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NFT와 둘다 비슷한데, 한쪽은 욕먹고 한쪽은 박수 받나 [트랜D]

중앙일보

입력 2022.07.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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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블록체인 분야에서 종종 발생하는 논쟁 중 한 가지는 NFT(대체불가능 토큰)의 창의성과 모방, 복제 등에 관한 내용입니다.

NFT가 등장한 이후 높은 가격에 거래되거나 커뮤니티를 잘 만든 작품과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반면 인기 많은 NFT를 모방하거나 복제해 판매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모방 NFT를 또 하나의 창의성 있는 작품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저작권을 침해한 불법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모방 NFT는 카피캣

모방 NFT를 NFT의 파생 프로젝트로 부르기도 합니다. NFT 파생 프로젝트는 기존 프로젝트의 창의적 자산과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생성된 NFT 프로젝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NFT 파생 프로젝트를 불법이며 기회를 틈탄 기회주의 돈벌이라고 부르고, 또 다른 이들은 인기 있는 NFT 프로젝트에 대한 찬사의 표현 또는 패러디의 일종이라고 부릅니다.

대부분의 파생 프로젝트는 기존 프로젝트의 비공식 모방 버전입니다. 기존 NFT 프로젝트에서 공식적으로 파트너십 등을 인정하지 않으면 모두 비공식 프로젝트입니다. 이러한 NFT의 특징은 기존 프로젝트를 활용해 창의적인 요소를 넣지 않고 거의 그대로 이미지나 세계관을 따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장 유명한 NFT인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 Bored Ape Yacht Club)은 1만 개의 원숭이 이미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올해 초 수십억에 거래되는 BAYC를 모방한 지루한 손오공(Bored Wukong) NFT 논란이 있었습니다. 지루한 손오공 프로젝트는 BAYC의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도용해 만들었습니다.

중국에서 탄생한 지루한 손오공과 BAYC 원작. [사진=OpenSea]

중국에서 탄생한 지루한 손오공과 BAYC 원작. [사진=OpenSea]

창작자는 직접 손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표절이 아니라고 답했지만, 대중의 시선은 이를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모방 프로젝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원작을 베껴 제작한 뒤 대량으로 팔고 프로젝트를 방치하는 행위입니다.

트위터나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에 커뮤니티 채널을 개설하고 추천하는 방식으로 NFT의 가격을 높여 판매합니다. 오픈씨와 같은 NFT 마켓플레이스에는 교묘하게 원작 NFT와 이름 등을 비슷하게 만들어 놓은 게 있어, 원작 NFT인 줄 알고 오인해 구매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합니다.

이러한 모방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커뮤니티를 구축하거나 가치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없습니다. 운이 좋다면 수십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모방 프로젝트가 끊임없이 생겨난 겁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존 NFT의 지적 재산권을 복제하는 수준의 카피캣에 머무는 모방 NFT는 가치가 없고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NFT를 구입하기 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2차 창작의 세계  

기존 NFT를 공식적으로 활용해 다른 NFT를 만드는 사례도 있습니다. BAYC는 공식적으로 MAYC(Mutant Ape Yacht Club)라는 새로운 NFT와 BAKC라는 강아지 NFT를 만들었습니다. NFT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역할을 하면서 더 많은 사람을 커뮤니티에 모았습니다.

또 다른 인기 NFT인 '두들스(Doodles)'는 커뮤니티가 주도한 DAO(탈중앙 자율 조직) 에서 파생 프로젝트인 '누들스(Noodles)'를 승인했습니다. 원작 NFT인 두들스의 색감과 디자인을 차용한 새로운 NFT는 창작성을 인정받은 사례로 꼽힙니다. 다른 파생 프로젝트로 스페이스 두들스(Space Doodles)라는 프로젝트도 생겨나는 등 원작 NFT를 기반으로 공식적인 다른 이미지나 영상을 만드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두들스의 2차 창작 누들스. [사진=OpenSea]

두들스의 2차 창작 누들스. [사진=OpenSea]

단순히 기존 NFT의 디자인을 따라 비슷한 NFT로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기존 NFT의 가치나 세계관을 잘 활용해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BAYCNFT의 세계관에서 관리자 역할을 하는 '젠킨스'라는 NFT는 'Jenkins The Valet'이라는 2차 창작 프로젝트로 탄생했습니다. 젠킨스는 비공식 파생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기존 BAYC 프로젝트에 영향을 줍니다.

젠킨스는 할리우드의 유명 에이전시인 Creative Artists Agency(CAA)와 계약을 통해 책, 영화, TV, 팟캐스트 등으로 제작됩니다. 젠킨스의 NFT 소유자는 별도의 커뮤니티에 들어와 소설의 창작 방향에 함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로열티를 받는 대신 자신이 소유한 NFT가 소설에 표시될 수 있습니다.

BAYC의 2차 창작 젠킨스. [사진=jenkinsthevalet.com]

BAYC의 2차 창작 젠킨스. [사진=jenkinsthevalet.com]

2차 창작 여부는 앞으로 NFT의 지속 가능성과 가치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입니다. 단순히 이미지 NFT를 판매하고 세계관을 부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NFT 소유자가 해당 NFT의 지적 재산권을 활용해 웹툰이나 웹 소설 같은 창작 활동을 하거나 디자인을 활용한 굿즈 제작 등 지적 재산권의 활용 여부가 NFT의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NFT 프로젝트가 2차 창작을 허용하지 않거나, 소유권과 저작권 등 콘텐트 권리를 양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소유자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2차 창작을 통한 새로운 작품이나 가치를 만들어내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NFT 이미지는 누구나 쉽게 복사하고 사용할 수 있어 지속해서 이미지 도용이나 불법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NFT가 단순한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저작권과 2차 창작에 관련한 제도와 법규 등이 함께 준비돼야 합니다.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는 SK플래닛, 한국IBM 등에서 근무했다. 뉴욕대학교에서 기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1인 컨설팅 기업인 에이블랩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인공지능·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고, 디지털 경제와 산업에 대한 3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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