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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 끌고 제주도 구석구석 누빈다...요즘 인천항 묘한 풍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5일 여행객들이 갱웨이를 거쳐 비욘드 트러스트호에 오르고 있다. 심석용 기자

지난달 15일 여행객들이 갱웨이를 거쳐 비욘드 트러스트호에 오르고 있다. 심석용 기자

지난달 15일 인천항 여객터미널. 비가 쏟아질 듯 하늘이 흐렸지만, 제주로 출항을 앞둔 여객선 앞은 인파로 북적였다. 선박과 육지를 잇는 램프는 승선을 준비하는 차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양손에 가방을 든 여행객은를 갱웨이(gangway·육지와 배를 잇는 트랩)를 통해 배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칭얼대는 아이를 다독이는 부모, 선박 곳곳을 촬영하는 핀란드인 등 승선객들의 얼굴엔 14시간의 항해를 앞둔 설렘이 느껴졌다. 서울에선 온 조상현(39)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자제하다 보니 제주도는 2년 만이다”라며 “친구와 가족동반 여행을 가기 위해 자차를 끌고 배에 올랐다“라고 웃었다.

인천과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비욘드 트러스트호’에 순풍이 불고 있다. 지난 5월 재취항한 이후 승선객과 화물량이 늘어나면서다. 엔진 이상 등 문제로 “여객선을 믿고 탈 수 있겠느냐”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왔던 두 달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여객업체에 따르면 비욘드 트러스트호의 승선객 수는 지난 5월 4133명을 기록했고 지난달엔 5942명이 여객선에 탑승했다. 3000명대에 머물렀던 운항 전 수치를 넘어서 상승곡선을 그리는 모양새다. 승합차 등 화물 선적도 6월 들어 1만7000t을 넘어섰다.

지난달 15일 인천항 여객터미널은 비욘드 트러스트 호에 탑승하려는 승선객들로 북적였다. 심석용 기자

지난달 15일 인천항 여객터미널은 비욘드 트러스트 호에 탑승하려는 승선객들로 북적였다. 심석용 기자

제주 렌트비 상승 영향 있었나

관광업계에선 지난 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가운데 제주도 내 차량 렌트 비용이 상승한 점이 승선객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7월 말~8월 초 성수기 기준 제주 중형차 렌터카 비용은 평균 1박당 17만~23만원 수준이다. 10만 원대 초반 가격으로 빌릴 수 있었던 코로나19 이전보다 두배 가까이 올랐다. 개별 여행자 비율이 높아진 데 반해 제주도에서 렌터카 총량제를 시작하면서 도내 렌트 차량이 줄어든 탓이다. 한편 제주행 여객선에 차량을 싣는다면 중형 승합차는 약 25만원 정도를 승선요금으로 지불한다. 이렇다 보니 제주도에 5일 이상 머물 경우 자차를 선택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워케이션(Work Vacation)’ 문화가 확산한 것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장기간 제주에 머무는 이들이 늘다 보니 여객선에 자차를 싣고 입도하는 비율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에서 온 정모(45)씨는 “워케이션이라 가족과 함께 제주 한 달살이를 하러 간다”며 “제주도 렌트비가 비싸다 보니 주위에서 차나 바이크를 배에 싣고 입도한다고 해서 가족들에게 카페리 이용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7년 8개월 만에 열렸지만 46일 만에 중단

지난 1월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제주항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한 비욘드 트러스트호에서 자전거를 가지고 탑승한 승객이 하선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1월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제주항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한 비욘드 트러스트호에서 자전거를 가지고 탑승한 승객이 하선하고 있다. 중앙포토

인천~제주 여행길은 지난해 말 비욘드 트러스트호가 취항하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7년 8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첫 취항 날 선사 측은 “신뢰 그 이상을 주는 운항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1월 24일 엔진에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출항이 어렵다고 판단한 선사 측은 1주일간 결항을 발표했다. 엔진 결함이 아닌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운항 재개일이 계속 미뤄졌고 여객업체는 대체선박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엔진 부품을 바꾸고 노르웨이· 한국 선급의 정밀 점검을 거친 뒤 2차례 해상 시운전을 통과하면서 지난달 4일에서야 다시 운항을 시작했다.

“안전 최우선, 선상 행사 개최도 검토”

 제주도까지 약 20마일 남은 시점에 비욘드 트러스트호 조타실에서 선장이 쌍안경으로 전방을 관찰하고 있다. 중앙포토

제주도까지 약 20마일 남은 시점에 비욘드 트러스트호 조타실에서 선장이 쌍안경으로 전방을 관찰하고 있다. 중앙포토

100일 만에 다시 바다에 뜬 만큼 선사 측은 안전 관리가 최우선이란 입장이다. 승무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부선장 직책도 새로 만들었다. 항해 전후 점검도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승선객이 늘고 있는 만큼 안전에 저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선내 서비스도 확장할 방침이다. 애견 동반 객실을 늘린 게 그 첫걸음이다. 휴가철을 맞아 EDM 파티 등 선상 행사를 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김태균 하이덱스 스토리지 대표는 “말뿐인 신뢰에 그치지 않게 운항이 중단된 기간 보완점을 최대한 채워갔다”며 “승선객과 화물이 안전하고 편하게 인천과 제주를 오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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