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타이어 마모 확인해보세요, 장마철 제동거리 15m 더 미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5면

장마철에 꼭 챙겨봐야 할 자동차 부품이 타이어다. 타이어의 마모가 심하면 빗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아도 제동 거리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앙일보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과 함께 타이어 마모도에 따른 성능을 시험했더니 빗길에서 제동거리가 30%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자동차연구원이 제공한 시험 차량 BMW 미니쿠퍼에 새 타이어와 마모된 타이어를 각기 장착하고 제동 성능을 시험했다. 타이어는 동일한 시점에 생산한 한국타이어 제품(키너지GT)으로, 타이어 홈의 깊이가 7㎜인 새 제품과 마모 한계선인 2㎜까지 닳은 제품을 사용했다.

먼저 빗길 상황과 같은 젖은 노면에서 시속 80㎞로 달리다가 동일 선상에서 3차례 급제동했다. 마모 타이어는 평균 제동거리가 47.39m로 측정됐다. 반면 새 타이어 차량은 평균 제동거리가 31.87m로 약 15m 차이가 났다. 그만큼 마모가 심한 타이어가 앞차 등 주변 지형과 추돌사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양정호 한국타이어 연구원은 “마모된 타이어로 운전할 경우 빗길에서 미끄러지는 거리는 일반 도로보다 1.5배 이상 길어진다”고 말했다. 또 “시속 80㎞의 자체 코너링 시험에서도 새 타이어는 2~3m가량 미끄러지는 데 반해 마모가 심한 타이어는 도로 밖으로 이탈하는 등 위험성이 극명하게 달랐다”고 덧붙였다.

승차감도 확실히 차이가 났다. 급제동했을 때 마모 타이어 차량은 몸이 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 강했고, 새 타이어 차량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멈췄다.

빗길에서 차량 미끄러짐은 타이어의 배수 능력과 관련이 깊다. 빗길에서 달릴 때 타이어는 표면의 홈을 통해 물을 밖으로 배출하는데 마모가 심하면 홈의 깊이가 얕아져 배수 능력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얇은 수막(水幕)이 생기게 되고, 노면 접지력이 나빠지면서 미끄러지게 된다.

특히 직진 주행이 아닌 장애물 회피 시험에선 마모 타이어와 새 타이어 간 제동 성능이 현격히 차이가 났다. 시속 40㎞로 달리면서 장애물(콘)을 피해 스티어링 휠(핸들)을 돌렸을 때 새 타이어 차량은 장애물을 통과했지만, 마모 타이어 차량은 장애물을 치고 갔다. 실제 주행 상황이라고 가정하면 도로(차선)를 이탈한 것과 마찬가지다.

차체 자세 제어장치(ESC)를 끄고 운전했을 땐 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ESC는 차량 스스로 미끄러움을 감지해 바퀴와 엔진 출력을 제어하는 차량 안전 시스템이다. 2015년부터 국내 출시되는 모든 차량에는 ESC 장착이 의무화됐다. ESC를 인위적으로 끄고, 마모 타이어 차량으로 똑같이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스티어링 휠을 돌리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제동이 거의 안 먹혔고, 차가 방향을 잃고 장애물을 치고 한참을 더 미끄러졌다. 김학선 자동차안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특히 빗길 주행 땐 ESC를 끄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타이어는 누적 운행 거리가 4만~5만㎞ 정도 탔을 때 마모 한계선인 1.6~2㎜까지 닳는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운전 습관에 따라 타이어가 더 빨리 닳 수도 있다”며 “특히 장마철을 앞두고 타이어의 마모 정도를 확인해보고, 타이어 홈 깊이가 3㎜ 정도 남았을 때 타이어를 교체하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