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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흐르는 물에 씻으면 안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당신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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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건강 지키는 생활습관

‘오뉴월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다. 한여름 무더위에 불쾌지수가 높아지면 쉽게 짜증이 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때문이다. 장마와 함께 찾아오는 여름의 높은 기온과 습도는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축축하고 눅눅한 환경은 시무룩한 기분을 들게 할 뿐만 아니라 식중독 등 감염 질환의 원인이다. 올여름을 건강하게 나기 위한 생활습관을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신진영 교수와 함께 알아본다.

1 관절통

찬 바람 안 닿게 긴바지 입으면 도움

관절은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위 중 하나다. 특히 여름에는 관절 통증을 더 심하게 느끼기 쉽다. 높은 기온과 습도, 낮은 기압 같은 날씨 변화가 관절통과 연관 있다. 장마철의 저기압은 상대적으로 관절 내부의 압력을 높인다. 그러면 관절 내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발생한다. 비가 내리기 전 저기압대가 형성될 때 관절이 시큰거린다고 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더해 에어컨 같은 냉방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면 자칫 근육을 수축시켜 신경을 압박하고 혈액순환을 방해해 통증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여름에는 관절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여름에는 에어컨·제습기 등을 사용해 적절한 온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절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습도를 낮추면서 땀이 과하게 배출되는 것을 막아 체액과 관절 윤활액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에어컨을 사용할 땐 실내·외 온도 차가 5도 이상 나지 않도록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온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돼 오히려 관절의 움직임이 더욱 뻣뻣해질 수 있다. 에어컨·선풍기의 찬 바람이 관절에 직접 닿지 않도록 긴바지를 입거나 얇은 담요를 덮는 것이 좋다. 관절통이 있으면 혈액순환을 돕는 온찜질을 하고 스트레칭으로 관절 유연성과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된다.

2 피부병

통풍 잘되는 슬리퍼 신는 게 좋아

여름엔 고온다습하고 땀을 잘 흘리기 때문에 피부 질환을 일으키는 균이 쉽게 번식한다. 특히 발 냄새와 각질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밀폐된 신발을 오래 신는 경우 각질에 펀치 같은 구멍이 생기는 오목각질융해증이나 무좀이 잘 생긴다. 발 냄새와 각질이 심하게 나타나는 오목각질융해증은 균들이 땀에 축축해진 발의 각질을 먹으면서 번식한다. 악취가 나는 이유는 균들이 각질을 녹일 때 화학물질(티올에스테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무좀은 가려움증이 있고 악취는 나지 않는다.

여름에 발 건강을 지키려면 사무실에서는 구두나 운동화 대신 통풍이 잘되는 슬리퍼를 신는 게 좋다. 땀이 찬 발은 씻고 완전히 건조하는 게 중요하다. 젖은 신발은 충분히 말린 다음에 신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평소 발 각질을 관리할 때 사포나 표면이 거친 돌 등으로 세게 문질러 각질을 억지로 밀어내는 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부 맨 바깥층인 각질층을 자극할수록 일차 방어막이 허물어지고 내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각질을 두껍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발 각질을 제거하는 것보다는 피부 연화제 같은 순한 각질 용해제를 사용해 서서히 각질을 완화하는 것이 도움된다. 각질 제거 후에는 발을 잘 말리고 보습제를 발라주면 된다.

빗물이 피부에 닿았을 땐 가능한 한 빨리 씻어내는 게 좋다. 빗물에 섞여 있는 각종 화학물질이 땀·화장품과 엉겨 붙으면서 피부를 자극하고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피부가 접히는 부위인 목주름과 가랑이 사이, 발가락 사이는 습하지 않게 관리해야 피부염을 예방할 수 있다.

3 식중독

채소류는 물에 5분 이상 담가 놔야

무더위에는 한두 번쯤 음식 때문에 배앓이와 설사를 겪는다. 식중독이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장균에 오염된 채소 때문에 식중독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육류·생선류는 주로 조리해 먹지만 샐러드나 생채소는 날로 먹는 데다 제대로 세척하지 않는 경우도 꽤 있어 상대적으로 문제가 된다. 채소를 기르는 과정에서 가축의 분변에 오염된 물이 닿거나 오염된 물로 세척한 경우 병원성 대장균에 오염될 수 있다. 조리 과정에서 사람의 손에 의해 오염되기도 한다. 여름에는 높은 온도 탓에 세균의 번식 속도가 빠른 것도 문제다.

식중독은 대개 설사 정도로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유아, 면역 저하자, 과로로 육체 피로가 심한 사람 등은 식중독으로 인한 장염이 중증 질환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중독 예방 지침에 따르면 채소류는 식초 등을 넣은 물에 5분 이상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3회 이상 세척하는 게 좋다. 흐르는 물만으로는 물이 충분히 닿지 않는 곳도 생겨 꼼꼼하게 씻기지 않는다. 물에 담가 채소의 표면에 물이 고루 닿을 수 있도록 한 뒤 흔들어주고 마지막으로 흐르는 물에 씻어주는 게 좋다. 세척·소독한 채소는 바로 섭취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냉장 보관을 해야 한다. 세균이 만든 독소는 가열해도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상온에 둔 음식은 아예 먹지 않는 게 낫다. 식중독 때문에 설사 정도의 증상만 있을 땐 소고깃국·미역국 같은 국물로 수분과 전해질을 챙기면 된다. 꿀물이나 이온 음료를 마셔도 좋다.

4 불쾌지수

자기 전 찬물 샤워는 숙면 방해

무더위와 장마가 반복되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감정 기복이 생기기 쉽다. 불쾌지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온이 상승하고 습도가 높아질 때 불쾌감을 느끼는 이유는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체는 주변 온도가 높아지면 땀과 열을 내면서 체온을 유지한다. 하지만 온도와 습도가 함께 올라가면 발열 기능이 떨어져 땀이 잘 안 마른다. 이 때문에 불쾌감을 느낀다. 집중력이 감퇴하고 피로감을 많이 느끼게 된다. 실제로 장마철에 개인·집단 간 갈등이 증가한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다.

불쾌지수가 높은 날엔 불쾌하다는 것을 스스로 예측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도움된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나만큼 예민하고 짜증이 나 있다는 것을 인지해 갈등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 주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은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그래야 체온 조절과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 옷은 땀 흡수가 잘되고 바람이 잘 통하는 소재가 좋다.

열대야일 때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도 감정 기복에 영향을 미친다. 무조건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는 폭염 시간대를 피해 가벼운 활동을 하는 것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 여름밤 숙면을 위해서는 일정한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도 항상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된다.

자기 전 찬물 샤워는 숙면을 방해한다. 일시적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피부 혈관이 수축해 체온을 낮추는 효율이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잠자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체온을 내려주고 피로를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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