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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의 시장이 살던 집, 100가구 보금자리로...관사의 착한 변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울산시장 관사에서 어린이집으로 바뀐 울산 남구 신정동 공관어린이집의 1998년모습. 연합뉴스

울산시장 관사에서 어린이집으로 바뀐 울산 남구 신정동 공관어린이집의 1998년모습. 연합뉴스

“정원이 넓어 어린이들이 놀기에 적절한 공간입니다. 앞으로 뽑힐 민선시장이나 다른 기관의 기관장들도 관사를 사회에 환원해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해 사용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1996년 5월 울산 남구 신정동의 공관어린이집 원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해 3월 울산시장이 살던 관사가 공관어린이집으로 바뀌었다. 민선 1기 시장이었던 심완구 울산시장이 95년 7월 취임하면서 기존 관사를 없애고 이 자리에 공관어린이집을 만들 것을 제안하면서다. 당시 6세 미만의 어린이 57명이 3개반에서 교육을 받게 됐다.

그리고 26년 뒤. 공관어린이집으로 사용되던 울산시장 옛 관사가 또다시 변신했다. 이번엔 100가구가 살 수 있는 아파트다. 공관어린이집이 노후화되자 2020년 울산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이를 허물고 ‘울산신정 행복주택’을 지은 것이다. 한 명의 시장이 살던 집이, 20여 년간 공관어린이집으로 활용되다가 이제는 시민들의 보금자리가 된 것이다.

1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울산신정 행복주택에 입주가 시작됐다. 부지 1696㎡에 연면적 1만1550㎡, 지상 15층 규모로 준공된 행복주택의 주요 시설은 지상 1층 공공어린이집과 작은도서관, 2∼3층 공영주차장, 4∼15층 100가구가 거주하는 원룸·투룸 형태의 보금자리로 구성돼 있다.

울산시장 옛 관사가 있던 자리에 지어진 울산 남구 울산신정 행복주택. [사진 울산시]

울산시장 옛 관사가 있던 자리에 지어진 울산 남구 울산신정 행복주택. [사진 울산시]

옛 울산시장 관사는 1980년 1월 1696㎡ 면적에 2층으로 지어진 관선 울산시장 숙소였다. 민선 1기  심완구 전 울산시장 시절 관사의 내부시설을 고쳐 1996년 3월부터 어린이집으로 사용됐다. 심 시장이 민선 2기까지 지낸 후에 박맹우 시장(민선 3~5기), 김기현 시장(민선 6기), 송철호 시장(민선 7기)이 뒤를 이었지만, 관사를 따로 필요로하지 않아 2020년 초까지 24년간 어린이집으로 활용됐다.

공관어린이집에서 울산신정 행복주택으로 탈바꿈하게 된 계기는 2017년 국토교통부의 노후공공청사 복합개발사업에 선정되면서다. 이 사업은 노후화된 공관어린이집을 행복주택 100호, 공공어린이집, 작은도서관 등 생활 사회기반시설로 개발해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었다. 울산시는 이를 위해 2018년 11월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행복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이다. 전용면적 19~44㎡ 크기로, 주변 시세의 80% 금액으로 최대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 울산시는 1층 공공어린이집의 경우 부족한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을 위해 정원 규모를 기존 48명에서 70명으로 늘렸다. 공영주차장은 87대 주차 규모로 인근 신정시장 주차 부족 문제를 해결해 골목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앞서 입주자 모집 결과 울산신정 행복주택의 청약률이 울산 지역 공공주택 역대 최고인 13.7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 같은 호응에 맞춰 옛 울주군청사 복합개발사업, 청년 셰어하우스 건립, 울산혁신 신혼 희망타운 건립 등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공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또 울산신정 행복주택에 입주하는 청년·신혼부부에게 ‘울산 신혼부부 주거비 지원사업’을 연계 제공해 이들의 지역 정착과 주거 안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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