪽)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앤서니 브라운이 만든 놀이 ‘셰이프게임’에 대해 설명했다.

“1984년작 『겁쟁이 윌리』는 윌리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고릴라 불량배들에게 괴롭힘당하는 소심한 윌리는 겁쟁이라는 오명을 씻으려고 운동하고 근육도 키우죠. 그 모습은 덩치도 크고 힘도 센 형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던 앤서니 브라운의 어린 시절과 닮았어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반영한 그의 작품은 어른들에겐 유년 시절을, 어린이들에겐 현재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 세계

Piggybook 1986 ⓒ Anthony Browne

Piggybook 1986 ⓒ Anthony Browne

『돼지책』 1986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앤서니 브라운의 책 중 하나입니다. 주인공 피곳과 두 아들은 집안일을 하지 않죠. 그들이 중심이 되는 유머러스한 그림과 반대로, 아내 단독 그림은 외로움, 집안일의 무게, 엄숙함을 드러나요. 앞으로 이들이 돼지가 될 것을 암시하는 상징들을 곳곳에 숨겨 독자들은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The Tunnel 1989 ⓒ Anthony Browne

The Tunnel 1989 ⓒ Anthony Browne

『터널』 1989
앤서니 브라운이 어린 시절, 동네 외곽 터널 속으로 형과 함께 기어들어 갔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입니다. 다만 형제가 아닌 남매의 이야기예요. 외향적인 성격의 오빠는 작가의 형을, 내성적이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동생은 작가 자신을 연상시키죠. 남매의 이야기에 환상과 마법의 요소를 곁들여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Zoo 1992 ⓒ Anthony Browne

Zoo 1992 ⓒ Anthony Browne

『동물원』 1992
동물원에 놀러간 가족 이야기로, 영국의 아동문학상인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받았죠. 주인공 소년과 동생은 동물을 본다며 신이 났지만 금세 지루함을 느끼고, 원숭이처럼 뒤엉켜 싸우기도 합니다. 우리에 갇힌 동물들은 우울해 보이기까지 하죠. 소통의 문제, 동물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교차해 많은 여운과 질문을 남깁니다.

Willy's Stories 2014 ⓒ Anthony Browne

Willy's Stories 2014 ⓒ Anthony Browne

『윌리의 신기한 모험』 2014
『미술관에 간 윌리』가 작가에게 영감을 준 명화를 오마주했다면 이 책은 작가가 좋아했던 고전 명작 소설·작가들에게 바치는 헌사입니다. 위 그림은 카를로 콜로디(1826~1890)가 쓴 『피노키오의 모험』에서 아버지 제페토를 찾던 피노키오가 거대한 바다 괴물에게 쫓기는 장면을 패러디한 거죠. 침팬지 윌리가 피노키오로 나타났어요.

위대한 화가들에게 영감을 많이 받은 작품도 있어요. 2000년작 『미술관에 간 윌리』에서 윌리는 고전 명화 주인공이 되죠. 유 도슨트가 책 속에 담긴 조르주 쇠라(1859~1891)의 1886년작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모티프로 한 그림을 소개하며 “숨은그림찾기를 할 수 있다”고 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그림을 보더니 “모자가 주전자 같아요” “오른쪽에 붓도 있어요”라고 외쳤죠. “앤서니 브라운은 작품에 숨은그림찾기 할 수 있는 것들을 그려 넣곤 했어요. 명화 안에 명화를 집어넣기도 했죠. 그림 왼쪽에 오렌지색 우산을 쓴 고릴라는 귀스타브 카유보트(1848~1894)의 1877년작 ‘파리의 거리, 비오는 날’에 등장한 남자를 모티프로 한 거예요.”

『미술관에 간 윌리』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모나리자’ ‘비너스의 탄생’ ‘이삭줍기’ 등 침팬지 윌리가 좋아하는 고전 명화들이 등장한다.

『미술관에 간 윌리』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모나리자’ ‘비너스의 탄생’ ‘이삭줍기’ 등 침팬지 윌리가 좋아하는 고전 명화들이 등장한다.

‘초현실주의’ 섹션으로 이동해 체코 시인 미로슬라프 홀루프(1923~1998)의 시 ‘문’에서 영감을 받은 『거울 속으로』를 감상했어요. 따분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 토비가 거울을 통해 낯선 세계로 들어간다는 이야기죠. “거울 앞에 선 토비 그림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나요?” 윤희 학생기자가 “거울에 비친 모습이 뒷모습이에요”라고 답했어요. “거울에서는 앞모습이 나와야 하는데 뒷모습이 나오는 게 이상하죠? 이 그림은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1937년작 ‘금지된 재현’을 오마주한 거예요.” 『거울 속으로』는 앤서니 브라운이 조르조 데 키리코(1888~1978),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1904~1989) 등 초현실주의 화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만든 그림책이죠.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중 학생기자단이 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자화상을 그려보고(앞 사진), ‘셰이프게임’을 통해 ‘되고 싶은 나’를 만들어봤다.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중 학생기자단이 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자화상을 그려보고(앞 사진), ‘셰이프게임’을 통해 ‘되고 싶은 나’를 만들어봤다.

