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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쉬고, 소득 보전받는 '상병수당'...4일 전국 6곳서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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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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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ㆍ자영업자 등이 부상이나 질병으로 일할 수 없을 때 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병수당’ 제도가 4일 시작된다.
보건복지부는 상병수당 1단계 시범사업을 서울 종로구, 경기 부천시, 충남 천안시, 경북 포항시, 경남 창원시, 전남 순천시 등 6개 지역에서 시작한다고 3일 밝혔다.

업무 관련없는 부상ㆍ질병으로 일 쉬면 하루 4만3960원 지급

상병수당은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 없는 부상ㆍ질병으로 일할 수 없을 때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493개 민간기업(상시 10인 이상 근로자 고용 사업장)의 취업규칙에 병가제도가 있는 곳은 42%이고, 유급으로 병가를 제공하는 기업은 7.3%에 불과했다. 특히 자영업자나 저소득 계층은 소득 상실에 대한 걱정 때문에 아파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한국과 미국(일부 주에서 도입)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상병수당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제도 도입 주장이 이어져 왔으나 진척이 없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서울 구로구 콜센터ㆍ경기 부천 물류센터 등에서 직원 집단감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상병수당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당시 역학조사 결과 확진된 직원이 고열ㆍ기침에 시달리면서도 쉬지 못하고 출근했고, 이 때문에 집단감염이 터졌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2020년 7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ㆍ사ㆍ정 협약이 체결되며 본격 논의가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아플 때 쉴 수 있도록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앞당기겠다”고 공약했다.

이번 1단계 시범사업은 4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6개 지역에서 시행된다. 시범사업 예산은 110억원으로 전액 국비가 투입된다. 상병수당을 신청할 수 있는 부상ㆍ질병의 유형이나 진단명에는 제한이 없다. 다만 미용 목적 성형, 단순 증상 호소, 합병증 등이 발생하지 않은 출산 관련 진료 등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올해 상병수당은 최저임금의 60%인 하루 4만3960원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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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3가지 다른 모형을 적용해보고 정책 효과를 비교ㆍ분석하기로 했다. 먼저 부천시와 포항시의 경우 입원 여부와 관계없이 질병ㆍ부상으로 일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 상병수당을 지급한다. 대기기간은 7일이며, 최대보장 기간은 90일이다. 종로구, 천안시도 입원 여부와 관계없이 일을 하지 못하는 시간에 대해 상병수당을 지급하는데 대기기간은 14일, 최대보장 기간은 120일로 정했다. 순천과 창원은 근로자가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에 한해 입원ㆍ외래진료 기간만큼 상병수당을 지급한다. 대기기간은 3일, 보장 기간은 최대 90일이다. 대기기간은 휴무 시작일부터 상병수당 지급 개시일까지의 기간이다. 정해진 대기기간을 넘겨야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상병수당의 지원대상은 시범사업 지역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만 65세 미만의 취업자다. 임금근로자 외에도 자영업자, 고용보험에 가입돼있는 예술인, 특수고용직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일용근로자 등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외에 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 지정한 ‘협력사업장’(6월 30일 기준 105개) 근로자는 시범사업 지역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거주지와 무관하게 상병수당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고용보험의 실업급여ㆍ출산전후휴가급여ㆍ육아휴직급여, 산재보험 휴업급여ㆍ상병보상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긴급복지 생계지원을 받는 사람, 공무원ㆍ교직원 등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복지부는 3년간 시범사업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2025년 본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번 시범사업과 관련해 참여연대, 무상의료운동본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도입하려는 상병수당 제도는 대기기간이 최대 14일로 지나치게 길고 보장 수준은 최저임금의 60% 수준으로 낮아서 반쪽짜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변성미 복지부 상병수당제도팀장은 “상병수당 제도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나라가 길게는 30일까지의 대기기간을 두고 있다. 제도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시범사업에서 3~14일의 대기기간을 운영해보고 가장 적정한 기간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 팀장은 “하루~이틀 정도의 요양이 필요한 가벼운 병까지 상병수당을 지원할지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코로나19 등 팬데믹 발생할 때 대기기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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