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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빼고 골프장만 지었다…713억짜리 경북 골프고 무슨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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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청사 전경. 김정석기자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청사 전경. 김정석기자

학교법인과 컨트리클럽, 골프 특성화고 추진 
경북 군위군 소보면에 골프 특성화고를 건립하는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은 골프장과 골프학교가 직접 연계돼 추진하는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이 사업이 본격화한 것은 2017년 12월 경북도가 ‘OO 골프고등학교 및 골프장 조성 지역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하면서다. 사업은 A 학교법인과 B 컨트리클럽이 공동으로 시행했다. 군위군 소보면 산법리 산46-3번지 일원 141만여㎡에 골프 특성화 고등학교(8만855㎡)와 대중제 골프장(132만9479㎡·18홀)을 2021년까지 건설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총 사업비 713억원은 대부분 민간 투자방식으로 조달할 계획이었다.

애초 사업 부지는 농림지역 또는 보존관리지역이어서 골프장 건축이 불가능했지만, 이 사업계획이 승인되면서 골프장 건축이 가능한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됐다.

학교 설립 계획 승인과 취소 되풀이 
언뜻 보기엔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북도가 승인한 사업계획에는 학교 설립에 관한 내용이 빠진 상태였다. 학교법인은 2004년 경북도교육청으로부터 골프고 설립계획을 승인받았지만, 2006년 건립 기간 부족으로 승인이 취소됐다. 이후 2007년 학교 설립계획을 승인받았다가 2011년 또다시 취소당했다. 결국 2017년 실시계획 신청 당시에는 학교 설립과 관련한 계획이 누락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 경북도는 2017년 2월 사업시행자가 골프고 설립계획이 취소된 상태에서 관련 서류를 누락한 채 용도지역 변경, 골프장 사업계획 등만 포함된 실시계획을 신청했는데도 이런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승인했다. 경북도교육청과 학교 설립에 관한 협의도 이행되지 않았다.

경북도는 사업시행자가 실시계획 승인 후에도 학교 설립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골프장 부지와 골프 사업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사업 계획 기간이 만료된 2021년에는 1년 연장해줬다.

그 결과 애초 계획과 달리 골프장은 임시 영업까지 추진하는 단계까지 공사가 진행됐는데도 골프고 설립은 추진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사업 승인 후 사업시행을 맡은 학교법인과 컨트리클럽법인이 학교 소유권 등 문제로 고소전을 진행 중인 것도 학교설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중앙포토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중앙포토

감사원 공사 중지 등 방안마련 통보 
감사원은 해당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시행자 지정 취소, 실시계획 승인 취소, 공사 중지 등 적정한 조치방안을 마련할 것을 경북도에 통보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향후 경북도가 해당 사업 추진과정에서 법령을 위반해 실시계획을 승인하지 않도록 하고 사업 추진상황을 제대로 점검하도록 주의 조치했다. 또 관련 공무원에게도 주의 조처를 내렸다.

경북도 측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사업시행자와 경북도교육청과 조속히 협의해 학교 설립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고, 학교 설립이 불가능하면 실시계획을 변경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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