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 넓어 어린이들이 놀기에 적절한 공간입니다. 앞으로 뽑힐 민선시장이나 다른 기관의 기관장들도 관사를 사회에 환원해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해 사용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1996년 5월 울산 남구 신정동의 공관어린이집 원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해 3월 울산시장이 살던 관사가 공관어린이집으로 바뀌었다. 민선 1기 시장이었던 심완구 울산시장이 95년 7월 취임하면서 기존 관사를 없애고 이 자리에 공관어린이집을 만들 것을 제안하면서다. 당시 6세 미만의 어린이 57명이 3개반에서 교육을 받게 됐다.
그리고 26년 뒤. 공관어린이집으로 사용되던 울산시장 옛 관사가 또다시 변신했다. 이번엔 100가구가 살 수 있는 아파트다. 공관어린이집이 노후화되자 2020년 울산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이를 허물고 ‘울산신정 행복주택’을 지은 것이다. 한 명의 시장이 살던 집이, 20여 년간 공관어린이집으로 활용되다가 이제는 시민들의 보금자리가 된 것이다.
1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울산신정 행복주택에 입주가 시작됐다. 부지 1696㎡에 연면적 1만1550㎡, 지상 15층 규모로 준공된 행복주택의 주요 시설은 지상 1층 공공어린이집과 작은도서관, 2∼3층 공영주차장, 4∼15층 100가구가 거주하는 원룸·투룸 형태의 보금자리로 구성돼 있다.
옛 울산시장 관사는 1980년 1월 1696㎡ 면적에 2층으로 지어진 관선 울산시장 숙소였다. 민선 1기 심완구 전 울산시장 시절 관사의 내부시설을 고쳐 1996년 3월부터 어린이집으로 사용됐다. 심 시장이 민선 2기까지 지낸 후에 박맹우 시장(민선 3~5기), 김기현 시장(민선 6기), 송철호 시장(민선 7기)이 뒤를 이었지만, 관사를 따로 필요로하지 않아 2020년 초까지 24년간 어린이집으로 활용됐다.
공관어린이집에서 울산신정 행복주택으로 탈바꿈하게 된 계기는 2017년 국토교통부의 노후공공청사 복합개발사업에 선정되면서다. 이 사업은 노후화된 공관어린이집을 행복주택 100호, 공공어린이집, 작은도서관 등 생활 사회기반시설로 개발해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었다. 울산시는 이를 위해 2018년 11월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행복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이다. 전용면적 19~44㎡ 크기로, 주변 시세의 80% 금액으로 최대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 울산시는 1층 공공어린이집의 경우 부족한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을 위해 정원 규모를 기존 48명에서 70명으로 늘렸다. 공영주차장은 87대 주차 규모로 인근 신정시장 주차 부족 문제를 해결해 골목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앞서 입주자 모집 결과 울산신정 행복주택의 청약률이 울산 지역 공공주택 역대 최고인 13.7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 같은 호응에 맞춰 옛 울주군청사 복합개발사업, 청년 셰어하우스 건립, 울산혁신 신혼 희망타운 건립 등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공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또 울산신정 행복주택에 입주하는 청년·신혼부부에게 ‘울산 신혼부부 주거비 지원사업’을 연계 제공해 이들의 지역 정착과 주거 안정을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