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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알바생, 춤추는 '헬창'…"충격" 김형석 신인그룹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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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휴먼 밴드 사공이호의 데뷔곡 '웨이크 업'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프로듀서 오리알씨(왼쪽)와 쑤니다. [사공이호 유튜브 캡처]

메타 휴먼 밴드 사공이호의 데뷔곡 '웨이크 업'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프로듀서 오리알씨(왼쪽)와 쑤니다. [사공이호 유튜브 캡처]

혼성 3인조 신인 그룹 사공이호(402호)를 보고 있으면 이건 마치 가요계 30여년 경력 김형석(55) PD(노느니특공대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가시밭길 퀘스트’ 같다. 우선 멤버들이 메타휴먼,가상 인간이다. 선례가 거의 없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과연 가요계에 일정한 정도의 임팩트를 줄 수 있을지 지금으로써는 가늠하기 힘들다. 현재 K팝 주류인 ‘놀라운 비주얼에 완벽한 춤과 노래를 보여주는 아이돌’과 거리가 한참 멀다. 셀 수 없이 많은 발라드 명곡, 이마트 밀키트 ‘피코크 송’에서 더불어민주당 당가까지 무려 1500곡을 만든 김 PD는 왜 이런 도전에 나섰을까. 지난달 23일 서울 성동구 노느니특공대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나 물어봤다.

김형석 PD가 지난달 23일 서울 성수동 노느니특공대 스튜디오 사공이호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강정현 기자

김형석 PD가 지난달 23일 서울 성수동 노느니특공대 스튜디오 사공이호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강정현 기자

사공이호가 지난달 음악방송(인기가요)에서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 반응은 어떤지.  
반응이 국내와 해외가 달라 재미있다. 해외에선 대부분 ‘멋있다’ ‘충격적이다’ ‘새롭다’고 하는데 국내에선 ‘못생겼다’ ‘아이돌스럽지 않다’라는 반응이 있다.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가상 인간은 예쁜 캐릭터같은, ‘이 세계 아이돌’(이세돌) 같은 유형이다. 달라서 좋다는 의견도 있다. 음악에 대해서는 대부분 좋다는 평가다. 아무래도 디지털 캐릭터이다 보니, 음악이라는 본질에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봤다. 중간에 랩이 들어가긴 하지만 멜로디가 우선 들리도록 했다. 뮤직비디오는 우주적이고, ‘이게 뭐지’하는 궁금증을 주려고 했다. 호기심이 관심이 되길 바란다.  
오리알씨(Oree.RC). 모든 장르의 음악을 제작할 수 있는 천재 프로듀서라고 한다. [사진 노느니특공대]

오리알씨(Oree.RC). 모든 장르의 음악을 제작할 수 있는 천재 프로듀서라고 한다. [사진 노느니특공대]

데뷔곡 ‘웨이크 업’ 등을 통해 공개된 사공이호의 세계관은 다소 어둡다. 키워드는 ‘언더독’(Underdog·승리할 확률이 낮은 팀이나 선수), ‘사회적 루저’(Loser·패자), ‘악하지 않은 조커’다. 멋지지 않고 결핍이 있다. 밴드 프로듀서 역할을 하는 오리알씨는 이상한 게이트(문에 새겨진 상형문자가 ‘402호’처럼 보인다고 해서 밴드명으로 정해졌다는 설정)를 통해 다른 행성, 혹은 다른 차원에서 왔다. 보컬 쑤니는 하고 싶은 장르만 고집하는 편의점 알바생, 댄스 담당 이태원팍은 걸그룹 댄스에 심취한 ‘헬창’(헬스 매니아)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공간인데, 초능력자·마법사·히어로를 마다하고 ‘아웃사이더’로 설정됐다.

