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 가면 이긴다… 홍원기 키움 감독의 묘한 징크스

중앙일보

입력 2022.07.03 12:27

6월 30일 고척 KIA전에서 마운드에 올라 선수들과 이야기하는 홍원기 키움 감독. [사진 키움 히어로즈]

6월 30일 고척 KIA전에서 마운드에 올라 선수들과 이야기하는 홍원기 키움 감독. [사진 키움 히어로즈]

"이제 그 얘기 안 나왔으면 하는데… 허허허."
홍원기(49)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홍 감독이 위기 상황에 마운드에 갔을 때 팀이 전승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홍 감독이 9회에 마운드에 올라 투수와 직접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기자 '제사장'이란 별명까지 생겼다.

홍원기 감독은 "제가 그것 때문에 일부러 올라가진 않지만, 중요한 순간에 분위기를 가라앉히려고 하는 건 아니다. 부담 갖긴 싫은데,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주저하게 되긴 한다"고 했다. 이어 "사실 내가 나가야 하는 (긴박한)상황이 오지 않는 게 제일 좋다"고 했다.

선수들에게도 이제는 공공연한 승리 공식이 됐다. 지난달 29일 고척 KIA 타이거즈전에서 홍 감독은 1-0으로 앞선 9회 초 1사 이후 안타를 허용하자 마운드에 올라갔다. 승리가 날아갈 뻔 했던 선발투수 안우진은 활짝 웃었다. 공교롭게도 병살타가 나오면서 키움은 승리를 따냈다. 경기 뒤 안우진은 "형들이 '승률 100%'라고 해서 그 말이 웃겨서 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자연히 홍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가면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같다. "별 얘기 안 합니다. 야수들 믿고 던지라고 합니다." 홍 감독은 "우리 딸도 알려달라고 하는데, 정말 특별한 건 없다"고 했다. 이어 "한 번 쉬어가는 의미에서 선수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뿐이다. 선수들이 믿음을 갖는다면 좋은 것"이라고 했다.

이정후와 하이파이브하는 홍원기 감독. [연합뉴스]

이정후와 하이파이브하는 홍원기 감독. [연합뉴스]

홍 감독의 기분좋은 징크스와 함께 키움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6월 월간 승률 2위(16승 1무 8패)를 기록한 키움은 최근 7연승을 달리며 선두 SSG 랜더스를 1.5 경기 차로 쫓고 있다. 홍 감독은 "아직 시즌 중반이라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긴 어렵다. 승차가 크지 않아 현재 순위는 의미 없다. 긴 연패(올시즌 최다 5연패)가 없어서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홍원기 감독은 "선수들이 준비한 만큼 잘 나오고 있다. 부상이나 변수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 자리를 어린 선수들이 잘 메워줬다"고 선전의 원동력을 설명했다. 이어 "안우진이 상대 에이스들과 자주 맞붙는데도 잘 했다. 1선발을 만나줬을 때 버텨줘서, 중반 이후 점수를 내준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했다.

팀 분위기도 밝다. 이정후, 김혜성, 송성문, 김휘집 등 젊은 야수들이 주축인 키움 더그아웃은 항상 활기차다. 홈런을 치고 나면 레슬링 챔피언 벨트를 어깨에 메고, 비누방울을 뿌리는 세리머니도 상징이 됐다. 홍 감독은 "LG와 첫 3연전, 두산과 고척 3연전 연패를 당했을 때도 이용규를 중심으로 선수들이 잘 뭉쳤다"고 말했다. 또 "더그아웃 세리머니에 대해 나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더그아웃은 선수들의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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