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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극장용 애니 ‘홍길동’, 일본 제목 떼고 한글 제목 되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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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애니메이션 ‘홍길동’(1967)이 개봉 당시에 가깝게 복원돼 대중에 공개됐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애니메이션 ‘홍길동’(1967)이 개봉 당시에 가깝게 복원돼 대중에 공개됐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한국 최초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1967)이 한국어 타이틀을 되찾았다. 한국영상자료원(영자원)이 개봉 55주년을 맞아 4K 화질로 복원해 지난달 15일 유튜브·네이버TV에 공개했다. 보름여 만에 약 3만5000명이 시청했다. 반응도 뜨겁다. “1967년도에 이런 수준의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다니 정말 놀랍네요” “이 시절만 해도 일본에 절대 밀리지 않는 작화네요” 등 감탄이 이어졌다.

신동헌(1927~2017) 감독이 동생 신동우 작가의 학생 일간지 연재만화 ‘풍운아 홍길동’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최초 한글 소설인 허균의 『홍길동전』을 재해석했는데, 다채로운 액션과 판타지를 담았다. 당시 서울에서만 50만 관객을 동원했다.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홍길동’은 사운드 필름만 남아있고 화면 필름이 유실된 상태였다가, 2008년 일본에서 16㎜ 필름을 발견해 영자원이 보관해왔다. 일본 수출용 필름이라서 제목도, 크레딧도 모두 일본어였다. 2016년까진 일본판 필름을 그대로 디지털 변환한 버전이 DVD(‘신동헌 애니메이션 컬렉션’) 등으로 공개됐고, 이번에 4K 심화복원 과정에서 한국어로 바꿨다. 영자원 영상복원팀 홍하늘씨는 서면 인터뷰에서 “당시 디즈니 풍의 부드러운 동작 대신 한국 나름의 창의적 응용을 한 고유의 동작과 표현 방식을 고민한 작품이고, 셀에 일일이 붓으로 쌓아 올린 채색의 아름다움이 상당하다”며 “디지털 복원 작업이 비교적 수월하리라는 예상은 처음부터 어긋났다”고 했다.

‘홍길동’은 무엇보다 실사영화에 우선순위가 밀렸던 애니메이션이 지난해부터 디지털 심화 복원된 첫 사례다. 홍씨는 “디지털 복원은 숙련된 장인이 원형의 모습을 하나하나 손으로 되살려가는 문화재 복원에 가깝다.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의미 있는 작품을 원본 형태에 가깝게 살렸다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홍길동’은 실사 영화 복원과는 다른 애니메이션 ‘원본’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실사 영화 필름의 얼룩과 잡티는 제거 대상이지만, 초기 애니메이션 필름은 미군이 쓰고 남긴 정찰용 항공필름을 재활용한 저품질 셀을 사용해 필름의 잡티를 ‘원본’의 특성으로 볼 수 있어서다. 이를 필름이 재복사되고 유통되며 생긴 얼룩·흠집과 구분하는 작업도 필요했다. 인물과 배경을 각각 그린 셀을 여러 장 겹쳐 효과를 내는 셀 애니메이션 특성상 화면 영상이 진행돼도 특정 셀의 얼룩이나 먼지 자국이 제자리에 멈춰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홍씨는 “관객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해 적정선에서 복원했다”고 했다.

‘홍길동’은 한국 관객이 처음 극장에서 즐긴 총천연색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다. 2016년 ‘홍길동’ DVD 소책자에서 심혜경 영화사연구자는 “1967년은 한국 영화 장르의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해”라며 “1950년대 후반부터 디즈니 영화들을 수입해 수익을 내던 세기상사가 이 해에 애니메이션 ‘홍길동’과 공상과학 영화 ‘우주괴인 왕마귀’를 통해 국내 기술로 셀 애니메이션과 특수효과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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