왜 이런 설정인가.
버추얼에서 지금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람이 이미 다 잘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춤추고 노래하는 건 사람도 잘한다. 우리까지 굳이 그걸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리적인 현실 세계에서 실현할 수 없는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게 디지털의 매력이라고 본다. 우린 조금 더 SF(과학소설)에 가까운 혹은 고어(Gore· 공포물)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두 가지가 상상력을 극대화해 차별화하는 것과 음악이다. 향후 사공이호가 웹툰이나 책, 혹은 드라마로 파생돼 갈 때 유리하다. 또 이미 디지털화 돼 있기 때문에 대체불가토큰(NFT) 발행이나 메타버스에서의 활용에 용이하다. 산업이 엄청나게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데, 현실 세계의 지루함과 물리적 한계에서 벗어나는 게 좋다고 봤다. 아이돌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려면, 노래하다 쓰레기통을 차 버리는 그룹, 언더독이 탑독(Topdog·승자)이 되는 그룹이 의외성이 있을 수 있다.  
사공이호가 나중에 슈퍼스타가 되는 것인가.
그걸 정해두지 않았다. 결말이 정해져 있으면 갑갑해진다. 계속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둬야 한다. 대신 이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엔터테인먼트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감동이다. 디지털이지만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잃지 않은 ‘디프로마 유니버스’(Difroma·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다. 언더독이 갖고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의 세계에선 모든 사람이 자기의 의견을, 자기의 색깔을 갖고 자기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부캐’(본 캐릭터와 다른 부 캐릭터)도 만들고, 힙한 나를 보여주는 데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현실과 충돌,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충돌은 결국 해결되지 않는다. 디지털에선 트렌드 세터인데 현실에선 그렇지 않은 것이다. 사공이호는 이런 점을 대변하고 싶었다. 현재 아이돌이 가진 세계관은 처음에는 멋있어 보이지만 현실과 등가(等價)를 형성하지 않는다. 우린 현실과 충돌 대신 현실을 확장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럼 현실을 대변하기 위한 팀이란 말인가.  
그렇다. 사공이호는 디지털 안에서 존재하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멋있음 뿜뿜’이 아니다. 대신 시공간을 건너 마이클 잭슨을 만날 수 있다던가, 밥 딜런을 만날 수 있다. 음악을 통해 감성을 건드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우린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만드는 게 아니니까. 
사공이호 댄서 이태원팍(Itaewon Park). 소녀 감성을 지니고 있고 걸그룹 댄스를 좋아한다. [사진 노느니 특공대]

사공이호 댄서 이태원팍(Itaewon Park). 소녀 감성을 지니고 있고 걸그룹 댄스를 좋아한다. [사진 노느니 특공대]

이태원팍은 성소수자인가.
그걸 따로 설정하지 않았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우리는 계속 생각할 것을 던져준다. 이들의 음악을 통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서 다시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음악과 사공이호의 아이덴티티가 존재하고 이걸 사람들이 추앙하는 게 아니라 공감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아이돌은 추앙할 수 있지만, 이 친구들은 공감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동안 가요계에서 느꼈던 답답함이라던가, 그런데서 나온 것인가.  
그렇다. 나는 곡을 쓰는 사람이고, 어쿠스틱 시절을 거쳐 MP3, 음원, 스트리밍 등의 변화를 다 겪었다. (음악 소비 방식이) 플랫폼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메타버스라는 또 다른 형태가 올 것이다. 이와 함께, 인간의 불완전성은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요소일 수도 있지만, 지식재산(IP)으로는 너무나 불명확하다. 사고가 날 수 있고 어떤 스캔들, 계약 기간 등의 제약이 있고 현실 세계 사람으로서의 한계가 있다. 조금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호기심이 생겼다. (이런 형태로는) 음악적으로도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고 제약 없는 세계관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3명이지만 다른 팀이 나오면 이들의 유니버스가 서로 엮이고 유명인과 콜라보(협업)도 할 수 있다. 디지털의 세계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완전히 확장된다.  