유 도슨트와 전시를 둘러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프리다 칼로: 되고 싶은 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어린이 눈으로 본 세상’ 섹션에서 볼 수 있는 2019년작 『나의 프리다』를 통해 ‘되고 싶은 나’, 이른바 상상 친구를 만드는 프로그램이죠. 앤서니 브라운은 20여 년 전,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의 집을 방문했고, 멕시코 출판사로부터 프리다 칼로에 대한 책을 함께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프리다 칼로 어린 시절 일기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프리다를 닮은 소녀가 등장하는 『나의 프리다』를 탄생시켰죠.

“프리다 칼로는 소아마비와 교통사고 후유증을 겪어 몸이 불편했어요. 움직이기 어려웠던 프리다는 자화상에 동물들을 그려 넣기도 했고, 상상 친구를 만들기도 했어요.” 초록 선생님이 설명했죠. 1939년 프리다가 그린 ‘두 명의 프리다’에는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이 심장 핏줄로 연결돼 있는데, 『나의 프리다』에서는 다른 두 색을 가진 한 가닥 실을 서로 붙잡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요.

조윤희(왼쪽)·정해원 학생기자가 직접 그린 자화상과 함께 앤서니 브라운의 대표 캐릭터인 침팬지 ‘윌리’ 앞에 섰다.

조윤희(왼쪽)·정해원 학생기자가 직접 그린 자화상과 함께 앤서니 브라운의 대표 캐릭터인 침팬지 ‘윌리’ 앞에 섰다.

두 사람은 프리다처럼 자화상을 그리고, 셰이프게임으로 ‘되고 싶은 나’를 만들기로 했어요. “두 눈을 감고 얼굴을 그려요. 눈을 뜨고 몸과 옷 등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걸 그려봅시다.” 네모 선생님의 말을 듣고 눈을 감은 해원 학생기자는 주황색, 윤희 학생기자는 노란색 물감으로 눈·코·입·귀 위치를 나름 정확하게 그려냈죠. 각자 좋아하는 강아지(해원)와 구름(윤희)도 추가한 뒤엔 셰이프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초록·네모 선생님이 “‘되고 싶은 나’를 상상해서 액자를 완성할 거예요. 아무 모양이 그려진 카드를 가지고, 물감펜으로 눈·코·입·귀를 그려 얼굴을 만들고, 액자 주변을 꾸며보도록 해요”라며 시범을 보였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되고 싶은 나’는 무엇이었을까요. 해원 학생기자는 “저는 화가가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았어요. 물감·붓·팔레트도 그리고 이젤도 넣었죠”, 윤희 학생기자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재봉틀·단추·마네킹이랑 실과 바늘로 표현했죠”라고 말했어요. 앤서니 브라운처럼 상상 친구를 만든 소중 학생기자단은 “작품도 보고 체험도 하고 나니 앤서니 브라운의 세계를 더 잘 알게 됐다”며 또 다른 상상의 나래를 펼치러 떠났습니다.

정해원 학생기자는 화가(왼쪽), 조윤희 학생기자는 디자이너를 떠올리며 ‘되고 싶은 나’를 만들었다.

정해원 학생기자는 화가(왼쪽), 조윤희 학생기자는 디자이너를 떠올리며 ‘되고 싶은 나’를 만들었다.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展

기간 8월 31일(수)까지(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제3·4전시실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매표·입장 마감 오후 6시)
해설 평일 오후 1·3·5시, 주말 오전 11시·오후 1·3시
관람료 성인 2만원, 어린이·청소년 1만3000원, 만 24개월 미만 유아 무료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어렸을 때 『돼지책』을 보고 그림이 귀엽지도 멋있지도 않다고 생각해서 앤서니 브라운의 책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놀랍게도 이번 취재를 통해 앤서니 브라운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죠. 11세가 돼 다시 마주하게 된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정말 감동적이고 훈훈하게 전해지는 교훈이 담겼어요. 무엇보다 그림들이 재미있어서 한 번쯤 웃게 돼요. 저는 『겁쟁이 윌리』라는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다른 화가의 작품을 앤서니 브라운의 방식으로 바꿔 그린 그림들이 독특했죠. 다양한 체험도 하고 도슨트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앤서니 브라운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던 흥미롭고 유익한 취재였답니다.

정해원(서울 중대초 4) 학생기자

제가 처음 앤서니 브라운을 알게 된 것은 『우리 아빠가 최고야』를 통해서였어요. 이번 전시회에서 느낀 그의 작품은 누구든 그림을 보면서 끝없는 상상을 하게 해준다는 것이었어요. 또한 남녀노소 모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터널』이라는 작품을 인상 깊게 봤어요. 남녀아이의 성(性) 역할이 사람들의 편견으로 나뉘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됐죠. 셰이프게임을 하며 저의 상상 친구도 그려봤어요. 이번 취재를 통해 앤서니 브라운을 잘 알게 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조윤희(서울 문덕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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