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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해임하라"…형 신동주, 집념의 '8전8패' 담긴 뜻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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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전팔기(七顚八起)의 집념을 보였지만 ‘8전8패’의 결과가 나왔다. 패전 숫자만 더 키웠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경영 문제제기가 지난 29일 또다시 무위로 끝났다.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제안한 본인의 이사 선임건이 부결됐다. 이로써 신 전 부회장이 2015년 동생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시작한 후 2016년부터 총 8번의 주총에서 제안한 안건들이 모두 부결됐다. 내용들은 ▶본인의 경영 복귀 ▶본인이 지명한 인사의 이사 선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해임 ▶기존 이사진 해임 등 경영권을 자기가 되찾겠다는 의지가 담긴 사안들이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 악화로 롯데홀딩스의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된 가운데 경영감시기능이 결여된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바로잡기 위한 신동주 회장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런 감사활동을 할 것이라는 의지도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앞줄 오른쪽)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 등 유가족들이 2020년 1월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49재 초재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앞줄 오른쪽)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 등 유가족들이 2020년 1월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49재 초재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스1

롯데홀딩스 주주들, 신동빈 지속 지지  

재계에서는 이런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주총에서도 보여졌듯이 신동빈 회장의 지분이 우세하지 않음에도 한ㆍ일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의 다른 주주들이 신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구조는 광윤사가 지분 28.14%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 광윤사 지분 50.28%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신동빈 회장은 광윤사 지분 39.03%를 확보하고 있다. 롯데 총수가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2.69%, 신동주 회장이 1.77%,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3.15%, 신유미 전 롯데호텔 고문이 1.46%를 보유 중이다. 그 위에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10.65%, 미도리상사 5.23%, 패밀리 4.61%, 롯데그린서비스 4.10%, 경유물산 3.21%, 임원지주회 5.96%, 롯데재단 0.22%(9727주) 등이다. 신 회장이 총수에 오른 뒤 롯데그룹 총자산이 2011년 87조원에서 지난해 125조7000억원으로 10년 새 44% 정도 성장한 것이 단편적인 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고 신격호 롯데 창업주 2주기를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뉴스1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고 신격호 롯데 창업주 2주기를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뉴스1

신동주 과거 경영 과실로 배상 판결

롯데홀딩스 주주들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신 전 부회장의 그동안 과오에 기인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일본 롯데홀딩스 자회사 롯데서비스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했다. 도쿄지방법원은 신 전 부회장이 롯데서비스 대표 재직 당시 벌인 이른바 ‘풀리카’(POOLIKA) 사업에 대해 사업 판단 과정에서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며 약 4억8000만엔(약 46억원)을 회사에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폴리카는 타 기업 소매점포 상품 진열 상황을 몰래 촬영해 데이터로 만들어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업으로 신 전 부회장이 2011년 추진했지만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 2014년 수십억원의 손해를 보고 무산됐다.

‘L프로젝트’ 실체 법원서 드러나  

한국 검찰과 법원에서도 마무리되지 않은 사안이 있다. 신동빈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 쪽에서 각종 컨설팅을 해 주던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민 전 행장이 신 전 부회장으로부터 받지 못한 자문료를 달라고 민사소송을 하는 중에 혐의가 드러났다. 최종적으로 민 전 행장이 패소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양 측은 2015년부터 자문계약을 맺고 소위 ‘L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신 전 부회장의 롯데그룹 경영권 회복을 위해 ▶신동빈 회장에 대한 법정구속 내지 유죄 판결의 선고 ▶롯데의 면세점 특허 재취득 탈락 등을 구체적 목표로 했다. 재판부는 이 계약에 따라 각종 소송을 포함한 방법을 통해 신동빈 회장의 경영상 비리를 발견하고 이를 공론화하거나 관계기관에 제공해 여건을 조성하는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합의했고, 실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데 이런 사항이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봤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2015년 10월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턴조선호텔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있다. 당시 민유성 고문(왼쪽), 조문현 변호사(오른쪽)가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2015년 10월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턴조선호텔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있다. 당시 민유성 고문(왼쪽), 조문현 변호사(오른쪽)가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영권 확보 시도 과정, 위법 행위로 해석돼

내용을 바탕으로 롯데그룹 노조가 2019년 6월 민 전 행장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면세점 특허 재취득 탈락과 관련한 것에 대해 롯데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같은 계약을 맺은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이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판결문을 해석하면 민 전 행장의 위법행위에 대한 ‘공범’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행위가 자신을 향한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격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 때문에 한국에 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신동빈 회장에 대한 경영권 흔들기식 주주총회를 계속 제안하기 전에 자신의 과거 행위에 대한 해명과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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