노느니특공대는 사공이호 외에도 버추얼 아이돌 그룹 데뷔도 준비하고 있다. “조금 더 캐주얼한 기성복 같은 콘셉트의 팀”이라고 한다. 김 PD가 지난해 만든 노느니특공대는 빗썸코리아의 NFT·메타버스 자회사인 빗썸메타가 2대 주주로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활용될 디지털 콘텐트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가상자산 플랫폼 밀크(키인사이드)에서 초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제작 기간· 비용은 일반 가수와 비교하면 어떻게 다른가.    
기간은 준비 기간부터 약 1년 반 정도 된다. 제작비와 시간은 아이돌 그룹 제작보다는 덜 든다. 처음엔 유튜브에 ‘오리알씨의 플레이리스트’라는 형태로 콘텐트를 올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다가 주류 미디어에 한 번 크게 소개하고 피드백을 보기 위해 인기가요 데뷔 무대를 기획했다. 피드백을 빨리 보고 싶었고, 고칠 것이 있으면 고치고 강조해야 할 것을 찾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여겼다. 그동안 나온 로지와 같은 메타 휴먼이 개발자의 영역이었다면, 사공이호는 음악인의 시각으로 한 첫 시도다. 현재의 K팝 주류 시장은 아이돌 시장이고 앞으로도 훌륭한 팀이 많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개성이 있는 특별한 팀이 더 나와야 한다. 블랙핑크, 방탄소년단(BTS)은 세계적이 됐지만, 그 밑 단에 더 다양한 팀이 필요하다. 
김형석 PD는 폭발적으로 성장한 K팝에 대해 "앞으로 더 다양한 이야기와 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김형석 PD는 폭발적으로 성장한 K팝에 대해 "앞으로 더 다양한 이야기와 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아이돌이 너무 정형화돼 있다는 말일까.
그보다는 아직도 K팝이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말이다. 특히 엔터와 테크가 결합했을 때에 새로운 재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걸 난 디지털 캐릭터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뻔한 기존 포맷이 아닌 것을 하고 싶었다. 앞으로 어떤 그림이 나올까 기대된다. 에스파만 해도 이미 가상 캐릭터와 함께 나오지 않나. 다양한 시도로 저변 확대가 확 될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고 ‘이게 뭐야’라고 했지만 우린 이미 받아들이고 있다. 난 더 재기발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쪽으로 하고 싶다.
사공이호의 장르는 무엇인가.  
K팝, K팝의 확장이다. K팝을 사람이 하냐 캐릭터가 하냐의 차이일 뿐이다. 지금은 주류가 아이돌 댄스음악이지만 크래쉬나 자이언티도 K팝인 것과 같은 개념이다. 사공이호의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이들의 세계관을 잘 반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하우스(사내제작)로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세계관을 완벽하게 이해한 사람이 가사를 써야 했고 음악을 만들어야 했다. 이번에 이런 걸 하지만 다음에 나올 콘텐트와도 유기적으로 통합될 수 있는 형태라야 한다. 모든 것이 꼭 들어맞을 때 의미가 있다.  

김 PD는 메타 휴먼 밴드를 만들면서 “지금 세상엔 어떤 가치들이 중요한지, 각각 다른 주관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선한 양심, 선한 목적, 공동체 의식과 문제”를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엔터엔 자극적인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더 깊은 이야기도 필요하다”면서 “마블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철학은 결국 권선징악(勸善懲惡) 아닌가. 우리의 아티스트 3명은 어떤 천성을 갖고 어떤 얘기를 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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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이호를 관통하는 철학이 있나.
인간과 아날로그다. 아날로그 인간이 가진 욕망이 디지털을 통해 극대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얘기를 하면 재미없으니까 이를 어떻게 전할까 고민이 필요하다. 이제 노래 하나 나와서 겨우 일주일이 넘었는데 1년 이상은 계속 끌고 가야 할 것이다. 8월, 9월 말 계속 노래를 발표하고 다양한 협업 계획이 있다.  
가요계에 오래 있었는데, K팝 산업은 현재 어떤 단계인가.  
이제 폭발하는 시기다. BTS와 블랙핑크 선두로 전 세계가 K팝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이 다음은 다양성이 있어야 롱런(장기흥행)할 수 있다. (쇠퇴한) 홍콩 느와르 영화처럼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하나의 장르로만 계속 가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 있다.좋은 아티스트가 너무 많다. 예단하긴 힘들지만 아이돌 음악은 아이돌 음악대로 갈 것이다. 왜냐면, 정말 잘한다. 이들은 오른쪽 세 번째 갈비뼈 각도 맞추면서 춤 연습을 한다. 하지만 그 다음의 숙제가 있다. 다양한 장르, 테크놀러지와의 결합, 다양한 이야기가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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