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명에 5조 사기 친 '코인 여왕'…"성형수술로 얼굴 바꿨을 것"

중앙일보

입력 2022.07.03 17:10

업데이트 2022.07.03 20:44

 유령 암호화폐 '원코인' 창립자 ‘크립토퀸' 루자 이그나토바(42). [사진 트위터]

유령 암호화폐 '원코인' 창립자 ‘크립토퀸' 루자 이그나토바(42). [사진 트위터]

 세계 최대 규모의 금융 사기꾼 ‘암호화폐의 여왕’(크립토퀸) 루자 이그나토바(42)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랐다고 CNN 등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에게 속은 피해자는 175개국 300만명, 피해 금액은 최소 40억 달러(약 5조1920억원)에 달한다. FBI는 제보 사례금으로 최대 10만 달러를 내걸었다.

이그나토바는 유령 암호화폐 ‘원코인’으로 다단계 사기를 주도했다. 2014년 불가리아에 암호화폐 업체 ‘원코인 유한회사’를 설립해 2년간 투자자를 모집했다.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면 10~15% 상당의 수수료를 즉시 지급하는 다단계 수법으로 투자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코인당 30달러가 넘었던 원코인은 블록체인에 기반을 두지 않은 가짜 코인이었다. 데미안 윌리엄스 뉴욕 맨해튼 검사장은 “암호화폐 초창기 투자 열풍을 완벽하게 활용했다”며 “역사상 최대 다단계 금융사기(폰지사기)”라고 밝혔다.

그는 2017년 10월 수사가 시작된 사실을 알아채고는 현금을 최소 5억 달러를 챙겨 불가리아에서 그리스행 항공기를 탄 뒤 종적을 감췄다. 미 검찰은 이그나토바를 텔레뱅킹ㆍ증권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마이클 드리스콜 FBI 뉴욕 지국장은 “이그나토바는 정교한 가짜 신분증으로 생활하면서 성형수술로 외모까지 바꿨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숨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력서엔 옥스퍼드·매킨지…화려한 언변까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린 루자 이그나토바. EPA=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린 루자 이그나토바. EPA=연합뉴스

이그나토바를 도운 미국 변호사 마크 스콧은 4억 달러 돈세탁 혐의를 인정하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스콧은 이그나토바로부터 “50살까지 무조건 5000만 달러”, “50대 50으로 나누자”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받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게 번 돈으로 매사추세츠 주(州) 고급 주택과 요트, 포르쉐 3대를 사는 등 호화 생활을 즐겼다고 한다. 이그나토바가 사라진 후 원코인 대표를 맡았던 그의 동생 콘스탄틴 이그나토바도 2019년 공항에서 체포된 후 사기, 자금세탁 등의 혐의를 인정했다.

이그나토바는 불가리아에서 태어나 10살 때 독일로 이주한 불가리아계 독일인이다. 그의 이력서엔 옥스퍼드대 법학학사와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학박사 학위를 따고,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매킨지 앤 컴퍼니 컨설턴트로 일한 것으로 적혀 있다. 2014년 유령 암호화폐 원코인을 창설한 후 각국에서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금융 사기 행각을 벌였다.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던 그는 청중의 환호 속에 선 무대에서 “원코인은 비트코인 킬러가 될 것”이라며 “초기 투자자는 5~10배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BBC가 2019년 이그나토바의 이야기를 다룬 팟캐스트 ‘사라진 암호화폐 여왕’은 다운로드 350만회를 넘겼다. 불가리아에서도 ‘사기의 여왕’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개봉할 예정이다. BBC는 2일 “이그나토바는 23만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지난해 11월 150억 달러에서 현재 50억 달러로 가치가 떨어졌지만, 도피 생활을 이어가는 데는 여전히 충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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