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들은 자사의 공급망 경쟁력을 대체로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 업체는 올해 하반기 공급망 여건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달 22∼27일 시장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1000대 제조기업 중 150곳을 대상으로 '제조기업의 공급망 전망과 과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3일 공개했다.
전경련 조사 결과 응답 기업들은 자사의 현재 공급망 경쟁력에 평균 58점(100점 만점)을 줬다. 영역별로 보면 유연성(팬데믹, 재해와 같은 돌발상황에 잘 대처), 분산성(특정 국가·업체에 편중되지 않음), 신속성(권역별 공급망 현지화로 신속하게 대응함) 등은 평균 56∼58점이었다. 디지털화(공급망의 디지털 전환, 데이터 통합), ESG 대응성(주요국·업체의 ESG 요구에 잘 대응함)은 각각 55점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다.
최근 2년간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피해를 본 기업들은 원인으로 '특정 지역 봉쇄 등으로 인한 팬데믹 리스크'(35.3%), '우크라이나 사태나 국제정세 불안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30.7%), '운송 지연이나 파업 등 물류·운송 리스크'(27.5%) 등을 들었다.
이들 중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에 대해 '이미 구체적 대책을 마련했다'고 답한 곳은 6.0%에 그쳤다. 44.0%가 '검토 중'이라고 답했고, 35.3%가 '검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글로벌 공급망 여건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상반기와 비슷'(48.0%)하거나 '악화'(42.7%)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망 개선을 위한 내부 대책엔 '복수의 기업으로부터 재료·부품을 조달해 대체 공급망 구축'(38.3%), '동일 제품을 타 거점에서도 생산'(22.1%), '재료·부품·제품 재고 확대'(12.1%), '스마트 제조 및 생산 자동화율 확대'(11.1%) 등의 순으로 답했다.
공급망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 정책으로는 '수급처 다변화를 위한 거래처 정보제공 및 지원'(32.3%), '글로벌 공급망 모니터링 및 위기 경보 시스템 강화'(22.0%)', '공급망 리스크 민감 품목 관리·지원체계 고도화'(17.3%)' 등의 의견을 밝혔다.
전문가들도 올해 하반기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보면서 정부와 민간 모두의 대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일경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하반기에도 공급망 혼돈은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의 범부처적인 통일된 공급망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